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7년 5월 12일

 장    소 : 부산 홍법사

 사    회 : 심산스님(홍법사 주지, 본지 논설위원)

 대담자 : 안하원 목사/새날교회 목사

 윤희동 신부/천주교 송도성당 주임신부

 성각스님 / 부산 능인선원 주지

 정덕재 포덕사/ 천도교 동부산교구 교무부장

사진설명 : 처님오신날을 기념해 지난 12일 부산 홍법사에서 ‘종교화합과 나눔’을 주제로 특별좌담을 가졌다. 이날 좌담에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천도교 성직자들이 참여해 진지한 토론을 펼쳤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이땅에 오신 뜻은 하나”

            종교화합은 실천이 중요…꾸준히 만나 대화해야

            타종교 비방 해소에 종교 지도자 역할 특히 중요

인구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절반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종교는 한국사회의 절반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전체 종교가 하나로 뜻을 모을 때의 일이다. 역으로 종교간의 반목과 질시는 사회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생명을 지닌 중생을 모두 같은 평등한 존재로 봤다. 그런점에서 종교가 다르다는 것이 차별의 요인이 될 수 없다. 부처님의 시각에서는 모두가 불성을 지닌 깨달음을 향해가는 존재이며, 화합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12일 부산 홍법사를 찾았다. 지난 1998년 ‘열린 종교인 모임’을 결성하고, 종교간 화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직자들을 만나 ‘나눔과 화합’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사회 : 24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홍법사에서 열리는 봉축법회에 여기 모인 각 종교 성직자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인사말을 부탁한다.

윤희동 신부(이하 윤신부) :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만을 사랑하라고 말한 적은 없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고 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마음이 불자들에게도 전해져 모두가 즐거운 날이 되길 바란다.

안하원 목사(이하 안목사) : 올해는 2551년 부처님오신날이다. 종교의 역사로 볼때 불교는 가장 오래된 종교이며, 한국인의 삶과 역사에 많은 영향을 미친 종교다. 모든 종교가 화해하고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오랜 역사를 지닌 불교가 가장 앞장 서서 깨달음의 이치를 널리 알려주길 바란다. 불교인들이 부처님처럼 열린 마음으로 사회에서 활동하기를 기대한다.

정덕재 포덕사(이하 정포덕사) : 종교에서는 항상 근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부처님이 오신 근본은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였다. 부처님께서 오비구 앞에서 전법의 수레를 굴리면서 보여준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 부처님이 오신 근본을 행하는 것이다.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며, 불교가 화합과 깨달음에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

성각스님 : 최근들어 크리스마스때 아기예수님 탄생을 축하한다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다는 사찰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교황청에서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해 줬다. 이런 모습이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

사회 : 연등축제는 빛의 축제라고도 한다. 다양한 연등과 창작등이 거리를 수놓는 까닭이다. 또한 크리스마스 때는 가정마다 트리를 만들고, 성당이나 교회에서는 형형색색의 전등으로 건물을 장식하곤 한다. 초는 대부분의 종교에서 사용하는 의식용품이기도 하다. 빛을 성스러운 존재로 보는 시각은 모든 종교가 서로 같은 것 같다.

정포덕사 : 천도교는 빛에 대해 크게 연관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을 태워 이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에서 많은 종교가 초를 사용하는 것 같다. ‘밝음’이란 측면에서 보면 천도교는 내재돼 있는 ‘밝음’, 즉 모든 사람은 내면에 밝은 기운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신을 낮추는 작업을 통해 주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내재된 명(明)이 나타나게 된다고 한다. 성직자들이 앞장서 그런 존재가 되어야 한다.

윤신부 : 그리스도교에서는 초를 예수님에 비유한다. 본인을 태우면서 주변을 밝혀 준 예수님과 초를 동일시 해서 바라본다.

안목사 : 초를 켜면 경건한 느낌이 드는 까닭에 기도할 때 초를 주로 사용한다. 성서에는 빛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할 때 빛을 가장 먼저 창조했으며, 사람들을 하나하나의 빛에 비유하기도 한다.

