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문제는 이제 전세계 평화와 직결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발전돼 버렸다. 이는 원천적으로 북핵의 위험성을 간과한 김대중 전정권과 현 노무현 정권의 잘못이다. 북한 핵문제를 6자회담 틀 안에서 오로지 이론적 수준의 평화논리로만 해결하기를 바라는 정권들이 저지른 도리킬 수 없는 잘못이다.
6자회담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일종의 수단을 강구하는 자리다. 수단에 대한 상호 합의를 창출하는 자리이지 북핵문제를 탁상공론으로 해결한다는 자리는 아니다. 절대 해결될 수 없다. 6자 회담이 성공한다 해도 어차피 실질적 수단과 방법은 실무적 차원에서 재강구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권은 미국의 부시 제2집권을 맞아 경황없는 틈을 노려 자신의 의지를 펼쳐보려 했으나 실무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칠레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의 흐름으로 봐서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의 생각을 거듭하여 확인했을 뿐이지 노무현의 생각대로 약속한 바도 없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긍정적 평가를 하는지 모르나 부시 집권 2기를 준비하는 와중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비중을 두지 못하는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점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또한 칠레 한미정상 회담에서는 북핵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려 했던 노무현의 생각부터가 대오류다. 미묘한 시기에 파장을 만들어 봤자 그 파장은 향후 부시 제2집권기를 맞아 절대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강경한 일방주의로 흐를지도 모른다는 단순한 우려(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에 강경한 입장을 펼칠 수 있는 무기이며 기회) 때문에 좋은 기회를 던져버린 결과가 된 자리다. 더하여 더 중요한 경제적 문제를 덮어버린 결과를 가져왔기에 이 또한 외교적으로 막대한 손해다.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노무현의 의도대로 미국이 변화한다 해도 그 효과는 일시적이거나 당분간이라는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칠레 APEC은 한국으로 보아서는 다음에 있을 UR과 긴밀하게 연관됐던 아쉬운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를 북핵 문제에 연결시켜 문제를 새로 만들고 이미 확인한 서로의 견해만 공허하게 되풀이한 자리였다면 노무현의 중대한 외교적 실책이다.
북핵문제는 절대 한국이 변수가 될 수 없다. 한국의 당국자들은 6자회담의 초반부터 들러리를 자처했고, 북한의 입장에서의 볼모 되기를 한국의 정권은 주저하지 않았다. 볼모는 볼모답게 굴종하던지 강경하게 나가든지 택일하는 일뿐이다. 6자 회담의 초기 시절을 생각해 봐라.
이제와서 공허한 북한 핵보유 불용과 평화적 해결 원칙을 백번천번 되새긴들 실질적인 대책도 없을 뿐더러 당사자인 북한에게 시간적 여유만 제공할 뿐이다. 전혀 현실에 걸맞지 않은 '북핵문제'를 재차 확인한 칠레 APEC은 한국으로서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친 자리였다.
한국의 떨거지 정권이 제아무리 자화자찬을 늘어놓아도 이미 그 두 마리의 토끼는 멀리 사라졌다. 무엇이 출중한 결과를 창출했는가? 대통령이란 작자까지 자신의 LA발언을 하와이에서 변명한 자리였는데 무엇을 얻고 또 무엇을 더 국민이 기대해야 하는가?
만에 하나 미국이 노무현 정권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 준다 해도 6자회담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번거로움만 생산하게 된다. 지금 여러 외신들을 종합해 볼 때 노무현 정권의 바람은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심지어 노무현 정권은 '북핵폐기'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모 언론에서는 노무현 정권이 북한을 상대로 협상하려 들지 않는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노무현은 현실의 높은 벽을 칠레에서 조금이라도 느꼈다면, 이제부터라도 꼼수와 격에도 맞지 않는 자화자찬식 합리화를 과감하게 버리고 좀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북핵 문제를 민족의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끌어 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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