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 후 악성 루머로 가슴앓이…선우은숙의 새출발 >
이혼 후 악성 루머로 가슴앓이…선우은숙의 새출발
5년 만에 돌아왔다. 세상 앞에 다시 설 수 있을까 머뭇거리던 엄마는 아들의 손을 잡고 카메라 앞에 나타났다. 그곳은 두 사람의 새 보금자리였다.
이혼 후 두문불출했던 선우은숙에게 올봄,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근황을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지난해 말부터 지인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전보다 한결 마음은 평온해졌지만, 아직은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 2007년, 배우 이영하와 25년간의 결혼 생활을 끝낸 후 각종 루머에 시달렸던 그녀였기에 세상 밖으로 다시 고개를 내밀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라 짐작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얼마 후 한 방송사의 아침 프로그램에서 새로 이사한 싱글 하우스를 공개하고 두 아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했더니, 큰아들 상원이 제대하는 7월 이후에 셋이 함께 보자는 답이 돌아왔다. 확실히 몇 달 전에 비해 경쾌해진 목소리였다.
“큰아들이 엄청난 미식가거든. 전부터 요식업을 무척 하고 싶어 했는데, 이번에 아예 추진해 보려고 준비 중이야. 난 엄마로서 열심히 응원만 해줄 거고 실질적인 건 아들이 다 할 거야. 아들하고 같이 뭔가를 하려고 보니 벌써부터 신나는 거 있지?”
아들 이상원은 8월 말 판교 테크노밸리 내에 퓨전 일식 레스토랑을 열었고 선우은숙도 아들을 돕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큰아들이 엄청난 미식가거든… 군에서 제대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사업 준비에 뛰어든 이상원은 “한창 일할 나이에 군대를 가서 몸이 근질근질했다”며 바쁜 스케줄이 몹시도 반갑다고 운을 뗐다.
부모님의 끼를 물려받아 연기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서른을 맞아 자신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음식 사업에 매진하는 중이었다.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번에도 거침이 없다고 했다.
“원래부터 먹는 것을 광적으로 좋아하거든요. 맛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하면 거의 의무적으로 찾아가보고, 아프리카 토속 음식부터 퓨전 요리까지 새로운 음식을 경험하는 것도 엄청나게 좋아해요. 심할 땐 하루에 6~7 군데씩 가서 대표 메뉴를 먹었어요.”
워낙 먹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에 대해 박식하다 보니 연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요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에 나가기만 하면 바로 ‘고정 게스트’가 되기도 했고, 방송 작가들로부터 문의 전화도 많이 받았다.
그가 고사했지만 요리책 집필을 제안받기도 했다. 그가 이토록 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10년간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경험이 컸다. 객지에서 혼자 지내며 일찍부터 ‘요리’에 맛을 들였고, 뉴욕이나 대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 유명한 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면서 ‘글로벌한 미각’을 갖추게 된 셈.
“중학교 때부터, 유학을 갔다 와서는 음식점을 해보고 싶다고 말하더라고. 나는 ‘이 녀석아 꿈을 크게 가져야지. 엄마가 큰돈 들여서 힘들 게 유학 보냈는데 들어와서 작은 음식점을 해서 되겠니’라고 했었지(웃음).
그랬더니 자기는 먹는 게 정말 좋으니, 수준 높은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겠다고 하더라고. 쟤 노트북에는 맛있는 음식 사진들이며 맛집 블로그 같은 게 엄청나게 많이 저장되어 있어. 저 정도 열정이 있다면 뭘 해도 되겠지 싶더라고.”
한때 선우은숙은 ‘식비’로 너무 많은 돈을 쓰는 아들이 이해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상원은 “사치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다 투자”라며 서울은 물론이거니와 전주, 부산 등 전국을 누볐고 레스토랑의 평점을 매긴 전문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 하나를 들고 일본 도쿄까지 가서 맛집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기자에게도 초밥은 어디가 맛있고 진짜 맛집은 어디에 몰려 있는지 이야기하느라 신이 난 그였다. 그런 이상원의 꿈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선우은숙은 아들과 손을 잡기로 결심하게 되었고, 이상원 또한 자신감 하나로 음식 사업에 뛰어들어 신메뉴 개발부터 경영 수업까지 받으며 차곡차곡 준비를 마쳤다.
“가게를 열고선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그분들을 일일이 상대하는 게 힘들지만 하나같이 맛있다고 하니까 정말 뿌듯해요. 솔직히 돈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더 수익이 나는 사업을 했겠죠.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들이 같이 와서 식사를 하고 다들 맛있다고 하면서 돌아가는 걸 보니까 정말 행복해요.”
