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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들 대갈통속에는 무었이 들었는지 한심해서 원....

우리는 지금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가?
봄봄 [2004-10-07 PM 15:53:31] 조회/추천:23/0

사랑했고 존경했던 선친께서 어린 나에게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댓가는 돈이 아니어도 무엇으로라도 꼭 치루게 되어있다. 그러니, 이 아버지외에는 신세지지 마라, 형제지간도 나나 니 엄마가 죽고나면 갈라지는 것이니, 부모가 있어서 뒷바라지 해줄 때 받을 수 있는 것 받고, 그리고 그게 끝인 줄 알아라. 형제지간에 기댈 생각은 하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나에게 틈만나면 하시던 말씀이셨다.

6남매나 키우시면서 5째인 나에게 와서는 그 강도가 무척 여려지긴 했지만, 공책 산다고 돈달라고 하면 반드시 그 공책을 들고 가야 했다. 첫 장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썼는 지, 중간에 찢어버린 것은 없는 지 확인을 하시고 공책 살 돈을 주시곤 하셨다. 맏이를 키우실 때는 몽당연필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까지 쓰고 갖어와야 새 연필로 바꾸어 주셨었단다. 선친이 주신 연필을 잃어버려서 교실에서 주어다가 내놓으면 그 색을 기억하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거짓말을 했다며 회초리가 더해지곤 했었다는 회상을 하는 맏형의 추억담도 명절에 모이는 형제들이 종종 나누는 이야기이다.

밥그릇에 밥알을 남기는 것도 허용이 되지 않았었고, 멀쩡한 것을 놓아두고 새로운 것이 생겼다고 사달라고 조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던 유년의 기억 때문일까? 중년을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새롭다는 이유로 무엇인가를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형광등이 켜져있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고, 수돗물이 잘 잠겨있지 않은 것을 보아도 편치 못하다.

빚을 지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범죄에 가까운 행동으로 경계를 하시면서, 이런 말씀도 종종하셨다.
'내돈 7개 가지고 남의 돈 3개 빌리면 그 3개는 내것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내것 5개 가지고 남의돈 5개 빌리면 그것은 다 남의 것이 된다' 성인이 된 이후로 마이너스 통장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나의 경제 생활을 선친께서 보신다면 아마 당장 회초리 꺽어오라고 하시면서, 장탄식을 하셨을 것이다. 이럴 때 아니 계신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소비 생활에 대하여 대략 그런 눈을 갖고 사는 나는 늘 궁금했다. 도무지 가능하지 않은 소비를 하는 이웃들에 대하여. 은행돈을 빌려서 집을 장만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충분히 가지만, 중형승용차를 30대 초반부터 몰고 다니고, 번번이 외식하고 멀쩡한 가전제품을 낡았다는 이유로 버리고 새로 사고 몇달씩 할부를 하면서 백화점에서 비싼 옷들을 사들이는 것이 궁금했다.

내 수입이 동년배 친구들에 비해서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 못하는 것들을 친구들은 이웃들은 잘 하고 살고 있었다. 특히 공무원이라 뻔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들의 쓰임새가 나보다 큰 것을 보면 신기했다. 그러던 그들이 이즈음을 불황이라고 한다. 백화점에 가면 언제나 세일가에 가까운 좋은 물건들이 있어서 나의 씀씀이는 도리어 늘었는데 말이다.

얼마전에 독일을 다녀왔다. 디젤값이 리터당 1유로, 1400원이나 하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에 그득한 차들 가운데는 중대형도 있고. 스포츠카도 심심치않게 볼수 있어지만, 언제나 처럼 정말 작은 소형차들이 많았다. 해가 지기 전에는 모든 상점들이 문이 닫히곤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저녁 8시가 넘었는데 시내 중심가에 있는 노점상들이 여전히 열려있었고, 꽤 많은 상점들이 8시까지 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독일 경제가 어렵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그런 짐작을 했을 뿐이다. 독일어를 모르니까.

