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님!
학생시절 추기경님이 계시던 명동성당 신세를 많이 졌던 사람으로서 염치없지만,
감히 추기경님께 한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평소에 종교가 가진 순기능 보다, 자본주의에 찌든 기업형 종교의 역기능을
더 많이 봐왔던 터라, 종교에 대해 그리 곱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배타적인 기독교에 비해, 왠지 거리가 느껴지는 불교에 비해 천주교에 대해선
그나마 비교적 너그러운 시각을 갖게 됐는데, 거기엔 아마 추기경님을 비롯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님들의 수많은 노력과 희생이 컸었겠지요.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구원대신 고통을 준 매카시같은 박홍도 있었지만,,,
우리 나라에 신부님이 몇 분인데, 그 중 또라이 한 명 없겠나? 라는 생각으로
그냥 무심히 넘겼더랬습니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많이 바뀌었지만 쭈욱 그 천주교의 대빵이셨던 김추기경님에 대해
제가 가졌던 이미지는 뭐랄까?
'못생긴 얼굴이지만 온화한 미소가 넘쳐흐르는' 저같은 허접이 범접하기에는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큰'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천주교 신자인 이회창이 딴나라당의 대선후보로 나왔을 때부터 시작이었던 것
같은데,,,엊그제 '국보법 폐지는 시기상조다'라는 말씀을 하시는 TV속에서의 추기경님의
얼굴에선, 예전의 그 '온화함' 보다 박홍의 '일그러진' 쪽을 닮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어리석고 못난 저만의 편협된 생각일까요?
앞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종교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당연히 천주교에 대해서도 별
아는바 없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의견을 말한다는것이 주제넘은 행동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무릇 종교란 사회의 양지보단 음지를 바라보며 , 힘없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모두 다 구원받아야 할 하나님의 소중한 자식들이기에, 그 사람이 어떤 사상, 어떤 종교
를 가졌든 차별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추기경님께서
'북한을 아직 믿을 수 없기 때문에 국보법 페지는 시기 상조다' 라고 하신 말씀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분도 아닌,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천주교의 최고 대빵이시며, 하나님과 가장 가깝게 계신 분이 '믿을 수 없다'라는 말을
그렇게 많은 사람앞에서 하실 수 있는 것인지?
아시다시피 북한은 남한에 비해 '절대 약자'인 만큼, 다른 사람들이 다 돌을 던져도
최소한 추기경님 만큼은 믿어주고, 어루만져줘야 하는게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요?
혹, 하나님께서도 이미 북한은 '포기했다'고 하시던가요?
이미 포기한 자식이니 개네들이랑은 놀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셨던가요?
또, 시기상조란 말씀도,,, 예전,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같은 천주교신자여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국보법 페지에 찬성을 하셨었는데 왜그때보다 훨씬 더 시간이 흐른
지금이 왜 '시기상조'가 되어야 하는지,,,그 부분 역시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혹자는 추기경님이 변했다느니, 치매에 걸린것 같다는 얘기도 하지만,
전 아마도 추기경님께서 연세가 드시니,,, 추기경님 주변에 있는 일부 박홍같은
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추기경님의 눈과 귀를 가로 막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도 매일 좃선일보만 보여드리고,
잡지도 얼간좃선 같은 것만 보시게 만들고, 하나님 대신, 박그네 같은 사람들만 만나게
하면서 말입니다.
추기경님!
감히 바라옵건대 그런 썩은 무리들을 하루빨리 떨쳐내시고
성수로써 눈과 귀를 맑게 하셔서 그 온화하고 따뜻한 미소를 되찾으시길,,,
그래서 그 미소로 북한을 포함한 이 땅의 어둡고, 낮고,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고 억압받는 민중들을 예전처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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