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수험생들에게 법원에 관한 제 경험 느낌을 적으려고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기회가 닿으면 여러 번 쓸건데 오늘은 제가 처음 발령받아 재판업무 한 경험에 대해서 조금 쓸께요.
발령받은 첫날부터 민원인과 상담하고 계속 울려대는 전화받고(막내니까) 다음날은 재판있다고 법정에 들어갈 준비하라구 하고....
저녁에 같이 발령받은 계장님과 선배님들이 첫출근을 축하하는 회식이 있었는데
나는 소주 몇잔마시고 바로 들어와서 일했습니다.(다음날이 재판이었으므로)
재판건수는 첫 기일이 들어가는 기록(신건)과 몇번 재판이 진행된 기록(속행이라고 합니다)으로 나뉘어 120건정도 하는데 아침 10시부터 저녁6시까지 하루종일 하게 됩니다.
우선 재판이 시작되면 판사님 들어오실때 기립해야하고 바로 선고를 하게 됩니다.
참고로 저는 민사재판부였습니다.
2000만원 미만은 소액이라고 해서 심리를 진행하다가 증거가 충분하고
피고가 청구원인에 대해서 인정하면 첫 기일에도 선고를 할수 있습니다.
다만 2000만원~1억까지는 중액이라고 해서 다음 선고기일을 지정합니다.
재판은 사건번호 순으로 진행하며 중간에 핸드폰이나 잡담소리가 크면 판사님이 혼을 냅니다. (주의정도 ^.^)
재판을 하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상대방이 주장한 내용에 관해서 핏대를 세우고 반대합니다.
자기말이 진실이라고...더 안타까운건 가족끼리 싸우는건데 그 때는 정말 눈을 뜨고 못봅니다.
형제끼리 저래야 하나....
2시간의 오전 재판이 끝나면 판사님,계장님과 점심식사를 하러 갑니다.
늘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해 늘 힘들어 하지요.
점심 먹으면서 재판하면서 재미있었던 사건에 대해 토론도 하고 다음 재판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우리 법원은 판사와 직원간의 상호존중이 어느 기관보다 좋습니다.
특히 재판부는 판사와 계장, 주임의 일이 서로 다르지만 하나로 융화가 잘 돼야
판결이 나오기 때문에 판사님도 말단 직원에게 존대말로 대합니다.
주임이 소환장 잘 보내고 기록정리 잘하고 해야 계장님도 조서를 잘 꾸미고 그 다음에 훌륭한 판결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판사와 계장, 주임은 한 팀이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많습니다.
식사 후에는 오후 재판을 준비하는데 조금 짜증나는 일은 문건정리를 다 마쳤는데
급히 들고와서 접수시켜달라고 하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바쁜데....
더 황당한건 법정에서 가방이나 핸드백에서 문서낼 거 있다고 구겨진 문서를 내시는데
그때는 정말 ...판사님께 혼납니다.(접수도 안돼있고 사본도 없기 때문에)
증인신문할때는 참 견디기 힘든 시간입니다.
짧게는 20분 길면 1시간도 넘는데 그때는 주임이 할일이 없거든요.
식사 후 졸음이 몰려와 긴장이 풀려서 새우잠을 자기도 하구.
직업의식 때문에 심문이 끝날 때면 눈이 딱 떠지지만 그렇지 않을때는 판사님이 깨우기도....(내 얘기는 절대 아님!!!)
또 하나 힘든점은 여름에도 양복입고 폼(?)나게 앉아 있어야 한다는 점.
기록 올리고 내리고 원,피고 출석체크하고 문서에 도장 받으러 왔다갔다하다보면 온몸에는 땀이 범벅이 되는데 신성한 법정이라 옷을 막 벗을 수도 없고...
에어컨이 고장이라도 나면 나는 양복 윗도리는 벗지만 계장님이난 판사님은 더워도 법복을 벗지 못하구..에구에구 힘든 직업입니당...
그렇게 하루 재판이 끝나면 서로 수고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안도의 한숨.....휴...
재판이 끝나도 할일은 많습니다. 기록 다시 가지고 올라가야죠,문서 정리 다시 해야죠.다음 기일 소환장 보내야죠. 보정명령 내려야죠. 판결문 송달해야죠 등등등.....
그래도 재판 끝나면 판사님,계장님과 모든걸 팽개치고 나가서 들이키는 생맥주 한잔....캬... 한주일 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열쇠입니다.
오늘은 재판에 관한 글을 올렸지만 다음에는 법원의 다른 일에 관해서 올릴께요.짧게 쓰려다가 길게 된것 같은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하구요. 수험생 여러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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