그런 상황에서도 로또에 당첨된 어떤 독일인이 그 당첨금 전액을 사회에 기부했다는 소식을 떠올 렸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을 것을 전제조건으로 한 기부. 로또를 샀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마 부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당첨금을 받게 되자 긴 고민끝에 그 돈이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인지, 아님 더 가난한 사람들이 목에 걸려서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지, 그 이름모를 사람은 그 돈을 사회로 돌려보냈다.

그가 두고 두고 그 일을 후회할 지는 모르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수 없고, 소비생활로 기쁨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란 상상을 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부럽다(그런다고 로또를 사지는 않는다. 당첨되면 내가 갖을까봐서^^)

10억만들기 클럽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IMF의 거친 파고를 온몸으로 겪고 지나온 동년배들을 보면, 그 IMF를 이후로 삶의 태도가 엄청나게 바뀌어 버린 것을 확인하게 된다. 돈을 버는 법, 재태크란 단어가 너무나 일상화 되어있고, 온통 그 화제가 전부이다. 나 자신이 먹고 사는 일에 들어가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긴긴 백수시절을 통해서 터득한 나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자유롭다. 그리고 편안하다. 불황을 불황으로 여기지 못하는 내가 문제가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눈에 보이는 내 이웃들의 씀씀이는 여전히 커다랗다. 우리보다 훨씬 부자인 나라 독일의 소비수준보다 높아보인다. 내가 본 것이 틀린 것이었음 좋겠다.

우리나라 역사가 생긴이래 이토록 호사스러운 생활을 했던 세대가 있었던가? 떨어져 있는 거리와 상관없이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으로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 받고 채팅에 메신저에 영상까지, 얻고 싶은 정보도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고, 한겨울에 수박도 먹을 수 있고 한여름에 아이스크림에 빙수를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이즈음.불과 3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아니었던 지금의 세상.

그 풍요로운 세상에 살면서 우리는 불황을 이야기 한다. 여전히 지구상의 인구 대부분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고, 설사로 사망을 하며, 전염병에 걸려서 많은 수가 죽고, 무모한 전쟁으로 인해서 죽고 고통을 겪는다. 내가 볼 때는 모두 다 탐욕으로 보인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탐욕으로 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한다.

언제던가? 만원 이상의 물건들에 대해서 많은 망설임이 필요했던 시절, 갑자기 10만원 정도의 돈이 생겼었다. 그래서 잠시 동안 무척 즐거웠다. 그동안 사고 싶었던 것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날 무엇을 살것인가에 대하여 목록을 작성하다가, 사실은 그것들이 그다지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교훈을 얻었다.

그냥, 소유하고 싶은 욕망의 절제가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로구나. 만원에서 행복할 수 없으면10만원이 아니라 백만원을 한순간에 쓴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겠구나.그러저러한 경험들이 불황이라고 하면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보게한다. 그들의 씀씀이와 입성과 먹성을 보게 된다.

비단옷보다 가볍고 화려한 색으로 따뜻하게 또는 시원하게 몸을 감싸고 있는 그 얼굴의 찡그림.게으름 때문에 사먹는 적당히 비싸고 맛없고 해가 되는 음식들, 반복해서 해야 하는 일상들을 적당히 때우면서 지루하다고 고함치는 모습들...

물론 아무말 하지 않고 그 장면들을 지나치지만, 속으로 혼잣말 하는 것 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나랏님도 없는 곳에서는 욕을 먹는다니까. 혼잣말을 하는 것 쯤이야 가벼운 것이 아닐까? 혼잣말이 무엇인지를 여기에서 밝히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지금의 상황이 견디기 힘든 불황이라고 아무리 아우성을 친들 무엇인가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한 듯 하다. 우리보다 선진국들도 불황이라서 칼같이 문을 닫아걸던 상점들 열어놓는 시간들이 늘어난 것을 보면 말이다. 도무지 바겐세일이란 표시를 볼수 없었던 대단히 유명한 관광지에서 세일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고,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는 표시를 해둔 상점들을 심심치 않게 보니 말이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지금 징징거린다고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 다는 말이다. 그리고 돌아보면 지금보다 부요하게 살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이땅에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밖에 없었단 말이다. 그래서 난 감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럼 그렇게 믿고 계속 불행하게 사세요! 나는 역사상 최대 호황이라고 믿고 행복해 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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