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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불신 현실화 “판결 못믿어”

법조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관행 전 고법부장판사가 구속되면서 조전판사가 재직 중 맡았던 재판 결과를 수긍할 수 없다는 진정서가 제출되는 등 ‘사법불신’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조전판사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한 2004년 조전판사가 진행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박모씨(54)는 10일 서울중앙지검에 판결에 문제가 없는지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박씨는 2004년 하모씨를 상대로 2억3천여만원의 매매대금 소송을 제기했다. 박씨는 “하씨가 소송과정에서 내게 준 적도 없는 5천만원을 ‘수표’로 건넸다고 주장하며 위조된 은행출금전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출금전표에 대한 확인을 재판부에 신청했지만 당시 조판사로부터 “왜 시간낭비를 하느냐. 쓸데없는 증거신청으로 재판부를 창피하게 만들지 말라”는 면박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박씨를 대리한 이모 변호사는 “결국 내가 은행 직원으로부터 원본을 받아내 제출했지만 이마저도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을 찾은 민원인들도 “나도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법원을 찾았는데 불안하다” “이런 일이 한둘이겠느냐”며 불안해했다.

우려했던 판결불복이 현실화하자 법원은 크게 당황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만 재판에 승복할 수 있는데 그게 무너졌다”고 파장을 우려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법불신이 판결불복으로 진행되면 국가 체제가 어떻게 유지되겠는가”라며 “사태가 위험한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은기자 [email protected]〉 72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