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판사비리 > 판사가 폭력조직과 내통

<법률전문 대표 인터넷 사이트 로우피플에 실린 기사입니다>

법관 잇따른 부적절한 처신…법관윤리 흠짐
사법불신 우려, 고비처 수사대상 판·검사 포함 영향 줄까

인천지방법원이 지난 4월 법원장 등이 재판 중인 사건 당사자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아 물의를 빚고 사임한 데 이어 최근 영장전담 판사가 폭력조직 두목의 영장을 기각한 뒤 이 사건 변호인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 법관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관윤리강령 규칙에 따르면 사법작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관은 재판 업무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와 대리인 등 소송관계인을 법정 외에 장소에서 면담하거나 접촉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법부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 직후 대법원이 법관윤리강령을 개정(98년)하면서 “법관은 공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고 법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갖춰야 한다”고 천명하면서도 “타율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법관 스스로의 책임과 규율 아래 잘 지킬 것”만을 강조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법관의 부적절한 처신이 자칫 사법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며, 최근 사법개혁위원회는 물론 정치권에서 전관예우 등을 금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수사범위 대상과 관련, 판·검사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번 사건은 검찰이 인천 최대 폭력조직 두목 손모(42)씨에 대해 폭력행위(공갈)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영장전담 A판사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또 다른 피해자와는 합의했다”며 기각하자 손씨는 도주하고, 영장기각 후 손씨의 변호인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비롯됐다.

특히 A판사의 “손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변호인이 전화로 문의한 것은 사실이나 영장기각과 관련이 없다”는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이 A판사와 대학,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 때문에 전화통화 내용에 관계없이 법관윤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당시 손씨는 지난해 10월 피해자 최모씨가 김모씨로부터 빌린 도박자금 700만원을 갚지 않자 돈을 갚도록 최씨에게 협박하고 또한 같은 해 4월 또 다른 피해자로부터 상가구입 자금명목으로 3천만원을 뜯어내 폭력행위(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영장기각 뒤 이틀만에 재청구된 영장은 다른 판사에 의해 발부됐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인천지법원장과 부장판사가 재판 중인 사건 당사자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법원장은 사직했으며, 부장판사는 지방으로 전보 발령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6월 수원지법 안산지원 영장전담 A판사도 수뢰혐의를 받고 있던 E총경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이 사건 K변호인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등 물의를 일으켜 전보발령 됐으며, 특히 K변호사는 안산지원의 영장전담판사에서 변호사로 개업한 뒤 하루만에 이 사건을 맞아 전관예우에 대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신종철 기자 [email protected] 7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