사회 : 불교에서 빛은 지혜, 진리를 상징한다. 무지와 어리석음, 무명으로부터 밝혀주는 진리라는 의미다. 최근 들어서는 성도재일에도 빛, 즉 연등을 밝히는 사찰이 많다. 부처님의 깨달음을 빛으로 형상화하려는 의식의 하나로 여겨진다. 빛을 통해 어둠에 쌓인 중생의 마음을 밝혀주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이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이란 뜻이다. 이처럼 종교는 사회의 빛이 되고자 한다. 성직자들이 앞장서 사회의 빛이 되려면 서로 화합하고, 함께 노력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 12일, 특별대담을 마친 성직자들이 홍법사 경내를 거닐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성각스님, 정덕재 천도교 포덕사,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 천주교 윤희동 신부, 개신교 안하원 목사.

안목사 : 종교간 화합은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데서 시작된다. 한 예로 성탄절이 모든 나라에서 12월25일은 아니다. 동방교에서는 1월6일에 하기도 한다. 이를 옳다 그르다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자세로 본다면 별 문제가 없다. 다른 종교를 볼 때 나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시각에서 본다면 종교화합은 요원한 일이 아니다.

사회 : 우리나라는 다종교 국가다. 하지만 때때로 다른 종교를 비방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교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교리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종교지도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 같다.

정포덕사 : 지난해 10월에 개신교가 운영하는 지리산 두레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원불교 교무, 목사와 함께 모여 대화를 했는데, 열린종교인 모임이 추구하는 것과 방향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 즉, 진정으로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며, 인간 뿐 아니라 자연과 함께 행복을 모색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던 모습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안목사 : 개신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적은 편이다. 열린종교인 모임을 참여해 보니 종교의 동질성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에게 발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신교가 종교간 화합에 적극 나서야, 세상을 바꾸고 변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을 많은 목사들도 깨달아야 한다.

윤신부 : 종교화합은 실천이 중요하다. 부활절 저녁미사에 스님이 참가하고, 부처님오신날 법회에 목사, 포덕사, 교무 등이 함께 참여해 축하를 하는 것은 이웃종교와 화합하려는 실천의 한 단면이다. 성직자의 열린 모습은 신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만남의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성각스님 : 열린종교인 모임도 처음에는 많은 벽이 있었다. 나를 포함해 각 종교인마다 각자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

정포덕사 : 우리민족의 의식을 자각시킨 삼일운동을 보면 성직자간의 교류가 밑바탕이 됐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등 모든 종교가 하나로 마음을 모을 때 사회를 위해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일이 바로 삼일운동이다. 그 당시 지도자들은 크게 깨달았던 사람인 까닭에 종교적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반면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제시한다면 결국에는 전쟁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

 “모든 종교가 마음 모을 때 사회 위해 큰 역할”

          정치 지도자 특정 종교 강조해 갈등 조장 말아야

          ‘열린 종교인’ 같은 모임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사회 :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성직자들이 종교화합을 위해 실천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런 점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종교간 대화를 하면서 내 종교는 잘 아는데, 이웃종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모르니 이해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성각스님 : 상대종교를 알려는 지도자의 모습이 절실한 때다. 열린종교인 모임이 진행하고 있는 열린시민대학은 신도들에게 이웃종교가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알리고 이해시키는 자리다.

윤신부 : 종교지도자들이 성숙돼야 한다. 감정을 절제하고 포용력을 갖고 대화를 한다면, 이런 분위기는 사회적으로 확산될 것이고, 몇몇 잘못된 정치지도자들을 일깨울 수 있다.

사회 :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목적으로 시작된 열린종교인 모임이 10년간 유지되면서 부산지역 종교간 화합에 미친 영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모든 종교인이 잘 화합했던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간 어려움도 있었다. 종교인 모임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특히 어떤 점이 필요한가.

