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 2003나 5121
피 고 : 대한민국
원 고 : 안주일 외 2명(안태형, 오명순)
변론일시 : 2004년 11월 9일 13시
장 소 : 광주고등법원 404호판사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북 정읍에 사는 안영실이라고 합니다.
위 사건과 관련하여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염치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위 원고는 제동생과 제 부모님입니다.
몇일전 부모님 댁으로 변호사님 측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번 판결에서 패소할거 같다는 내용이였다고 합니다.
그 말을 전해 듣고 패소한다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아서, 억울한 마음에 하소연이라도 한번쯤은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판사님이 중립된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시고 판단하시여 판결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지만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제 억울한 마음을 누구에게든 알기고 싶어서 이글을 쓰게 됐으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어릴 적부터 저희는 부모님과 할머님과 4형제가 가진 것을 별로 없었지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특히 집안에서 막내였던 주일이는 항상 재롱둥이였지요.
항상 막내였지만 성격이 활달해서 집안에 웃음을 주었고요.
초등학교 입학하고 며칠이 되지 않아 집으로 같은 반 여자친구들이 찾아왔었습니다. 주일이를 보고 맘에 들어 집에까지 쫓아온 여학생들이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인기가 많았던 아이였지요.
공부보다는 운동을 좋아해서 항상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성격이 밝고 활달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성품 덕에 항상 주위에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장난기가 많은 덕에 중학교때는 선생님들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었지만 활달한 성격 때문에 선생님들도 주일이를 많이 좋아했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때는 효행상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때는 반에서 부실장도 했었고, 선도 부원으로도 활동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좋아해서 농구부서클에도 가입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길거리 3:3농구에도 출전할 정도로 운동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만큼 친구들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고등학교말 무렵부터는 용돈을 벌겠다며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중학교때도 방학 때마다 틈틈이 신문배달이며 공사장 일용직이며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의 용돈은 마련하여 쓰던 아이였습니다.
추운 겨울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이 트고 동상이 걸릴 정도로 힘든 일이였지만 힘들다는 투정한번 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번 돈으로 가족들에게 선물을 해주기를 좋아했습니다.
대학에 가서 진학한 대학의 전공이 맞지 않는다며 휴학을 하고 군에 자원을 하고 입대일자가 나오는 날까지 아르바이트를 했었습니다.
20살 어린나이였지만 철이 많이 든 아이였기에 일찌감치 군에 갔다온 후 자신의 삶을 살려했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의경에 지원을 했었습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군대 어차피 가야한다면 쉽게 가야한다고. 그런데 제동생은 어려운길은 택해서 갔더군요.
의경중에서도 힘들다는 서울에 그것도 서울 1기동대에..
몇 번 면회를 가서 그곳이 어디에 있는 곳인지 압니다.
연대후문에 위치한곳. 대학중에서 데모많기로 유명한 대학..
착한 내동생은 어려운 길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군에 갈 때 워낙 성격이 활달하고 운동도 잘해서 잘 적응하고 지낼거라 생각했습니다.
체격도 안좋고 운동도 싫어하는 오빠가 무사히 제대한 것을 보고 제동생은 오빠보다 훨씬 체격도 좋고 운동도 좋아하기에 정말 잘해낼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기대감이 일 년만에 무참한 현실이 되어서 되돌아왔습니다.
‘자살기도’ 너무나도 엄청난 일이였기에 당황하고 놀래고 무서웠습니다.
착하고 여리고 건강하고 활달하고 유머스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 자살을 기도했습니다.
다른 일도 아닌 부대에서의 구타와 관련된 일로 말입니다.
부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게 힘들다며 부대를 옮겼으면 좋겠다며 투정을 했었는데 전 그정도일줄은 몰랐습니다.
어떤 상황이 제동생을 죽음으로 몰고갔는지..
사람이 죽음을 선택했을 때는 모든 것이 힘들었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나 제동생은 우리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였습니다.
특히 엄마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우리를 두고 죽음을 선택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대쪽에서는 제동생에게만 잘못을 돌리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동생에게만 잘못이 있었다면 죽음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살기도 후 다행이 살아나기는 했지만, 겨우 생명만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나날들을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으니까요.
나중엔 병원에 있는 것을 싫어해 어쩔수 없이 집에 데려와야만 했으니까요.
부대쪽에서는 제동생의 음주사실만을 거론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주실 것은 음주를 하게 된 이유입니다.
제동생은 자살기도이후 얻게 된 병명이 우울증과 정신분열이였습니다.
앞에 서술해 놓은 것과 같이 군에 가기 전에는 너무나 활달한 아이였기에 우울중이나 정신분열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였습니다.
그런 아이가 우울증과 정신분열인 상태가 되어서 장애3급판정을 받았습니다.
친구를 좋아하던 아이가 운동을 좋아하던 아이가 친구만나기를 꺼려하고 집에서 나가는 것조차 싫어했습니다.
가족들은 동생을 달래보려고 병을 고쳐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재판을 진행하는 동안 병은 더 깊어갔습니다.
아버지가 억울한 마음에 시작하는 재판이 제동생에게는 싫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병을 부추기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부모님은 정말 할 수있는 모든 일을 다하셨습니다.
많은 병원도 다녀봤고, 심지어는 내림굿이라도 해라는 권유에 빚을 얻어가면 굿까지 해야했습니다.
아들을 살리겠다는 욕심에 아버지는 카드빚을 얻어 굿을 해줬습니다.
덕분에 아버지는 지금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입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동생은 작년에 저희곁을 떠났습니다.
조카가 보고싶었는지 저를 결혼하라고 부추 켜서 이뻐하던 조카가 만7개월이 되는 날 떠났습니다.
자살기도를 했을 때 농약을 먹어서인지 항상 속이 좋지 않았던 아이라서 그래서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고통이 덜하니까요.
좋아하는 음식도 먹고 싶다고 해서 해주면 먹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토해냈었습니다.
먹고는 싶지만 속에서 받지않아서였겠지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힘들다는 말 한번 제대로 하지않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 원망조차 한번도 하지않고 떠났습니다.
재판을 시작하면서 아버지께서 누가 힘들게 했었는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피해가는게 싫다고 했었습니다.
자기 때문에 다른사람이 피해보는게 싫다고 말입니다.
그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었으면서도 말이죠.
재판을 시작하면서 부대쪽에서는 증인이 될만한 사람들은 모두 연락을 미리해 저희쪽과는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저희 신랑이 그러더군요. 자신이 미리 알았더라면(결혼전에 시작된 재판이라서) 처음부터 말렸을거라더군요.
국가를 상대로해서 이길수없다고, 자신이 지켜봐서 안다고.
제 신랑은 전기업에 종사합니다. 한전에서 단가업체로 있는 곳에서 오랜기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한전의 실수로 피해를 본 사람이 있었는데 그사람이 한전을 상대로 재판을 하게 되자 5년이란 기간동안 시간을 끌고 분명 한전의 잘못이 있었지만 결국은 그사람이 패하고 말았다고.
국가를 상대로 정부단체를 상대로 해서는 절대 이길수없다고요.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아야한다고요.
이것이 세상사는 진리인가요?
전 항상 진실은 통하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사람을 대할 때 진실로 진심으로 대하면 그사람이 날 알아주듯이 세상도 알아줄거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럴거라고 아직도 믿습니다.
억울한 마음과 불쌍한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과 그 동생이 천국에서나마 편한하길 바라는 마음과 동생 때문에 항상 마음 아파하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지금도 보고싶은 동생을 생각하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제 마음 조금이나마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7136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