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현 집행부(원장 도산스님)가 큰 곤욕에 빠졌다. 현 총무원장의 개혁을 위협하는 일들이 속속 일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종단의 부채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태고종 총무원이 많은 부채를 지고 있다는 일은 이제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물론 부채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다. 가정이나 기업에서도 부채가 있을 수 있듯이 종단이나 나아가 국가도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부채가 종단 자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게다가 그 부채가 일부 사람들의 사적 욕심 때문에 생긴 것이면, 문제는 심각하다.

▲ 태고종 25대 총무원장 도산 스님

현 총무원장 도산스님이 종단 부채의 책임자를 조사하기 시작하자, 부채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던 스님들이 강력하게 반발을 하고 나섰다. 결국 총무원 청사를 폭력적으로 점거하는 일이 벌어져 세상의 빈축을 사고 있다. 많은 불자들을 안타깝게 한다. 이에 필자는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전말에 대해서 공론화하여, 태고종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원장 도산스님)은 상환 능력 범위를 넘어난 부채 때문에 총무원 청사 및 통장이 가압류된 상태이다. 총무원의 이름으로 된 통장은 일체 사용을 못하는 상태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전전 총무원장 운산스님(운산스님은 전임 총무원장 인공 스님에 의해 지금은 환속 조치)과 그와 공조했던 인공스님 그리고 자월스님 그리고 월해스님과 그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

현재의 총무원장인 도산스님은 2009년 당시 종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직책을 맡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도참여심판제’ 도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종책위에 따르면 태고종 총무원은 △신촌 봉원사 연지원 납골당 관련 61억 원 △사회복지법인 논산노인요양병원 공사 관련 24억 원 △천중사 불사 관련 7억 원 등 총 92억 원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대출받았다.

운산 총무원장이 임기를 다하자, 이번에는 신촌 봉원사측의 인공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된다. 종단의 부채 문제가 세상에 까발려지자, 이번에는 그 책임 미루기 공방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당시 총무원장 인공스님과 그 측근들은 전 총무원장 운산스님을 멸빈시키는 것으로, 책임을 벗어나고자 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원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도산스님은 그것에 만족하지 하지 않고 부처님 돈은 부처님께로 다시 되돌려놓아야 한다는 원력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 종도들의 뜻을 모은다. 그러면서 당시 총무원장 인공스님의 책임을 추궁한다.

▲ 태고종 제23대 총무원장 운산 스님

도산스님의 지도력과 추진력은 전국에 있는 태고종 종도들에게 더욱 알려지고, 그 능력을 평가 받아 마침내 도산스님은 인공스님께서 총무원장을 하던 시절 종회의장으로 당선되었다. 봉원사에 거주하는 인공스님이 임기를 다 하자, 이번에 도산스님 종회의장을 사표내고 총무원장에 출마했고, 상당한 표 차이로 총무원장에 당선되니, 때는 2013년 7월이다. 태고종에 희망이 보였다. 소위 태고종 ‘7인방 시대’가 막을 내리게 했다. 조계종의 1994년 ‘개혁’은 ‘폭력’이 매개되었지만, 태고종의 2013년 ‘개혁’은 ‘선거’를 매개로 이루어지려는 순간이었다. 

당선되자 첫마디가 “태고종 혁신”이였다. 구체적으로 종단부채의 청산과 책임자 문책, 그리고 대승교화종단으로서의 정통성 회복을 제시했다. 도산스님의 이런 추진력과 철학 앞에 전 총무원장 인공 스님과 전 동방불교대학장 자월 스님 등은 궁지에 몰린다. 도산스님은 일관되게, “돈을 빌려 쓴 사람과 갚는 사람이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라며, 또 “왜 빚을 지게 됐는지,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한 분명한 조사를 통해 종도들이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마침내 도산 집행부는 종단 부채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전 총무원장 인공 스님과 전 동방불교대학장 자월 스님에 대해 멸빈의 징계를 추진했다. 또 전 총무부장 월해 스님, 전 봉원사 주지 환우, 운봉 스님, 현 종회의장 혜공 스님 등을 초심원에 징계를 회부했다. 그러나 닭이 울었지만 날이 단박에 밝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인공스님을 필두로 하는 전임 집행부와 그를 따르던 일부 종회의원들의 강한 반발에 당면하고 말았다.

신임 집행부가 종단 부채 해결을 위한 2014년 5월 ‘청문회’를 개최하자, 이에 반발한 종회의장 등 일부 종회의원들이 원로회의까지 동원해 종법에도 없는 총무원장 불신임을 했다. 종정스님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종정스님은 도산 총무원장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었다.

▲ 태고종 제24대 총무원장 인공 스님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누적된 태고종의 부패는 뿌리가 생각보다 깊었다.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을 반대하는 종회의장(혜공스님) 등 일부 종회의원 스님들이 총무원장 측으로 알려진 중앙종회의원 18명을 제명했다. 혜공 스님 측이 무리하게 제명을 감행한 이유는 총무원장 불신임을 가결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끝내 중앙종회 의원 재적수를 임의로 고쳐 총무원장을 불신임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현 총무원 측에서는 그 불신임이 태고종의 종헌종법에 입각해 볼 때는 물론 국가의 법 정신에 입각해 볼 때에도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양쪽은 이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청을 냈다. 현재까지 법원으로 부터의 적법 여부는 판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렇게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총무원 반대파들이 집단폭력으로 총무원 청사를 기습적으로 검거했고, 경찰은 불미스런 충돌을 막기 위해, 며칠째 길을 막고 행인은 물론 양쪽 승려들의 출입을 가로 막고 있다. 현재 총무원청사 잠입한 인물들의 신원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직원들과 업무를 보던 스님들은 그들의 폭력으로 밖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승려들의 폭력에 우리 사회는 익숙해 있다. 대표적인 것은 태고종과 조계종의 분규이다. 긴 세월 속에서 결국 태고종 승려들은 모두 내몰렸다. 최근 1994년에 또 다시 조계종 총무원에서 폭력사건이 생겼다. 이번에는 언론을 타고 전 세계에 그 현장이 보도되어 경악하게 했다. 세상일이란 아무리 주장과 목적이 정당하고 공익을 위하더라도 ‘절차적 정의’와 ‘법률적 정의’가 수반되어야 한다. 

조계종으로부터 그렇게 내몰린 태고종이, 배운 대로 그 짓을 또 한다. 한국 현대불교사에 있어서 ‘폭력’이라는 단어는 잠재되어 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이다. 치고 들어가서 점유하면 된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종교적 신념과 신앙에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순간, 그 ‘행위’는 국가의 법령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려야 한다. 부부간에 싸움이 일어나도 국가의 공권력이 개입하여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데, 집단적 폭력 행위 현장을 직면하면서도, 경찰은 ‘중립 지키기’의 구실로 구경만 하는가? 종교가 추구하는 가치는 국가를 초월할 수 있지만, 그런 종교 행위를 하는 인간은 국가 속에서 살고 있다. /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