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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비밀’ 변호사 수임료 얼마나 되나

로펌, 1시간 상담비용 30만~100만원…개인 ‘전관’은 사건당 1000만원 기본

김재곤기자 [email protected]

한 남자가 가슴이 아파 의사를 찾아갔다. 절친한 친구가 소개해준 의사와 몇분 동안 상담을 받은 뒤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며칠 뒤 고액의 상담료 청구서가 날아 왔다. 화가 난 남자는 친구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고 변호사는 대처 방법을 알려줬다. 하지만 다음날 이 남자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변호사가 몇십만원이나 되는 청구서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사와 관련한 유머 중 하나. 물론 가벼운 농담거리만은 아니다. 실제 민·형사 사건에 연루돼 변호사를 찾은 의뢰인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A(여·31)씨는 “올해초 평소 잘 아는 변호사를 찾아가 저작권과 관련한 상담을 했는데 다음날 ‘30만원짜리’ 청구서가 날아와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로펌은 보통 의뢰인과 시간당 상담료에 접견 시간을 곱해 수임료를 받는 식의 약정을 맺는다. 정확한 액수는 ‘영업비밀’로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시간당 평균 3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당 상담료는 실력이나 경력에 따라 50만~60만원으로 뛰기도 한다. 일부 ‘잘 나가는’ 변호사의 경우 1시간에 1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청구서에는 접견 시간뿐만 아니라 의뢰인을 위해 투자한 모든 시간이 포함된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이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신 시간까지 포함시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 법조인은 “로펌에 사건을 맡겼다가 수임료가 많이 나오는 일이 잦아지자 요즘에는 기업측 의뢰인들이 오후 늦게 일거리를 맡기고 다음날 아침에 찾아가는 ‘아이디어’를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로펌 김&장 대표가 한달에 47억원을 번다는 사실이 드러나 일반인들에게 화제가 됐었지만 로펌 수임료를 들여다보면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니다. 금융계에서는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그룹을 상대로 6조원 상당의 소송을 낼 경우 로펌이 받을 수임료는 300억~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초 금융선물 시세조종 혐의로 형사 입건된 모 펀드운용회사가 로펌에 사건을 의뢰했을 때 로펌들은 1억2000만~4억원의 수임료를 불렀다. 지난 4월 법원의 조정결정으로 끝난 120억원대 어음금 소송때도 김&장과 태평양이 수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사는 올해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중견 로펌에 4000만원을 지급했는데 “상당히 싸게 한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개인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는 ‘급’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사법연수원을 나온 지 얼마 안되는 변호사는 300만원, 경력이 된 변호사는 500만원, 전관의 경우 1000만원 정도가 ‘기본’이다. 여기에 수백~수천만원의 성공보수금이 추가된다. 최근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전관 출신 변호사가 의뢰인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성공보수로 2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7월 사기 사건에 연루돼 수원지검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B(37)씨는 “‘풀려나게 해줄테니 착수금으로 1000만원, 성공보수로 2000만원을 달라’는 전관 출신 변호사의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근 구속됐다가 풀려난 한 기업체 사장의 부인이 담당 변호사를 찾아가 “성공보수로 얼마를 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변호사는 “5개만 달라”고 요구했다. 변호사가 말한 ‘5개’는 500만원을 의미했지만 그 부인은 며칠 후 5억원을 들고 왔다. 수임료에 대한 의뢰인들의 걱정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2001년 1월 변호사 수임료를 제한하는 변호사 보수규칙이 없어진 뒤 더욱 뛰어올랐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카르텔 금지법을 들어 변호사 수임료 제한을 해지토록 했다. 제한규정이 없어진 뒤 변호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임료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수임료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변협과 국세청이 수임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의무적으로 수임료를 공개토록 하고 있다. 미국은 공개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필요할 경우 국세청이 의회에 자료를 제출한다. 언론이 정보공개를 요청해도 수임료를 공개한다.

김재곤·이현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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