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司試합격자 감축론
서울지방변호사회 책임연구원이 최근 사법시험 정원을 500명 선으로 줄여야 한다는 요지의 논문을 내놓았다. 이 현직 변호사는 ‘적정 변호사 수에 관한 연구’제하의 논문에서 “이제는 증원이 아니라 변호사 수의 유지 또는 감축을 논의해야 할 때”라며 사법시험 합격자 수 감축 필요성을 거론했다.
문제의 논문이 나온 배경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다만 1996년 변호사 대량 배출이 시작되고,2002년 사시 합격자 1000명 시대가 도래하는 등의 변혁 여파로 법조계,특히 변호사업계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현실이 주된 배경일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논문에서도 지적했듯이 변호사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변호사 양산’ 이후 양질의 법률 서비스가 저렴하게 제공된다는 찬사보다 변호의 질이 떨어지고 ‘백수 변호사’까지 생겼다는 주장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집단이기주의 발상의 산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공급자 쪽에 편중된 현실 진단의 결과물 아니냐는 이야기다. 이 논문은 변호사업계 전반의 정서를 대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법조인 대폭 증원이 전제된 로스쿨 정책 등이 멈칫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하물며 시행 초기인 1000명 사시 정원 축소론이 제기된 것은 한 마디로 성급하다.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받고도 남을 일이다. 법조계는 법조인 증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도외시해서 안 된다. 독점적 고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과거 회귀 욕구를 절제하라는 주문이다.
변호사업계는 사시 정원 축소에 집착하기보다 각자의 경쟁력을 제고하고,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 각 분야의 법률 전문가로 활로를 개척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차제에 여전한 전관예우 폐습을 없애는 등 낡은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데 더 진취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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