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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정원 국장 "면전증언은 죽기보다 괴로워"
임동원·신건씨 재판 '격리신문' 공방

“심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증언해야 한다.(검찰·증인)”
“피고인 면전에서 못하는 증언은 신뢰할 수 없다.(변호인·피고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장성원 부장판사) 심리로 27일 열린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두 전 원장을 법정에서 내보낸 채 증인신문을 진행하는 문제로 변호인 측이 ‘재판포기’까지 거론하는 격론이 벌어졌다. 증인으로 채택된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비공개 재판’ 또는 ‘격리 신문’을 요청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들은 ‘정보기관원에 대한 신분보호’, ‘옛 상사에 대한 인간적인 의리’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전 국정원 국장은 “평소 깊이 존경하던 두 분을 앞에 두고 증언하는 것이 죽기보다 괴롭다”며 “자유로운 심리상태에서 증언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도 거들었다. 검찰은 “증인들이 부담 없이 증언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진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신 전 원장 측은 “피고인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증언은 진실로 믿을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두 전 원장은 “검찰에서 대질신문까지 하며 했던 증언을 이제 와서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은 “이 사건의 증거는 관련자들의 증언이 대부분이다”며 “피고인들 앞에서 못하는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격리신문 자체는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격리신문이 이뤄질 경우 재판포기까지 고려하겠다”고 반발했다.

재판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공방을 벌이자 재판부는 지난 재판에서 정한 ‘국정원 현직 직원 증언 비공개, 국장급 이상 전·현직 직원에 대해서는 격리신문’이란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씨에 대한 신문은 두 전 원장을 내보낸 채 재판 시작 50여분 후에야 시작됐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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