정말 온갖 루머는 다 떠도는 거야… 인터뷰차 만난 선우은숙은 근처 카페며 로비, 식당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 또한 친숙한 배우의 스스럼없는 모습을 환영했고,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이런 밝은 모습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솔직히 그녀는 지쳐 있었다. 선우은숙은 이혼 후 그녀 표현대로 ‘시련 속에서’ 5년을 보냈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유명했던 그녀였기에, 이혼 발표는 당시 대중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고 이후 무성한 소문만이 선우은숙의 이름을 따라다녔다.
“정말 별별 루머가 다 떠도는 거야. 나는 상대방 얼굴도 모르는데 모 재벌이 내 스폰서를 해준다는 거지. 12억짜리 무슨 차에 빌딩도 받았고, 하여튼 실명이 거론되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운운하면서 근거 없는 말들이 나도는 데 얼마나 미치겠던지. 이건 도저히 잠재울 수가 없는 거야.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려고 해도 그러면 또 소문이 나돌 테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억울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매일 울면서 보냈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루머들 때문에 선우은숙은 점점 집 안으로 숨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게 싫었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 무렵 위암으로 투병 중이던 친정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선우은숙은 세상과 완전히 담을 쌓게 되었다. 탈모에 우울증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한 3년 반은 거의 아무도 안 만나고 그냥 혼자 지냈어. 사람들 앞에 나설 용기가 없더라고. 왜 나한테 이런 일만 생기나 싶어 원망만 했지.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여태껏 아내로, 엄마로, 연기자로 열심히 살아왔는데, 세상이 나한테 너무 가혹하다 싶어서 외롭고 슬픈 마음뿐이었어.”
이런 그녀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아들들의 마음 또한 편치 않았을 터.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인 양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어머니를 잘 알기에 “소문 같은 건 신경 쓰지 말고 웅크리는 대신 당당히 살자”라고 용기를 줬다. 다소 껄끄러운 주제일 수도 있을 이런 이야기를 듣던 이상원은 “어머니는 항상 강인한 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땐 저도 많이 바빴던 시기라 어머니가 외로움을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참 죄송하기도 했죠”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당시 군대에 있던 둘째 아들 상민도 오히려 먼저 전화를 걸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문은 믿지도 않으니 힘내라. 이제부터라도 어머니의 인생을 찾아라”며 위로해 주었다.
아들들이라 표현은 투박했지만, 홀로서기를 하는 어머니의 뒤에 든든히 버티고 서서 그녀가 어둠의 시간을 통과하기를 묵묵히 기다려준 것이다. 이후 그녀는 집 근처 교회에 나가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고, 세상을 보는 시각마저 완전히 바뀌었다.
“얼굴도 모르는 목사님이 전화를 해선 날 위해 기도한다는 거야. 그땐 ‘전 아직 신을 만날 준비가 안 됐어요. 미안해요’ 그랬지. 벽을 허문 건 올봄부터였어. 그때까지 온갖 불행은 다 짊어졌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행복한 일뿐이더라고. 이렇게 장성한 두 아들이 내 곁에 있고, 몸도 건강하고, 주변에 여전히 나를 사랑해 주는 친구들도 많고 말이야. 얼마나 감사해? 이렇게 관점이 바뀌니까 살아갈 힘이 생기더라고.”
이렇게 다 커서 오히려 엄마의 친구가 돼주잖아… 선우은숙이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역시 두 아들이었다. 큰아들 상원은 장남이라 의젓해서 누구보다 믿음이 가고, 둘째 상민은 섬세하고 따뜻한 성격이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다.
지난번 아침 방송에선 ‘더 다정다감한 둘째만 편애하는 것’처럼 나오긴 했지만, 그건 재미로 그런 것이라며, 사실은 동생에게도 “형이 잘되어야 우리가 다 행복해진다. 형을 더 응원하자”라고 말할 정도로 큰아들에게 더 의지한단다.
가게에는 백일섭, 고두심, 이휘향, 홍서범, 김미화, 이성미, 선우재덕, 한상진 등 많은 연예인이 다녀갔다. 특히 홍서범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곳 음식이 맛있다고 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고.“내가 자기한테 투자를 더 한다는 걸 스스로도 알거야(웃음). 앞으로 엄마한테 더 잘하겠지 뭐. 안 그래?”라며 어깨를 두드리자 상원은 말없이 웃기만 한다.
