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송통신위에 반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지난 4월 29일과 5월 13일 방송된 ‘PD수첩’ 프로그램에 대해 16일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린 데 대해, MBC는 17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MBC는 “오역과 진행자 실수, 또 이를 지체 없이 정정보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방송 내용 전체가 불공정한 것으로 비쳐지고 방송을 둘러싼 일부 신문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산되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PD수첩의 오역과 진행자 실수뿐만 아니라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사실상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의 비판을 직접 거론함으로써, PD수첩의 방송심의규정(공정성·객관성) 위반을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고 정면 대응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방송계 안팎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MBC 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야당 추천위원 3인이 심의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퇴장한 후 친정부 성향의 6인 위원들끼리 모여 일사불란하게 내린 심판”이라며 “(방통심의위의)표적심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6일 심의 의결한 ‘PD수첩의 광우병 방송 1·2편’에서 영어 오역(誤譯) 6곳과 오보 1곳을 포함해 10가지 심의규정 위반 사례를 제시했다. ‘시청자 사과’는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법정 제재다.
공중파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법정 제재는 시청자 사과나 해당 방송 프로그램의 중지,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주의·경고 등이 있다. ‘시청자 사과’ 징계를 받으면, 방송사는 방통심의위가 작성한 ‘시청자 사과문’을 시청자에게 고지(告知)해야 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MBC의 공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안민호 숙명여대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를 민간에게 맡겨 국가권력이 방송에 개입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MBC가 결정을 받아들여 진심으로 사과하면 검찰도 한발 뺄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MBC입장 전문.
문화방송은 지난 4월 29일과 5월 13일 방송된 PD수첩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제재를 받았습니다.
4월 29일에 방송된 PD수첩 프로그램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미국산 쇠고기의 도축실태를 점검하고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기획됐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의도가 공익성을 갖고 있더라도 프로그램 내용 가운데 일부 오역과 생방송 중 진행자의 실수가 있었고 이를 지체 없이 정정 방송하지 않았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문화방송은 방송 내용 전체가 불공정한 것으로 비쳐지고 방송을 둘러싼 논란이 일부 신문들의 악의적인 보도로 확산되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PD수첩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고 판단합니다.
문화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공식 결정문안을 받는 대로 재심 신청 여부 등 회사 방침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문화방송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뢰 받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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