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적이고 고압적인 재판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법률소비자들이 윤리불감증에 걸린 사법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됐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재판의 피해자들이 30일 오전 11시 법원 앞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을 옹호하고 사회 범죄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판결’을 내놓은 재판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고압적인 자세로 막말 재판을 해온 것은 물론 공판조서까지 허위로 작성해 결국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판결을 내놓은 재판부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것.

▲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억울한 피해자들이 '파행재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적절 언행에 불법행위까지 하면서 무죄 낸 판사?

서울남부지법 형사 10단독 재판부는 지난 28일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1심 재판을 받아온 김모 씨(3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을 맡은 정 판사는 공판 내내 파행재판과 공판조서 허위작성 논란 등으로 물의를 일으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판사는 판결문에서 ‘냉면을 먹다 급사했다’ ‘남편과 자식을 버렸다’ ‘사탄의 충견 된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간통자다’ 등 수위가 높은 악성댓글에 대해 사실 적시가 아닌 입장·의견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교단에 대한 사이비, 사탄 집단, 적그리스도 집단 등의 표현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진위를 판단하거나 이를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종교적 입장에 근거한 의견 내지 평가에 불과’하다며 명예훼손에 있어서의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 판사가 첫 공판 때부터 증인에게 ‘위증’라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며, 공판 내내 ‘고소취하하라’→‘친고죄다’→‘모욕죄다’→‘유죄다’→‘무죄다’→‘무죄확률이 90%다’→‘무죄다’라며 말을 바꾸고 재판결과를 함부로 예단하더니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며 격분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검찰 측에서 입증자료를 마련해 재판부에 제출하였음에도, 정 판사는 다음 공판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입증보완 신청을 모두 불허하고 검찰의 입증기회조차 박탈한 채 일방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들은 정판사가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공판조서를 허위로 날조하면서까지 변론종결하려다가, 검찰의 변론재개로 1기일 속행한 후에 재판을 끝냈다고 주장했다.

속행한 21일 재판에서 검찰은 증인신청을 해 놓은 상태였으나, 정 판사는 검찰의 공소장변경과 증인신청을 불허하고 공판검사의 구형절차 없이 결심재판을 했었던 7일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서둘러 28일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 재판을 끝냈다고 했다.

사이버 범죄 장려해 사회 문제 야기할 우려 다분한 판결

피해자 한모(47)씨는 “김씨의 악성댓글 내용은 객관적인 판단에 비추어 봤을 때 구체적인 (허위)사실 적시임에도 모두 ‘의견 표명’으로 못 박았다”며 “피해자가 소속된 단체가 다년간 꾸준히 사회봉사활동과 국위선양 활동으로 국가, 기관장으로 부터 받은 훈장과 포장 및 표창장 사본을 증거로 제출해 ‘사이비, 사탄 집단, 적그리스도 집단’이라고 비방한 피고인의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었음에도 정 판사는 고의적으로 외면하고 판단을 기피했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인터넷 비방글 ‘냉면 먹다 즉사’ ‘간통자’ 이런 것이 의견이라는 것이다. 한씨는 “공판정에서 피해자와 방청인들에게 ‘법대 나온 사람 있으면 손 들어보라’며 법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 취급을 하던 판사가 ‘사실’과 ‘의견’ 구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황당한 판결문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 김씨는 수차례 피해자들의 악성댓글 삭제요청을 조롱하며 게재를 반복하다가 약식명령 50만원 선고 받고도 악성댓글을 멈추지 않았다”며 재판 도중에도 인터넷상에서 비방댓글을 올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이번 무죄 판결로 사회가 무법천지가 되어 불특정다수들이 무차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여 개인과 단체 상호 간에 불신의 벽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판결은 마치 피고인에게 ‘악성댓글 자유이용권’을 만들어준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정판사의 위법 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는 피해자 정씨

피해자 정씨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공판조서 허위작성과 사법질서를 문란케 한 위법행위와 비양심 재판운용을 짚고 넘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임광규 회장은 “판사가 ‘위증아니냐’라고 했다면 이미 그 쪽(증인) 말은 안 듣겠다는 예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판사의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민주적 사법개혁 실천을 위한 국민연대' 김도영 위원장은 “만약에 법관의 언행이 고압적이거나 무시하는 발언이라면 법관윤리강령에 준하여 징계대상이 된다”며 “근본 사법부의 법제도에 개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피해자 정씨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정판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한편 서울남부지법 감사과에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편 검찰은 항소해 2심에서 김모 씨의 사이버 명예훼손의 유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