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어린이 주일 예배를 마친 황의종(53) 목사는 집으로 가지 않고 부인과 함께 서재에서 다음 날 새벽 기도 설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재라고 해 봐야 강대상 뒤편에 딸린 작은 쪽방인데다, 그것마저도 주방 시설이 같이 있어서 불편한 공간이었다. 목사 안수를 받고 개척 교회를 시작한 세월도 꽤 됐지만 황 목사는 여전히 상가 임대 교회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목양실 겸 서재로 쓰는 공간은 황 목사에게는 기도의 처소였고 말씀 준비의 자리였다. 이날도 저녁까지 설교 준비를 하던 중 부인이 들어와서 차 한 잔을 함께 마시고 있었다. 그때 바깥 본당에서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황 목사의 부인이 먼저 소리를 들었고 그녀는 황 목사에게 "누가 들어왔나,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라고 말했다. 황 목사도 의아한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갔고, 밖으로 나간 황 목사는 깜짝 놀랐다.

강대상에 걸려 있던 휘장에 불이 붙고 있었던 것. 황 목사는 부인에게 큰 소리로 외치면서 소화기를 찾아 뛰어갔고, 부인도 뒤따라 나왔지만 목양�품� 본당 사이에 걸려 있는 휘장은 이미 불길에 휩싸였고, 유독 가스는 온 본당을 덮고 목양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도망 칠 기회를 놓친 목사의 부인은 "아, 이제 죽는구나"라며 순간적으로 기도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그때 마침 주방에서 바깥쪽으로 나 있는 창문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는 황급히 그 창문으로 달려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아래쪽으로 지나는 행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가 3층의 교회는 모두 타 버렸다. 화재 발생 30여 분 만에 겨우 불길을 잡고 부인을 구해 냈다. 황 목사는 부인의 구출 소식을 듣고는 겨우 안심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2일 부산시 사상구 학장동의 새학장교회(황의종 목사)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내용이다.

	▲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가 3층의 교회는 다 타 버리고 말았다. ⓒ 진민용

방화범 검거하고 보니 '신천지' 

경찰은 화재 감식을 실시했고, 현장에서 발견한 기름과 라이터 등을 증거로 방화로 추정했다. 그리고 방화범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아파트 상가에 설치된 CCTV였다. 경찰이 입수한 화면에는 정장 차림의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기름통을 들고 교회로 들어가는 장면이 그대로 포착된 것.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5일, 결국 방화범은 붙잡혔다. 경찰 조회 결과 이 남자는 결혼은 했지만 일정한 직업이 없었다고 한다. 심문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이 남자는 현재 유치장에서 경찰의 기소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방화 이유에 대해서 '신천지'를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황 목사에 대한 적개심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담당 형사는 기자와의 전화에서 "특정 직업이 없고 단순 방화나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에 의문점이 있어서 조사를 해 본 결과 자신이 믿는 신천지에 대해 황 목사가 수 년 동안 이단이라며 비방하는 데 앙심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부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입구에 놓인 목사부부의 신발과 교회에 불이 켜져 있었음)을 알면서도 방화를 한 데 대해서는 단순 방화가 아닌 살인 미수에 해당한다"고 했다.

	▲ 교회 안에 사람이 있는 것을 알고서도 방화를 한 것은 단순 방화가 아니라 살인 미수에 해당한다. ⓒ 진민용

황의종 목사, "신천지 스스로 진실이 밝혀지는 것 두려워하는 증거"

기자는 황 목사를 직접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해 들어 보기로 했다. 기자가 찾았을 때 교회는 불 타 버린 현장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경찰에 따르면 곧 현장 검증이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부인 또한 웃으면서 기자를 맞이해 줬다. 다음은 황 목사와의 문답 내용이요.

Q 지금 심정이 어떤가.

- 처음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긴장한 나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또 범인이 잡히면서 이제는 사건의 실상을 알 것 같아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 아내도 아직은 많이 겁을 먹고 있는데 곧 나아지리라고 본다.

Q 범인이 '신천지' 교인으로 밝혀졌는데. . .

- 나도 범인이 잡히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화재 발생 3일 만에 다행히 경찰이 검거를 해서 의혹이 풀렸다. 그들(신천지)이라면 나한테 충분히 그렇게 하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본다.

Q 왜 그렇게 생각하나.

- 지금까지 나는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공식적으로 약 200회 이상 신천지 고발 강의를 했고, 내가 운영하는 카페를 통해서 '신천지 바로 알리기'에 주력해 왔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지금까지 메일과 문자, 쪽지와 전화 등 신천지 측의 협박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아예 나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범행을 했다. 올 것이 왔다고 본다.

