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이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을때 많은 국민들이 아낌없이 지지해주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노무현이 청문회에서 전두환과 재벌 총수들에게 날렸던 용기과 신선함을 잊지 못한다.
정치인에게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것인지 알기에 지역감정을 극복하겠답시고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의 용기와 자기 검증 과정은 대통령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민주당 경선에 노무현이라는 이름이 등장했을때 몸은 비록 멀리 있어도 나는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노무현이 이회창의 상대가 안되던 시절에도 나는 한줄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노무현이 당선 되는 날에 먼 나라에서 밤새도록 축하 술잔을 돌렸던 일이 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보여주었던 적절치 못한 행동에도 당신에 대한 나는 아낌없는 지지는 변함이 없었다.
당신이 탄핵 당하던 날 3살 먹은 아들놈을 데리고 거리에 나간것은 당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었다. 아들놈이 추운 날씨에 감기에 들어도 "넌 나보다 좋은 세상에서 살야야 한다"는 말로 어거지(?)를 부렸다.
우리당 국회의원에 기회주의자가 득시글 거리는것 모르는바 아니지만 군사정권-상도동-동교동을 지나는 권력 주류의 교체와 민주화가 얼마나 어려운것인지 알기에 난 당신을 끝까지 지지했었다.
난 당신이 정권을 잡으면 나 같은 서민이 잘 먹고 잘살게 될거라고 생각할 만큼 멍청한것 같지는 않다.
이번 보선에서 참패를 했어도 "28%의 양로원 선거"에 무슨 의미를 두느냐고 애써 당신을 두둔했었다.
어제 당신은 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역시 수구 꼴통들은 일어나지도 않더구만...가망없는 놈들....
그런데 당신은 개혁을 이야기 했고 그건 당신을 뽑아준 이유였기에 전혀 놀라운것도 새로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혁규를 총리 후보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추측이 난무해도 난 당신이 과거에 보여주었던 용기를 믿었기에 당신에 대한 지지를 팽개치지는 않았다.
이제 그 카드가 최소한 정치적으로는 교체할 필요가 있다는것 까지도 인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그 대안으로 떠오른 인물중에 하나가 나로 하여금 당신에 대한 모든 기대와 희망을 철회하게 하였다.
어제 9시 뉴스를 보고 느낀 당신에 대한 분노가 날 잠 못 이루게 한다.
비록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이 사회의 주류, 특히 주류 관료들은 지난 군사정부와 계보 문화를 탈피하지 못한것이 언제나 안타까웠다. 어쩌다 국무회의 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면 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장관의 2/3는 한나라당 당무회의에 가져다 놔도 전혀 손색없으니 당신의 처한 딱한 처지와 국민들의 기대 사이에 엄청난 괴리를 쓴 웃음으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컨데 차관-국장급의 90%는 지난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찍었을것이다. 아! 노무현의 비극이여!
난 당신을 비난하고 싶어서 이런 얘기를 하는것이 아니다. 단지 당신 주변의 한계와 국민들이 기대 사이에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것뿐이다.
처음 당신이 그들과 타협했을때에도, 경제 회생을 내세우며 그들을 다독 거릴때에도 난 당신을 지지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도 국민들도 지친것 같다.
나는 당신이 스스로 '오명'이라는 사람을 총리 후보로 언급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든 당신 주변에서든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차라리 총리 후보로 황우석이나 홍사덕은 어떠신가? 그러구 보니 전여옥이나 정형근도 괜찮아 보이는군. 농담이 심하다구? 너무 시니컬 하다구?
난 진심으로 그들이 오명보다는 나을것 같다고 생각하는데....10년전 청문회와 부산 선거에서 보여주었던 당신의 용기라면 못할것도 없고, 정치적으로도 오명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것 같은데....물론 과학 기술을 살리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고...
당신이 황우석과 함께 찬란한 언론 쇼를 부릴때에도 나는 "대통령은 과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애써 변호했었다.
어제 저녁 뉴스의 충격은 당신에 대한 지금까지의 애정과 지지를 거두어 들이기에 충분한것 같다.
난 어제까지 당신과 우리당이 진정한 보수 세력이 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제 그 희망도 거두어 들인다.
난 이제 정치적으로 당신에게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당신에게 보냈던 내 행동의 경박함이 내 미래의 자산이 되리라는 어거지 희망으로 위로를 삼을것이다. 단지 이제 나의 정치적 "정체성"을 찾는 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떠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개인적 얘기지만 난 애정에 약해서 항상 제일 늦게 떠나는 편이라는것을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부디 한 네티즌의 절규를 잊지 말기를 빈다. "가난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희망없는 가난은 참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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