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노무현 대통령이 9·14 한·미 정상회담 이후 회담과 관련해 별다른 언급이나 후속행사도 갖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뒤 국회의장,대법원장 등 3부 요인과 정당대표를 초청해 회담성과를 설명하곤 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행사조차 안하고 있다.

회담 전에 “한·미관계를 탈 없이 조정하겠다” “내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면 한동안 조용하다”는 등 많은 얘기를 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국무위원 대부분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추진 보고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관련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이번주는 대통령이 쉬면서 기본적인 일정만 소화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13박14일간의 장기순방에 따른 피로를 풀면서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하는 것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는 게 윤 대변인의 설명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평소 스타일과 달리 침묵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선 회담 성과가 기대에 못미쳐 내세울만한게 없고,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송민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핵심참모들이 나서서 성과를 홍보하고는 있지만 본인이 직접 나설 정도는 안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의제였던 북핵문제는 회담 이후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어 노 대통령이 나설 수도 없는 형국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전시작전통제권 문제 등도 정상간에 원칙적 의지만 밝힌 채 실무협상이 남아있어 구체적인 성과라고 제시하기 힘들다.

회담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나설 경우 회담성과 등을 놓고 또다른 정치적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문제를 비롯해 정치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헌재소장 문제로 여야가 대치된 상황에서 여야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을 초청할 수 있겠느냐”면서 “헌재소장이 공백상태이고,중앙선관위원장도 사의를 표명한 데다 총리도 해외순방중이어서 3부 요인에게 설명할 상황도 안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