윤신부 : 부산에서 시작된 열린종교인 모임이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 자리에 모인 모두가 같을 것이다. 열린종교인 모임의 가장 큰 특징은 열린시민대학에 있는 것 같다. 성직자 몇 명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는데서 한발 나아가 신도를 대상으로 한 열린교육은 실천적인 행동으로 이해된다. 시민대학이 7년간 꾸준히 유지된 바탕으로 강사비를 받지 않고 시민대학을 운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해당 종교시설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전액 해당 시설이 책임지는 형식으로 가다보니, 강사비나 운영비 등으로 인한 잡음이 생기지 않았다. 이는 열린시민대학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는 원인이기도 했다. 종교가 자본에 초연해질 때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

성각스님 : 처음에는 열린대학 강의를 선교나 포교의 장으로 생각하는 강사들이 있어 서로간 곤란할 때도 있었다. 우리 종교가 제일이라는 식의 강의는 오히려 참가자들의 반발을 가져왔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강사들도 비로소 열린종교인 모임의 취지를 이해하고, 강의를 하게 된 것 같다. 처음에 한두번 잘못된 강의에 대해 항의하고 반대 입장을 펴기보다 꾸준히 대화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려는 모습을 견지한 까닭에 7년째 시민대학 강의가 이어진 것 같다. 올해 여러 사정으로 인해 강의를 한번 거르게 돼 아쉬움도 있지만, 내년에 보다 충실한 시민대학을 기약해야겠다.

정포덕사 : 원래 종교의 뿌리는 하나다. 예수님이나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같다.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다른 종교와 교류를 하면서 참 좋다, 참으로 필요한 일이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신도들이 종교적 배타성에서 벗어나 사회를 위해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의논하도록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안목사 : 만남에는 인내가 참으로 중요하다. 한 부분에 대해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결국엔 점점 간극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서로 좋은 점을 찾아내고,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의 본심을 알게 되고, 또 화합하게 된다.

사회 :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몇몇 지도자들이 종교간 화합을 저해하는 우려스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안목사 :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특정 종교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역사를 볼 때 우리나라는 종교간 갈등이 심각하지 않았다. 이는 서로를 인정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던 까닭이다. 그런데 최근 가족간에도 종교가 달라지면서 소위 ‘천박한 신앙활동’을 지도하는 종교인이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천박한 정치인’이 있다. 개신교 교인들도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깨달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야 한다. 또한 정치인이 종교를 이용하려는 잘못된 습성을 버려야 한다.

윤신부 : 교육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학교에서 기본상식으로 각 종교를 가르치고, 종교의 역사를 가르친다면 잘못된 사회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 종교교육을 통해 상대 종교를 이해하게 되고, 종교 역사의 공(功)과 오류를 안다면 독선적인 신앙행태는 사라질 것이다.

정포덕사 : 종교 지도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깨우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낮추려는 노력을 보다 더 해야 한다.

성각스님 : 우리 사회를 보면 종교는 상당히 성숙해 있다. 하지만 정치가 아직 미숙하다. 인격을 갖춘 지도자를 만드려는 역할을 종교가 해야 하는데, 종교와 정치간 간극이 크다보니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인이 종교를 이용하려는 잘못된 행동을 한다.

안목사 : 종교를 가진 사람이 지도자가 될 때 갖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해야 하는데, 사실 종교인 여부와 정치 지도자의 인격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포덕사 :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습관화하는 일이 필요하다.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은 자신의 근본을 돌아보게 한다. 또 마음을 넓게 만들어 다른 사상과 가치를 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매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운동을 펼쳐보자.

사회 : 오늘 긴 시간동안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데 감사드린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결국 귀결점은 하나인 것 같다. 종교인들이 자주 모여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종교가 추구하는 동질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열린종교인 모임이 보다 활성화되고, 사회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 

정리=안직수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신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열린종교인 모임은 /

1998년 부산 5대 종교 모여 출범

…열린시민대학 운영 ‘화합 주도’

1998년 부산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을 비롯해 부산지역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성직자들이 모여 “종교간 대화와 화합”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2000년 5월18일 통도사부산포교원에 열린종교 시민대학을 개설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종교를 소개하며 종교간 화합과 대화 분위기를 주도해 왔다. 지난해까지 사찰과 성당, 교회 등에서 번갈아가며 7회째 강의를 실시했으며, 교과과정은 각 종교당 4회에 걸친 강의와 1회의 특강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열린종교인 모임은 지난 12일 홍법사에서 가진 특별간담회에 앞서 회의를 갖고, 오는 10월1일에 ‘5대 종교 성직자 축구대회’를 개최키로 결정했다. 각 종교별로 15명 내외로 축구팀을 구성해 함께 체육대회를 하면서 종교간 화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불교신문 2330호/ 5월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