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홈페이지를 광고로 도배하겠다는 발상인가?
-`KBS홈페이지 광고 재개 및 유료화`는 철회돼야 한다-
웃음거리가 된 `KBS홈페이지 개혁 선언`
KBS 홈페이지에서 상업적인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대국민 약속`이 불과 두달 만에 `공수표`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공영성 강화를 위해 인터넷 광고를 폐지하겠다는 `역사적 결단`이 불과 두달 만에 번복됐다.
KBS는 지난 3월3일 임직원 명의로 `KBS 홈페이지 개혁 선언`을 발표했다. 홈페이지를 완전한 공영 서비스 개념의 `제3의 방송채널`로 변신시키고, 상업적 색채를 말끔히 씻어내겠다는 `클린 홈페이지`선언이었다. 고화질 VOD서비스의 기한 제한도 없애고, 품격 훼손의 소지가 있는 일체의 수익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은 상업방송과 확실히 구별되는 결단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약속이 불과 두달 만에 물거품이 됐다. 최근 사장 명의로, 관련 부서에 전달된 `KBSi 경영 안정화 방안` 시행 공문엔 `동영상 광고를 지속하면서, 올해 안에 배너 광고를 70%까지 복원`하고, `VOD무료 서비스 기간을 2주간으로`제한하며, 부가사업을 재개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홈페이지 광고 폐지 계획을 취소하고, 사실상의 상업화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이다. 손바닥을 뒤집는 듯한, 너무나 손쉬운 번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홈페이지의 공영성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발상은 재고돼야 한다.
수신료를 토대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통해 인정받는 정도를 걸어야 한다. 수익사업 개발에도 상식이 있고, 양식이 있어야 한다. 완전한 공영 서비스라고 홈페이지의 성격을 천명한 KBS가 슬그머니 홈페이지 광고를 활성화시켜 나간다면, 국민은, 시청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공영성을 내세우기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는 공영성을 생명으로 하는 KBS가 행할 도리가 아니다. 일단 광고의 고삐가 풀린 이상, KBS홈페이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빙자해 `광고`로 도배될 가능성은 자명하다.
홈페이지는 방송사의 장신구가 아니다. 인터넷이 지상파 방송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는 지상파 방송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생각하면, 홈페이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온갖 상업성이 난무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KBS 홈페이지는 이미 공익성의 상징이자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민적 합의 없는 홈페이지 상업화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공영성을 훼손하는 `홈페이지 상업화 정책`은 전면 백지화돼야 마땅하다. KBS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공영방송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
KBS 홈페이지는 `특정 계열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영성`과 `효율성`의 원칙 아래 운영돼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홈페이지 광고 강화 결정의 주된 요인이, 사측 스스로 밝힌 것처럼, `특정 계열사`의 수익 사업 지원이라는 점이다. 이는 국민적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다. `클린 홈페이지`라는 대국민 약속 번복의 목적이 KBS의 존재 근거인 `공영성`의 강화가 아니라, 자회사의 수익 보존에 있다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널리 알려졌다시피, 홈페이지를 위탁받아 운영해온 `계열사`는 이미 여러 차례, 중요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심지어, 총선 당시 인터넷 서비스를 `오류`와 `장애`투성이로 만들어, KBS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었다. 관련 부서에서 대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쯤되면, 사업 이행 능력부터 철저히 재검증한 뒤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하지 않는가. 세상에 어느 기업체도 계약 불이행 빈발 업체에 대한 차별적 지원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중대사고`의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의 확증도 없이, 해당 업체의 이익부터 보장하라는 취지의 지침이 `윗선`에서 내려왔다는 점은 분명히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KBSi가 스스로 공시한 `목적 사업`을 보면, 인터넷 기반 미디어 사업과 전자상거래, 매니지먼트와 소프트웨어 개발, 부동산 매매와 지분 투자 등 매우 다양하다. 만약 이 많은 `사업 영역` 중 유독 KBS홈페이지의 상업적 운영에만 목을 매고 있을 만큼 허약한 업체라면, 존재 목적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차제에, KBSi를 비롯한 KBS계열사들의 생존전략과 발전방안에 대한 체계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본다. 계열사 육성은 `경영의 기본 원칙`과 `상식`의 차원을 결코 벗어나선 안 된다.
우리는 홈페이지, 더 나아가 계열사 문제를 바라보는 사측의 전향적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홈페이지 운영 방법은 `효율성`과 `공영성`의 원칙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모색돼야 한다. 사측 스스로 강조한 `공영성 있는 제3채널` 홈페이지는 특정 업체가 아니라, 시청자와 국민, 온라인으로 연결된 전 세계인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거듭 촉구한다. KBS는 인터넷 홈페이지의 공영성을 강화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KBS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영방송이다.
2004년 5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71246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