Q 신천지에 대한 고발 강의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 약 4년 전부터 시작했다. 교회 개척을 하면서 말씀도 나누고 은혜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 어떤 회원들이 '신천지' 홈페이지를 소개했다. 그때까지는 신천지가 어떤 단체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살펴보다가 이만희 총회장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거의 신격화하는 내용의 글들을 보면서 '이거 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신천지'라는 집단에 대해 연구했고, 이들의 규모와 활동상 등이 일반 교회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치밀하고 교묘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캇피플'에 '바로알자 신천지'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서 신천지의 허구성에 대해서 고발하게 됐다.

Q 강의를 듣고 회복된 사람들이 있나.

- 강의를 하는 목적은 교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신천지는 '추수꾼' 또는 '특공대', 그리고 '산 옮기기' 전략 등으로 교회를 무너뜨리고 가정을 파괴한다. 그런 전략들을 고발하고 교인들에게는 절대로 교회 밖에서 실시하는 어떤 성경 공부도 목회자의 허락 없이는 하지 못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Q 현재 부산의 신천지 현황은 어떤가.

- 조사된 바에 따르면 약 4~5천 명 사이의 신천지인들이 있다. 이들은 기존의 '파수꾼' 작전 외에도 좀 더 과감하게 '산 옮기기' 전략을 쓰고 있다. 파수꾼이 '성도'로 가장해 침투하는 것이라면, '산 옮기기'는 '전도사' '부목사'등으로 가장해서 교회 목사를 쫓아내는 작전이고, 결국 교회를 통째로 신천지 교회로 만들어 버리는 전략이다.

Q 사람들이 신천지에 빠지는 이유가 뭔가.

- 간단하다. 이들이 노리는 목표는 첫째, 착한 사람이고, 둘째는 분별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즉 순진한 사람이 속아 넘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또 교회는 주로 50명 이하의 소형 교회들을 노린다. 대형 교회는 침투하기도 어렵고 목사의 영향력이 커서 넘어뜨리기 어렵지만, 소형 교회들 특히 목사보다 장로의 파워가 큰 교회들을 노려서, 신천지인 중에 신학교 출신자들을 뽑아서 그 교회에 '무임 전도사(특히 심방 전도사)'로 들어가 봉사를 하고, 결국 신천지인들끼리 짜고 전도받아 들어온 것처럼 꾸며서 그 교회 장로를 포섭하고 목사를 쫓아낸다.

Q 교회들이 신천지에 대해 무관심한가.

- 무관심한 상태가 심각하다. 부산뿐 아니라 서부경남인 마산, 창원, 진해, 통영, 거제 등에는 신천지의 활동이 아주 활발한데도 교회들이 이런 정보에 어둡고, 무료 성경 신학원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

황의종 목사, "단독 범행 아닌 신천지의 사주 받았을 가능성 커" 주장

황 목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오히려 하나님께 옳은 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더 생겼다고 했다. 이전에도 수십 차례 협박을 받았고, 앞으로 어떤 협박이 있을지 충분히 예상되지만 자신을 비롯해 부인과 새학장교회 교인들은 철저히 무장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교회는 전소돼 버려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실정이라 오는 주일부터 옆 상가 사무실을 임시로 사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그리고 황 목사는 범인이 혼자서 이런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면서, 만약 배후에 신천지의 지시가 있다면 신천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황 목사 주장대로 범인은 상가 입구에 전화선과 인터넷 선을 모조리 뽑아 놓고 올라와 불을 지른 것이나, 교회 강대상까지 들어와 목양실 입구의 휘장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아 미리 사전에 답사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품� 있고, 경찰에서도 이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방화 사건이 신천지 교인의 소행으로 알려지면서, 신천지가 지금까지 저질렀던 납치, 감금 등의 행적도 또다시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부산 지역의 교회들은 신천지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교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등 만일에 대비하고 있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황 목사에게 많은 전화가 걸려 왔는데, 황 목사는 "신천지가 오히려 나를 띄워 주네요" 하며 느긋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새학장교회, 주일 예배 드릴 곳 없어져

교인 20여 명의 새학장교회는 당장 오는 주일부터 예배를 드릴 장소가 없다. 소식을 전해 들은 황 목사의 지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고, 어떤 이들은 모금을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그러나 새학장교회 교인들은 자신들의 목회자가 의로운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당하는 데 대해서 오히려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인터뷰 중간에도 교인들이 황 목사를 찾아와 인사를 하고, 용기를 심어 주기도 했고, 어떤 교인들은 이제부터 황 목사를 도와 신천지를 축출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황 목사는 지금까지 혼자서 외로운 싸움을 해 왔다고 고백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보람되지만 이 일은 혼자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교회들이 각성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침투해 있는 신천지 추수꾼들과 특공대, 그리고 신천지 구역장들과 전도사들을 골라내는 작업에 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이번 방화 사건을 계기로 황 목사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