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로 예고하자 일선 검사들이 뒤숭숭하다. 일부 검사들은 “청와대의 금도(襟度)를 넘어선 정치행위”, “검찰이 선거에 지나치게 관여하다 결국 이런 상황이 온 것”이라며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를 향해 불만을 쏟아냈다. 특히 일선 검사들은 서로 사건을 맡지 않으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정상명 검찰총장 등 공식 라인 간부들은 “고소장이 접수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겠다”고 결정을 유보하는 한편 여러 채널을 통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의견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의 일선 검사들은 서로 “우리는 안 맡겠다”며 떠밀고 있는 양상이다. 공안부의 한 검사는 “당초 특수부가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등의 이명박 후보 뒷조사 의혹을 수사했기 때문에 특수부가 계속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특수부 검사는 “사실상 현직 대통령과 야당 후보가 당사자인 지극히 정치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 사건을 책임진 공안부가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형사부의 한 검사는 “임기(11월23일)가 얼마 남지 않은 검찰총장이야 시키면 그만이지만, 그가 검찰을 떠난 뒤에는 검찰 후배들에게 그 폐해가 고스란히 남는다”면서 “아예 통상적인 고소 사건을 처리하는 조사부나 형사부에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겠다’거나, ‘대선 이후에나 수사하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1997년 김대중 비자금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었듯이, 이 사건도 대선 이후로 미룰 수 있다는 얘기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李石淵)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중앙선관위의 ‘중립 의무 위반’ 결정에 반발해 헌법소원을 낸 데 이어 또다시 국법체계 무시행위이자 국면전환용 정치행위를 펴고 있다”며 “검찰은 당분간 곤혹스럽더라도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리적으로도 야당이 ‘권력의 중심’이란 표현으로 대통령을 지목하지도 않았고, 또 국세청과 국정원이 이 후보의 뒷조사를 한 것이 명확히 드러난 이상 명예훼손죄 자체가 성립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도 진통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아예 특수부에 맡겨 도곡동 땅 문제 등 중단된 이명박 후보 관련 수사를 재개하고, 이 후보도 소환해야 한다”고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검찰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고소장이 접수되더라도 어느 부서에 배당하느냐는 문제부터 시끄러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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