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조선의 색깔공세...취재의 기본이라도 지켜야
아니나다를까. 조선일보는 13일자 신문에서도 색깔공세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공무원노조만이 아니라, 진보운동과 현 정권까지 싸잡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연이은 조선일보의 '야심작'은 한마디로 '소설'이었다.
조선은 사설 "공무원이 주체사상 강의에 넋놓고 있었다니"를 통해 장탄식을 늘어놓고는 "주사파, 정권교체 계기 사회중심부 속속 진출", "박세길씨 강연내용은 주체사상", "주체사상 강연자의 궤변" 등 융단폭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민중의소리>와 통화한 박세길 전국연합 조직위원장은 "동아, 중앙, 연합뉴스 등 종일 기자들 전화에 시달렸지만 조선일보 기자는 전화는 걸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취재원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취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취재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주사파의 실체는 지난 86년 구국학생연합 사건으로 100명 이상이 구속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에 전공노 일부 회원들에게 주체사상을 교육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세길씨도 이 사건으로 구속됐었다"고 보도했지만, 박 위원장은 구학련 사건으로 구속된 바가 없다. (뒤늦게 오보를 안 조선은 '이 사건으로'를 뺐다)
또 조선일보는 "박 위원장은 1989년 ‘이정길’이란 필명으로 주체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철학의 새로운 단계’라는 책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조선은 사실관계에 자신이 없었던지 배달판에서는 책의 이름은 뺐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러한 책을 쓴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나도 그 책은 보았는 데 저자가 철학과 83학번인가로 되어있었던 것 같다. 내가 철학과 81학번이니까 그렇게 추측했나보지"하며 헛웃음을 날렸다.
자기 사상도 모르면서 남의 사상을 단정
조선일보가 인용하는 취재원의 수준도 적지않게 실망스럽다. 조선일보는 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최홍재씨를 인용해 박 위원장의 강의가 주체사상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전직) 골수 주사파'라고 소개한 최씨는 미처 그 강한 인상이 지워지기도 전에 이렇게 '고백'한다.
"80년대 법원에서 우리를 주사파라고 했을 때 아니라고 항변했었다. 나는 민족주의자요 민주주의자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그렇게 믿었었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나는 골수 주사파였더라"
자신의 이념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최씨는 남의 이념을 주체사상이라고 단언하고 있는 셈이다.
최씨의 주장을 전해 들은 박세길 위원장은 "예전에 운동에 몸담고 있던 사람들이 '해봐서 잘 안다'식으로 말하는 데, 사상은 그 사람의 내면에 있는 신념체계의 종합이다. 그 본인만이 '증거'할 수 있는 사상을 그 누가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며 혀를 찼다.
조선일보의 궤변은 "주체사상 강연자의 궤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빛난다.
조선은 "그가 이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 '주체사상을 강연하지 않았다'고 억지를 쓰는 걸 보자니 씁쓸하다. 국가보안법이 아직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주장할 수 없는 처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확신범'으로 한 일을 놓고 슬쩍 피해 가려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럴 때는 차라리 '묵비권' 행사라도 하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주변을 위해서 현명한 판단일 듯싶다"고 박 위원장을 조롱했다.
조선일보가 만약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신문이라면 그래도 그 진심은 믿어줄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구보다 앞장서서 폐지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신문이 "국가보안법이 아직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체사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돌려준다.
조선일보라는 언론을 가장한 '회사'의 직원으로서 어쩔 수 없이 국가보안법을 지지하는 기사, 사실확인도 안된 마구잡이 기사를 쓸 수 밖에 없는 처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럴 때는 차라리 기사를 안 쓰는 게 본인을 위해서나 주변을 위해서나 현명한 판단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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