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실제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지도 않은 외주 제작사를 공동 제작자로 끌어들이며 4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MBC는 또 이 외주제작사에 PPL(product placement·상표 노출 협찬)을 포함한 기업 협찬광고를 끌어와 4억원을 회수하도록 했다.
이는 본지가 단독 입수한 MBC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현재 방영 중)에 대한 MBC, 외주제작사 제이투픽쳐스, MBC프로덕션이 2007년 10월 1일 맺은 이면 계약서에 따른 것이다.
현행 방송법상 지상파 방송사 및 자회사는 기업 협찬을 유치할 수 없다. MBC는 외주제작사와 이면계약을 통해 협찬 광고를 편법으로 유치한 셈이다. 그간 방송계에서 이 같은 ‘가장 외주 제작’ 관행에 대한 소문은 돌았지만 실체가 드러난 건 처음이다. 제이투픽쳐스 관계자는 “협찬을 최대한 끌어와도 4억원을 회수하기란 불가능하지만 지상파 드라마 제작 실적이 있으면 투자를 받기가 좋고 추후 편성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생각해 이면계약을 했다”며 “MBC뿐 아니라 자체 프로덕션이 있는 SBS에도 이 같은 관행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래도 좋아’의 연출·캐스팅·스태프 구성 등 실제 제작은 MBC프로덕션이 전담했으나 실제 방송에선 제이투픽쳐스 대표 이름이 제작자로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MBC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제이투픽쳐스를 거쳐 MBC프로덕션으로 100% 넘어가며, PPL 위반으로 물게 되는 벌금 등 책임은 제이투픽쳐스가 지도록 돼 있다. 또 저작권 등 드라마에 대한 권리는 모두 MBC에 귀속되도록 명기됐다. 거의 ‘착취 계약’에 비견될 정도로 제작사 측에 불리한 조건이다.
제이투픽쳐스의 ‘가짜 실적’을 믿고 투자한 사람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실제로 제이투픽쳐스는 설립 5년 만에 자체 기획 드라마는 단 한 편도 못 만들어 보고 30억원에 이르는 부채만 남긴 채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이처럼 외주제작사를 협찬 유치용으로 이용한 지상파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와 저작권 독점 관행 등을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이에 대해 MBC 드라마국 소원영 CP는 “MBC프로덕션의 일이지 우리(MBC)가 관여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MBC프로덕션 이민수 제작부장은 “위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MBC법무팀과 내부 회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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