청와대 이모(39) 행정관의 부인 살해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개
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말았다.
이 행정관이 여자문제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살해한 것으로 결
론이 났지만 수사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태도가 논란을 낳고 있
다. 경찰이 살인사건까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쉬쉬’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사건발생 후 취재진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동대문경찰
서로 몰려들자, 담당 형사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시치미를 잡
아뗐다. 그러나 그의 말은 곧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고, 기자들
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담당형사는 “나는 피의자가 누구인지 어디 있는지 모른다”며
도망치듯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당시 “외부에 있다”며 취재를
따돌렸던 김병화 동대문경찰서장은 서장실에서 형사과장에게 사
건보고를 받다가 취재진에게 들통 나기도 했다.
서장실 앞에서 “사건 브리핑을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마
지 못해 문을 연 김 서장은 그제서야 “이미 피의자가 자백했다
”고 이 행정관의 범행 사실을 밝혔다.
수사과정에서도 경찰의 태도는 떳떳하지 못했다. 사건 담당팀장
은 “피의자가 ‘내가 사준 신발을 신고 바람 피우러 다니느냐’
는 아내의 말에 구두를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살인동기
를 밝혀주는 중요한 진술이었다. 하지만 형사과장은 “이같은 진
술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 김 서장은 “이 행정관이 유족이기 때문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고, 진술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을 자백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한 경찰관은 “사건이 일어났던 밤 이 행
정관 행적을 CCTV에서 이미 파악했고 이에 따라 아파트에서 기다
렸다가 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건 숨기기에 급급한 경찰의 행태는 오래된 습관의 산물
인가, 청와대 눈치보기 탓인가. 보다 당당한 경찰수사를 기대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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