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시대의 일이다.
간쟁하는 신하들을 물러나라고 하자 대간이 합사(合司)하여 아„다.
어서(御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신하들이 물러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첩경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라
임금의 실정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물러가지 못하겠다고 임금에게 맞선 것이다.
주상이 신들의 말을 불가하다 여기실진대
신들을 파직하라고 직언을 했다.
파면을 당할지언정 사퇴하지는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산군도 이들을 죽이지는 않았다.
이러한 강직한 신하들이 있었음에도
연산군은 실정을 거듭하여 드디어는 쫓겨나고 말았다.
옛날의 대간이라는 것은
사헌부 사간원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기관은 오늘날로 말하면 언론기관과 같은 역할을 하였다.
요즈음과 같은 언론기관이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기관에서 그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요즈음에는 상상이 잘 안 되는
하급 관리의 고위 정치인에 대한 성토가 일상적으로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옛날에도
정부 내에 언론기관이 있었다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목하 정부가 언론기관의 취재관행을 두고
또 한 번 오기를 부려서
한판 붙어 보자는 식으로 객기를 부리고 있다.
참으로 잘 못된 생각이다.
그간에 언론기관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잘못이 있었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빈대잡기 위해 집을 태우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줄로 안다.
노무현이
한 번 재미 본 그 토론솜씨로
일합을 겨루어 보자고 한다니
한동안 잠잠하던 증세가 도진 것으로 보인다.
취재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라고 봐야 한다.
법이 기자실이다 송고실이다 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어떻게 하라고 규정해 놓지는 않았더라도
취재의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는 조치는
헌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디 법이라는 게 할 일이 없어서
정부의 부처마다 기자실을 어떻게 설치하고
기사를 보내는 설비를 어떻게 하라는 거까지야
규정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언론의 자유라는 개념은
취재의 자유에까지 그 개념을 확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며
편집권의 자유까지가 논란이 되지 않았던가?
노무현이 또 그 얄팍한 토론 솜씨를 믿고
권력을 손아귀에 움켜쥔 그 끝발로
한판 붙어 보자고 큰 소리 치고 있으나
참으로 가소롭고
대통령답지 않은 발상이다.
기자실 개혁이라는 말로 합리화 하고 있으나
개혁해야 할 수많은 그리고 시급한 과제들을 두고
기자실부터 개혁해야 될 당위성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노조의 개혁이라든가
민생관련 분야의 시급한 개혁과제를 뒤로 하고
기자실의 개혁을 외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선진국의 사례를 떠들고 있으나
우리의 공직 종사자들이
선진국의 그들을 뛰어 넘었다는 얘기인가?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공직자의 윤리가
선진국의 그것을 뛰어 넘었다는 얘기인가?
개혁이라는 문제를
국가적 차원에서
그리고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여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쌍말로
수가 틀린다거나 꼴릴 때 성질 날 때 열 받을 때
느닷없이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을 뒤집으려 하기 때문에
노무현식 개혁은 성공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령 청와대의 설명이 모두 맞는 말이라 치더라도
이의 실행을 위해서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험상궂은 인상으로
모두 뒤집어 엎어버리겠다는 식의 우격다짐은
어디에서도 성공 할 수 없다.
우리 민법의 각종 정신을 보면
설사 잘못된 권리관계라 하더라도
오랜 기간 지속된 현상에 대해서는
진실여부에 관계없이 사실관계를 보호해 주고 있다.
몇 십 년 시행해 오던 관행을
선진국의 사례(사례가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를 들추며
갑자기 바꾸겠다는 발상은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난다고
정작 해야 될 개혁은 못 하면서
씰데 없는 분란만 일으키는 것으로
아주 잘 못된 것으로 본다.
한번 붙어 보자는 식으로 고집부릴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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