아이들을 10대 때부터 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일일 드라마, 미니 시리즈, 주말 드라마 등 말 그대로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일만 하던’ 시절을 보내기도 한 그녀는 두 아들을 현역으로 군대에 보냈고, 차례대로 제대한 지금에 와서야 진짜 ‘가족다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시간을 만나기까지 참 오래도 떨어져 지낸 모자였다.
“둘째를 먼저 군대에 보냈는데, 논산 훈련소에 두고 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큰애는 또래보다 군대를 늦게 갔기 때문에 안 울 줄 알았는데 의정부에서 집까지 오면서 정말 많이 울었어. 그게 참 묘하더라고. 군대에 내 아들만 가는 건 아니었지만, 아마 내(이혼 후) 상황이 더 속상해서 그랬겠지. 그땐 단둘이 갔으니까. 그래서인지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더라고.”
요즘 선우은숙과 아들들은 떨어져 살고 있지만(아무리 엄마 집으로 들어오라고 해도 서울이 좋다며 끝내 튕기는 아들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싱글 라이프를 고수하게 되었단다.) 사업 때문에 매일 만나고, 엄마 집에서 자고 가기도 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다.
“솔직히 예전에는 아이들이 버겁기도 했어. 난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늘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거든. 두 아이를 유학 보냈는데 금융 위기가 와서 환율이 너무 많이 올랐을 땐 학비를 마련하느라 정말 고생했거든.
그래도 중도에 포기시키지 않으려고 방송에 매달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맸었어. 그러면서 예전엔 아이들 키우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니었어.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던 게 나와 자식들을 엮어주는 끈이었거든.
늘 어린애들로만 보다가, 지금은 아이들이 내 옆에 그냥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이렇게 다 커서 오히려 엄마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잖아. 대화도 전보다 훨씬 많아지고 말이야. 또 엄마를 존중해 주면서 같이 무언가를 해보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선우은숙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아들의 손을 꼭 잡으며 “상원아, 엄마는 정말 행복해, 요즘”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이상원 역시 “전보다 10배, 아니 20배는 사이가 가까워졌다”라며 사업을 준비하고,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보다 끈끈해진 가족애를 발견했노라 털어놓았다. 표현이 서툰 장남인지라 다소 ‘건조’하게 말했지만, 그 속에 진심이 느껴졌다.
서른 살의 나이에 사업가로 새 출발을 하려는 아들에게 선우은숙은 희망과 열정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처음부터 완벽한 성공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잘 안 돼도 시련을 통해 나름대로 얻는 게 있을 거라 단호히 말했다.
“난 23세에 결혼해서 24세에 상원이를 낳았잖아. 지금 상원이 나이인 서른살 땐 애 둘을 낳고 한창 키울 때였어. 서른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야. 이젠 독립해서 자기의 사업을 해보는 것도 필요한 시기이지.
지금부터는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는 거니까 난 열심히 응원만 해줄 거야. 그러면서 방송도 자기가 기회가 닿을 때 또다시 하면 좋고. 젊음이라는 게 뭐야. 도전에 의미가 있는 거잖아.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것에 도전하는 거니까 분명 마음가짐부터 다를 거야. 난 요즘 ‘사업가로서 넌 충분히 자질이 있다’라고 매번 용기를 주고 있어. 예전부터 애들한테 ‘넌 안 돼’라는 말을 절대 안 했어. 늘 ‘잘될 거야’는 말만 했지. 내가 긍정의 힘을 믿거든.”
이상원 또한 유명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많은 기대와 시선 속에서 늘 책임감을 안고 열심히 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번 도전에 대한 각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전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늘 있었어요. 부모님 이름에 누가 되는 삶을 살아선 안 되잖아요. 군대도 연예 병사라든지 좀 편한 보직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신병교육대 현역 조교로 갔어요.
사람들이 ‘넌 유명한 부모 밑에서 곱게 자라서 안 된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싫어서 ‘어려운 데 가면 이런 말 못하겠구나’ 싶었거든요. 거기에서도 저보다 한참 어린 훈련병들보다 못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악물고 필사적으로 생활했어요. 덕분에 어머니가 귀찮아하실 정도로 포상 휴가도 많이 받았죠(웃음).
군대에서 조교를 하면서 리더십도 배우고, 발성도 더 좋아지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도 들이는 등 배운 게 참 많아요. 말년 병장 땐 제대를 하면 다시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들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래서 제대하자마자 놀지도 않고 바로 교육 받고 사업 미팅을 다녔죠. 음식점 경영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으니까 성공할 자신이 있어요. 점점 가게를 늘려가면서 요식업 전반을 아우르는 사업가로 서고 싶어요.”
