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솔/ 시인, 비평가, 칼럼니스트
현직판사가 불법시위 주동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두둔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야간집회 금지조항의 위헌성 논란에 대한 사견(私見)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사건의 첫 공판에서 문제의 판사는 개인적인 동정심을 표현하기도 했다. “(구속 돼서)참 안됐다.“ ”(촛불시위의)목적이 아름답고 숭고하다“는 발언을 했다니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판사는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공인이다. 개인적으로 휴머니스트이건 좌익주의자이건 사상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법을 집행하는 공판정에서 이런 개인적인 사견을 드러내는 자체가 법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판사는 보석결정을 위해 피고인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 했다.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느냐?”고 물으면서 “야간집회 금지조항에 대해 위헌성 논란이 있는 만큼 (이 질문이) 자칫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구속된 피고인의 재범가능성 여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질문에 불필요한 사족(蛇足)을 단 것이다.
판사와 피고인이 마치 선문답처럼 묻고 답하고는 풀어주었다. 그것도 재범의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답변을 했는데도 말이다. 판사의 질문도 웃기지만 피고인의 답변도 걸작이다. “낮에 하는 집회에는 참여하겠다. 야간집회는 문화재형식의 합법집회에는 참여 하겠다”고 답변을 하자 판사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 같은 답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어려운 의사표현에 감사한다"고 화답한 뒤 2시간여 만에 보석을 결정했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말장난으로 사법부의 법집행이 종료된 것이다,
서울 중앙지법 형사7 단독 박 재영 판사의 무용담이다. 젊은 판사의 무용담으로 넘기기에는 그 파급효과가 너무 막중하다. 그래서 문제 삼는 것이다. 상식으로 납득이 안가는 그의 소신 있는(?) 법 집행에 대해 사법부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판사 개인의 양심에 따른 정당한 판결로 보아 노 코멘트로 침묵할 것인가? 일각에서 “한쪽에서는 잡아넣고 다른 쪽에서는 풀어주고 잘들 논다”고 하면서 현 사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건 사법부건 입법부건 국가 보위의 핵임이 있다.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부여된 책임이 아니다. 이런 원칙에서 사법부만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혼란을 엄격한 법집행으로 막아야하는 직접적인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이런 전제에서 사법부에 묻는다. 불법집회를 주도하고 경찰관을 폭행하여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간 범법자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유가 무엇인가? 또 이런 상식에도 어긋난 풋내기 판사를 중대하고 엄격한 판단력을 요구하는 사건의 심리를 맡게 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참고/ 발언 부분은 신문기사를 인용한 것임) (0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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