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국민 여론이 찬반으로 갈라지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난민 수용을 지지하는 입장과 종교적·경제적 이유 등을 이유로 한 배타주의적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찬반 논란보다는 진행되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이 현재 마주한 아프간 난민에는 두 종류가 혼재돼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아프간 전쟁 수행 중 협조한 현지인과 가족이고 또하나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벌인 원조사업에 힘을 보탰던 현지인들입니다. 논란이 촉발된 미국이 아프칸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제3국의 미군기지도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는 전자를 지칭합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은 대상이 아닌 걸로 안다"고 했지만 사실을 전제로 반대 여론이 분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탈레반 정권이 붕괴됐던 2001년 이후 한국 정부는 동의부대, 다산부대 등을 파병해 재건을 도왔고, 우리 의료진도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인력 다수가 고용돼 통역서비스와 각종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탈레반의 박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한국 이주를 희망하는 아프간 현지인이 수백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정부는 현재 한국에 오기를 원하는 아프칸인의 국내 이송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에 온다면 여론도 그리 부정적이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미국은 물론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등 다른 선진국도 아프간에서 자국 기관에 소속돼 근무했던 현지인 직원을 안전하게 피신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서도 우리 정부를 일한 현지인을 난민이란 이유로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자국을 위해 협조한 현지인을 주한미군 기지에 데려올 경우입니다. 현재 미국은 5만~6만5,000명을 이달 말까지 대피시키려 하는데, 미국 내 군 기지로는 부족해 해외 주둔기지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미국과 초보적인 단계의 논의를 했으나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주한미군 기지 수용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은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들이 온다 해도 미국으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해 일시적으로 체류할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합니다. 한국 정부에 협조한 아프간인과 미국 정부에 협조한 아프간인 가운데 전자만 찬성하고 후자는 반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리는 2018년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했을때 거센 찬반 논란에 휩싸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와 지금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국제사회 일원으로 인도적 차원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힌미 동맹 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확고한 인도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봐야 할 이유입니다.(한국일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