나는 긍정의 힘을 믿거든… 1978년 KBS 특채 탤런트로 데뷔한 후 23세에 결혼, 모범적이고 성실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선우은숙은 홀로서기를 하면서부터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어린 나이에 결혼해 일찍 엄마가 되고, 남다른 책임감으로 살아왔던 그녀였다.
“난 20대 초반부터 삶을 책임져봤잖아. 내가 벌어서 가족들 밥도 먹여야 했고, 내가 안 움직이면 누가 도와줘. 돈이 있어야 삶이 되는 거고, 애들 공부 시키느라 아등바등했고 치사하지만 여기저기 눈치를 보면서 살기도 했지. 그래도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했으니까.”
참 오랜 시간 동안 착한 아내, 강한 엄마로 살아오던 그녀는 늦었지만 자신의 삶에 솔직해지기로 했고, 지금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
“내가 전에는 참 씩씩했거든. 근데 요즘엔 아이들에게 응석을 부리게 되더라고. 예전엔 항상 혼자 밥도 잘 먹었는데, 점점 혼자 식사하는 것도 싫고, 애들이 뭐하는지 궁금해서 전화도 자주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싶고 그렇더라고.
요새는 투정도 종종 부려. 엄마 외로우니까 알아달라고. 살가운 표현도 많이 해주고 챙겨달라고 말이야.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여자더라고. 자꾸 관심받고 싶고,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나는 예전에 이런 게 참 섭섭했거든. 각자 너무 바쁘고 나만 가족들을 지켜보고 하는 게 싫었어. 근데 ‘남자들은 원래 표현이 서툴구나’ 이해하게 되면서 내가 먼저 많이 표현해 달라고 말해. 이제 나도 남자에 대해서 조금 알겠더라고.”
그런 그녀이기에 딸처럼 애교 많고 상냥한 며느리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는 게 사실이다. 며느리가 생기면 뭐든지 다 퍼줄 것 같다는 선우은숙은 “사실 혼자 사는 집에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이야기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해. 난 손주들 키우느라 정신이 없고 말이야(웃음).
얼마나 좋을까?”라며 즐거운 상상을 펼쳐 보인다. 그렇지만, 당장 이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이상원 또한 결혼은 35세가 넘어서 하고 싶다고 했고, 선우은숙도 지금은 아들이 결혼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제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리 좀 잡히면 결혼을 해야지. 다 귀한 집 딸들인데, 괜히 어설픈 시기에 데려와서 마음고생 시키면 어떡해. 상원이가 자리가 잡혀서, 자기 삶을 정말 잘 꾸려갈 수 있을 때 누굴 데려와야 그 애도 행복하잖아. 괜히 결혼만 해놓고 부인을 고생시키는 건 나도 원치 않아. 며느리랑 쇼핑하고, 손주 재롱 보는 재미는 조금 참지 뭐(웃음).”
나누는 삶, 돈에 집착할 필요가 없어… 가족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느끼고 있는 선우은숙은 요즘, 나누는 삶의 기쁨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회에서 장애인 봉사를 다니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는 오샤베리 스시. 맛도 좋지만, 시각적으로 다채롭고 예뻐서 여자 손님들에게 인기 만점이다.때문에 이번 사업을 하면서도 아들에게 ‘남부터 생각하라’는 말을 늘 해주고 있단다. 이런 뜻을 모아 선우은숙과 이상원 모자는 ‘어니스트 키친’을 개업하면서부터 국제 구호 개발 NGO인 ‘월드휴먼브리지’가 진행하고 있는 나눔 캠페인에 참여하기로 하고, 매달 수익의 1%를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누겠다고 선언했다.
“이 세상에 온전히 내 것은 없는 것 같아. 내 거라고 할 수 있는 게 과연 뭐야? 엄마가 살아 계실 때 내가 용돈으로 쓰시라고 빳빳한 신권을 매번 드렸었거든. 근데 돌아가신 후 염을 하는데, 그게 주머니에 그대로 있는 거야.
정말이지 하나도 못 쓰고 그냥 모아만 두셨더라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나 역시도 마찬가지야. 내 삶이 끝날 때 정작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런 것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그러니 조금이라도 여유가 될 때 나눌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자신을 생각하기에 앞서 아들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고,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자 이상원은 “이젠 어머니의 행복도 중요하다”라며 살짝 ‘반기’를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선우은숙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난 이 나이에 새로운 꿈이 생겼어. 일단 내 직업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 거고, 아이들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거고, 오드리 헵번처럼 정말 방방곡곡에서 좋은 일 많이 하고 내 삶을 마감할 거야. 멋지지?”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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