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김대중비리 > [물러나] 청와대 또 만찬

<靑 만찬.. 與 긴장감 고조>
`입각파동' 수습-확전 기로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수습이냐, 확전이냐'. 11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노무현(盧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을 앞두고 당.청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이지만 당.청갈등의 한 복판에서 열리는 당.청 수뇌부간 `공식대좌'라는 점에서 사태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특히 만찬회동을 앞두고 여당내 초.재선 `서명파' 모임과 친노그룹을 주축으로 한 당.청간 `대리전'이 격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이에 따라 당 전체가 내홍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이 나타나면서 여당내의 신경은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진 분위기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에서 당.청갈등이 수습되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여진'이 계속 남아 전당대회 경선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측이 여당의 `뼈아픈 구석'인 당원 임의모집 파문을 정치개혁에 역행하는 심각한 사태라는 점을 정면으로 지적한 점도 회동을 앞둔 여당에 심상치 않은 긴장기류를 조성시키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오전 우리당의 풍경은 폭풍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인 듯 했다. 입각파동 과정에서 격렬하게 맞뭍었던 서명파 모임과 친노그룹은 서로 확전을 자제하려는 듯, 별도의 모임을 갖지 않은 채 사태추이를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메신저'를 자임하고 나선 유재건(柳在乾) 의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가 각 계파 및 그룹들과 접촉하며 당내 의견을 수렴하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유 의장과 비상집행위원들은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서명파 의원 8명과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청와대 만찬회동에서 서명파 측의 의견을 가감없이 전달하겠다는 전제에서다.

이날 회동에서 서명파측은 당.정.청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를 청와대측에 적극 건의하라고 지도부를 `압박'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당이 자주성을 갖는게 중요하고 당이 중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은 당이 힘을 갖게, 당은 대통령이 힘을 갖게 해주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병호(文炳浩) 의원은 "당청관계 재정립과 상호존중, 의원입각시 사전협의, 당청간 의사소통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도부에 당의 입장에서 당에 중심을 두고 당청관계를 풀어달라고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장은 "우리가 대통령을 뽑았고 대통령과 한배를 타고 있다"며 "현명하고 좋은 방향을 찾아서 전대와 지방선거를 멋지게 치러내 2년전 환희와 기쁨을 재창조하겠다는 마음을 모아봤으면 좋겠다"고 언급, 가급적 갈등을 봉합하려는데 애를 쓰는 분위기를 보였다.

유 의장은 이날 오전 비상집행위원회의에서도 "당과 청와대는 연인 사이로, 서로 사랑하기 때문에 오해도 하고 가끔 다투기도 하고 갈등도 있는 것"이라며 "서로 다 터놓고 얘기하면 부부관계처럼 오해가 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만찬회동과 무관하게 당.청갈등은 친노(親盧)-반노(反盧)세력간 당내 갈등으로 치환되면서 더욱 격렬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초.재선 서명파와 친노진영이 이번 전대에서 각기 독자적 후보를 내세워 `진검승부'를 펴겠다고 공언하고 나서 이미 양측간에 가파른 전선이 형성된 분위기다.

양측간의 경쟁구도도 어느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서명파 쪽에서는 김영춘(金榮春) 이종걸(李鍾杰) 등 이른바 `40대 기수'들이, 친노진영 쪽에서는 의정연구센터와 참여정치실천연대가 지지하는 김혁규(金爀珪) 의원과 김두관(金斗官) 청와대 정무특보가 출전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붙을 전대 의제도 당.청관계 재정립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여기에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계 등 차기 주자진영이 친노 대 반노구도의 전대 경선구도가 짜여질 경우 어떤 식으로든 스탠스를 정할 것으로 보여 당내 갈등이 한층 복잡 다단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당내에서는 이번 만찬회동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명파에 속한 한 초선의원은 "오늘 회의는 당 지도부의 정제된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갈등이 수습되느냐, 안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냐, 안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노진영에 속하는 의정연 간사인 이화영(李華泳) 의원은 "더이상 대응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회동결과를 일단 지켜본뒤 이 문제를 전대로 가져가 검증을 받는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임채정(林采正) 의원과 김덕규(金德圭) 국회 부의장 등 중진의원들은 이날 오전 당의 분열을 막는 `완충모임' 결성을 위한 준비모임을 갖고 향후 당내 갈등 과정에서 적극적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청와대 만찬회동에는 해외 순방중인 국회의장을 수행하고 있는 이호웅(李浩雄)을 제외한 비상집행위원 및 상임고문 18명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끝) 80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