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KBS사장으로 임명된 정연주씨는, 자신의 두 아들로 하여금, 미국 시민권을 따게 하고, 군대를 뺐으며, 미국에서 주류가 되라고 적극 권장하였다. 그런데, 한겨레 칼럼에서는, 철저하게 미국의 단점을 파헤쳐 미국은 망할 나라라고 성토했다. 그의 칼럼을 순진하게 읽는 젊은이들은 미국을 경멸하였을 것이며, ‘망할’ 나라인 미국으로 유학 가서 미국의 주류가 될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씨는, 자기 자식은 미국에서 출세하라고 하고, 남의 자식은 미국을 증오하게 만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이회창씨나 장상씨의 아들이 군대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입에 거품을 물고, 그것은 특권계급의 행태라고 비난했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정씨 자신도 어떤 이유로든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것이 발각되었다. 정씨는, 남의 집 자식이 군대가지 않은 것은 소수의 특권계층의 편법이고,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식이 군대 안 간 것은 한사코 정당하다고 소리친다.
정씨 자신이 이미 그런 인생을 살고 있다면, “미국은 주류가 되어 살아도 좋은 나라이며 어찌어찌하여 군대는 빠질 수 있는 것이며 군대를 안 갔다고 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했어야, 최소한 정직했으며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심은 있었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앞에서 자신은 전혀 안 그런 척 하며 “그것은 못 된 행위다!”라고 비난하되, 뒤에서 ‘그 못 된 짓’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면, 그런 인간은 비열한 이중인격자이며 기회주의자인 것이다.
2.
지난 주 토요일(5/24), 정연주씨가 사장노릇 하는, KBS의 ‘추적 60분’은 이상한 방송을 했다. 국정원에서 고영구씨와 서동만씨가 중책을 맡은 것과 관련한 것이었다. 그들이 임명되기 전이면 모를까, 노 대통령의 고집대로 이미 임명되었고, 게임은 끝났는데, 왜 추적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했다.
결론은 이렇다. 고영구씨와 서동만씨는 전혀 친북적인 경향이 없는데, 국회정보위가 이른 바 ‘색깔론’으로 그들을 매도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홍준표, 김용갑, 정형근 의원은 매카시즘에 매몰되어, 멀쩡한 사람을 ‘빨갱이’로 모는 냉전꼴통으로 비치게 했다.
2.1.
나는, 국정원장 청문회를 일부 시청했는데, 고영구씨는, 국정원장 할 사람에게 결코 적합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보았다. “북한이 적화노선 포기 땐 ,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추진하겠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나는, 100만 원씩 주겠다. 단, 우리 집에 금송아지 100마리 있으면.” 이런 말을 하는 게 소용 있을까? 전혀 가능성 없는 상황을 가정하여 허풍을 떨면, 듣는 사람을 희롱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가정은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다. 고영구 원장은 ‘북한이 적화노선을 포기할 때면’이라는 가정을 했는데, 과연, 북괴가 적화노선을 포기할 것 같은가? 정말 그럴 가능성이 있는가?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이어지는, 우리 동포 우리 민족의 인권을 철저하게 탄압하는 독재체제, 걸핏하면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 남한은 헤아릴 수 없는 재난을 입을 것이다”라고 협박하는 폭력체제가 유지되는 한, 북괴가 적화노선을 포기할 가능성은 0%라고 말해야 상식이지 않을까? 미리, 북괴가 적화노선을 포기한다는 가정을 한다는 자체가, 고영구씨는 국정원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하지 않는가? 국정원의 역할은,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북한을 경계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그가 인권운동가라는 점은 인정하겠다. 그가, 매우 인도적인 관점에서 북한과 교류를 추진하는 대한적십자사의 총재가 된다면 맞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KBS는, 고영구씨가, ‘북한이 적화노선을 포기한다면,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한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다. 매우 인도적이며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인물이라는 느낌만 들게 했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을 배척하는 국회정보위나, 홍준표, 김용갑, 정형근은 정말 되먹지 못한 인간들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2.2.
서동만씨는, 결코 친북성향의 인물이 아니라는 식으로 소개되었다. 그의 논문이나, 발언에서, 중립적으로 학문적으로 북한을 연구하고, 추호도 북한체제를 긍정하지는 않았다는 부분이 적극 소개되었다.
북한연구 전문가라는 서동만씨는 통일연구원 포럼에서, 북괴의 서해도발은, ‘군사적으로 계획된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우발적인 것이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북괴가 서해에서 깽판을 쳤으면,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마땅히 북괴를 규탄하고 김정일의 사과를 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김대중씨는 무슨 엄청난 약점이라도 잡힌 것처럼,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유가족을 외면했고, 얼렁뚱땅 넘어갔다. 이회창씨의 두 아들이 군대 안 갔다고 입에 거품 물던, 김대중 지지자들 역시, 우리 해군 사상자를 위해 촛불 한 자루 켜주지 않았으며, 북괴의 도발을 규탄하면 “지금 전쟁하자는 거냐!”라는 욕설을 내뱉으면서 입 닫치라고 소리쳤다.
‘그것은 우발적인 것이었다’는 말은, 오직 김정일 자신이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사과할 때 할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그런데, 이쪽에서 미리, 그것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일 게다, 그러므로 대충 넘어가자,고 변병 해준다면, 서해교전 사상자들의 어떻게 되는가? 개죽음을 당했는가? 북괴가 포탄을 쏠 조짐이 있을 때, 즉각 토낌으로써, 목숨을 부지했어야 하는가? 괜히 국토방위에 헌신하다가 죽거나 다쳐봤자, 명예도 없고, 재수만 더럽게 없는 격이니, 부모님들만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인가? 북괴는 언제든지, ‘우발적인 깽판’을 쳐도 무방하다는 것인가?
그런데, 나로 하여금, 서동만씨는 국정원의 고위관료로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했던, ‘북괴의 서해도발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일 게다’는 사상은, 소개되지 않는 거였다. KBS는 서동만씨가 국정원의 중책을 맡기에 전혀 결격사유가 없다는 정보만 소개하는 거였다. 그리하여, 서동만씨를 반대했던, 홍준표, 김용갑, 정형근은 완전히 ‘막 가자’는 식으로 정치하는 의원이라고 유추하게 했다.
2.3.
KBS PD는 추적 60분을 마치면서,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국민은, 그런 상황을, “내년 총선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었다. 그것이, 추적한 이유였다. 그날 방송의 의미는, ‘홍준표, 김용갑, 정형근 같은 국회의원은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이 완벽하게 특정 정파의 관점에서, 벌써부터 선거운동을 했던 것이다.
3.
KBS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시청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이다. 영남에서, 호남에서, 시청료를 내고, 충청, 경기, 강원, 제주 할 것 없이 모두 시청료를 낸다. 이회창 지지자도, 노무현 지지자도, 김대중 지지자도, 김종필 지지자도, 그리고 그들을 반대하는 자도, 모두 시청료를 내고 있다. 그러므로, KBS는 정치적인 프로를 기획할 때는, 매우 엄격하게 중립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합당한 도리이다.
그러나, KBS방송 관계자들이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심을 내팽개치기로 작정했다면, 당당하게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내보낼 수 있을 것이다. KBS가 비열한 방송으로 평가받기를 자처한다면, 특정 정파를 지지하지 않는 시청자들로부터 시청료는 받아 챙겼으되, 그들에게 완전히 엿 먹이는 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서도, 무슨 정치개혁을 한다고 잘난 척을 할 것이며, 전혀 거리낌도 없을 것이다.
시청료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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