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복궁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경복궁역 전철역으로 가다가
날씨도 좋고 산책하고 싶은 맘에
반댓길로 걸어서 가기로 하고
경복궁 담을 따라 쭈욱 길을 걸어 갔습니다.
그런데 좀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경찰이 다가와서는
어딜 가냐고 묻더군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깜짝 놀라서
"그냥 전철역쪽으로 걷고 있는데요 여기 지나가면 안되요?"
그랬더니
"그런건 아닌데 청와대 앞이라서요.."
이러더군요.
청와대 앞이면 맘대로 다니지도 못하고
길 가는 사람 다 붙잡고 그렇게 사적인 행선지를 다 묻습니까?
게다가 진짜로 청와대 바로 앞을 지난것도 아니고
맞은편에 경복궁 담을 따라서 쭈욱 걸은 것 뿐이고,.
제가 청와대쪽으로 들어가려고 한것도 아닌데;
아무리 청와대 앞이라고 사람을 다 잡고 어딜 가는지 꼬치 꼬치 물어봐야 하나요?
게다가 제가 여자이고 치마에다가 트레이닝 자켓을 입고 있었는데..
무슨 테러범처럼 보이지도 않았을텐데..ㅡㅡ;
단지 그냥 청와대 맞은 편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엄청 놀랬습니다. 청와대를 지키던 결찰이 와서 어딜 가냐고 물어서;
지나가면 안되는건 아니지만 청와대 앞이라서물어보는 거레요.
왜 물어봅니까..ㅡㅡ; 답변이야 뻔하지..
그냥 갈일 있으니까 거기 지나쳐서 가는거죠;
근데 그 결찰분이 하신 말씀이
되돌아 가시다보면 경복궁역이 있으니 그리로 가시죠..
그러더군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우리나라 땅을 왜 맘대로 못지나가나 싶어서 괜히 오기가 나더군요.
그래서 돌아갈수도 있지만 돌아가지않고 그냥
"저쪽 끝에서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그래요.지나가면 안되요?"
그랬더니 경찰이 "아네..."하면서 암말 안하고 그냥 가더군요.
근데 될 수 잇으면 제가 그 앞을 안지나가고 그냥 되돌아가길 바랬던 것 같아요;
왜 굳이 그 앞을 못 지나가게 하려던 겁니까..ㅡㅡ;
얼마나 삼엄하게 그랬으면 세상에
경복궁 담을 따라 쭈욱 걷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더군요..ㅡㅡ;
청와대 앞 주변이 완전 썰렁 삼엄~~~
오히려 제가 그 길을 지나가니까 제 자신이 엄청 머쓱할 정도로;
아무리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가 있는 곳이라지만
그 맞은편 길은 얼마든지 국민들이 자유로이 다닐 수 있는 길 아닙니까?
왜 사람을 붙잡고 사색인 행선지를 묻고 굳이 못지나가게 하려고 애를 씁니까..
따지고보면 청와대 살림이건 그 경찰이건 대통령님이건
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사는건데..
참 기분 상하더군요.
물론 애나 어른이나 시끌 벅쩍하게 청와대 주변을 다닌다고 생각해보면 그것도 안될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친구랑 수다떨면서 지나간것도 아니고 혼자 조용히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을 뿐인데..경찰이 붙잡아서 정말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 앞을 정말 무서워서 못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단지 경복궁을 구경하고 그 감격에 사로잡혀서
경복궁 담길을 쭈욱 따라 걸으며 좋은 날씨에 산책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청와대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청와대 바로 앞을 지나간것도 아니고 맞은편 길인데..
자유롭게 그 길을 산책 할 수 없다는게 슬프군요..ㅡㅡ;
아니 하려면 할수도 있겠죠..저도 오늘 했으니까..
하지만 그 길을 걷는 내내 엄청나게 눈치를 보면서 긴장하며 걸어야 한다는..푸하하;
대한민국땅에 내가 자유로이 다닐 수 없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날이었습니다..-_-
80994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