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자나 대통령의 말씀이 일개 초선의원 수준으로 가벼워서는 안 된다. 대통령 중심제의 정치 제도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 정책의 중요한 결정이나 집행으로 연결되기 쉽고, 그에 따라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게 마련이다.
수도 서울을 옮기겠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겠다!
지역대결의 정치구도를 타파하겠다!
삼김정치를 청산하겠다!
수도 서울은 600년 이상 정해져 내려온 사안이고
국가보안법은 60년 이상 정해져 내려온 법률이며
지역대결의 정치 구도는 30년 이상,
삼김 정치는 20년 가까이 내려온 정치 문화이다.
이런 걸 바꾸겠다고 하는 데는 시대적 명분과 사회적 필요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 일개 대통령의 힘과 정책 판단으로 바꿀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이 아니며, 우리 국민 대다수의 공감과 합의, 역사적 명령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대통령 후보자나 대통령이 이러한 나라의 큰 틀을 바꾸겠다고 말씀을 하려면, 시절 인연의 무르익음을 확신하고, 주도면밀한 계획과 집행 방안 등을 마련하고 나서 그 가능성이 최소한 80% 이상 되어야 한다.
이건 되든, 안 되든, 명분론적 타당성이 어느 정도 있는 정책이나 이슈라면 기자들 모아놓고, 또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무책임하게 내질러 본다. 초선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면 "내가 정책 집행자 위치에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꼬리 내려버리면 되지만, 한 나라의 국정 최고 책임자 위치에 있는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면 어찌 하였든 추진하는 생색은 내게 마련이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말, 대통령의 책상 공론이 아무런 비전이나 청사진 없이 국가 정책이랍시고 내걸리게 되면, 수많은 이해 당사자가 반발하고, 수많은 반대 세력에 의해 난도질당하여 유야무야 되고, 급기야 대통령은 병신 팔푼이 꼴이 나고 만다.
그런 식의 한심한 정치 행태가 반복되니까 대통령의 말씀에 권위가 서기는커녕 국가에 대한 파급 효과나 국가적 혼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적 화두를 내뱉는 함량 미달의 불성실한 대통령으로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당하는 것이다.
양치기 우화 속의 소년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매스컴 한번 타보기 위해, 정치적 화두 선점자 소리를 듣기 위해 현실적 고려 없이 수없이 정치적 명제를 늘어놓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거짓말 한번 질러보는 양치기 소년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대통령은 매우 반성하고, 대통령의 자리가 갖는 위중한 무게를 깨닫고, 실현 가능한 정책만을 말씀 하시어 국민들로부터 양치기 소년으로 손가락직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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