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9일 오후 5시, 김원경 전도사와 한 노방전도자가 명동에서 인사동까지 노방전도를 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한·영·중·일 4개 국어로 쓴 현수막을 등에 멘 노방전도자가 길을 걷고 있다. 등짐에 달린 확성기에서는 4개 국어로 녹음된 전도용 테이프의 설교 소리가 퍼져 나온다.  

"하나님께서 인류를 심판할 날이 가까이 왔습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합니다. 내 말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구원을 받는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남자친구의 팔짱을 꼭 끼고 걷는 한 여성의 시선이 현수막과 확성기에 꽂힌다. 
"뭐야. 일본에서 온 건가."
"아냐, 한국 사람들인 데 뭘. 저 사람들 무슨 말이 나오는지 알기나 할까."
확성기에서 흘러나오는 중국어, 일본어, 영어 설교 소리에 여성의 남자 친구는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계란이 왔어요~"
익살맞은 표정의 고등학생은 계란 장수 흉내를 내며 노방전도자 옆을 지나간다. '예수 믿으면 천국 가고 안 믿으면 지옥 간다'로 요약되는 메시지보다는 등짐에 걸린 현수막과 확성기에서 나오는 외국어 소리에 행인의 관심이 모인다.

11월 19일 서울 최저 기온은 영하 7도였다. 서울에서 노방전도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명동에서 19년 동안 노방전도를 하고 있는 김원경 전도사(엘림선교회)를 만났다. 김 전도사는 명동 거리 입구에 있는 전도 부스에 보온비닐을 씌우고 있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김 전도사는 대뜸 "좌파 신문 아니냐"고 물었다. 얼마전 모 방송국에서 촬영을 해갔는데 좌파인 거 같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김 전도사가 보온비닐을 씌우는 동안 안심을 시켜 인터뷰 승락을 받았다. 인터뷰는 명동성당 인근 상가 3층에 있는 엘림선교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추운 날씨에 힘드시겠다. 요즘 노방전도에 대한 시비가 많지는 않나
좌파 경찰이 자꾸 와서 전도 깃발도 훔쳐가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방해한다.(김 전도사는 인터뷰 내내 노방전도를 방해하는 대상을 주로 '좌파'라고 표현했다. 편집자주) 하지만 우리는 법적으로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 경찰이 1인시위하는 걸 말릴 수 있나. 전도하는 것도 말릴 수 없다. 우리는 집시법(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적용을 받는 게 아니다. 집회가 아니라 종교 행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말리면 안 된다. 경찰은 우리를 보호해줘야 한다.

	▲ 김원경 전도사(51)가 명동 입구거리의 전도 부스에 보온비닐을 씌우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이명박 장로가 대통령이 되었는데 경찰이 노방전도를 방해한다니 웬일일까
경찰이 극성이다. 노방전도 하는 사람들에게 자꾸 경범죄로 3만 원짜리 벌금을 물리고 있다. 모든 경찰이 그런 것은 아니고 딱 한 사람이 방해한다. 남대문경찰서 조ㅇㅇ경장이다. 그 사람은 십자가만 보면 이를 가는 사람인 거 같다. 다른 경찰은 음료수도 갖다 주고 격려해 줬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사상이 잘못된 경찰 하나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노방전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1990년에 노방전도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명동으로 나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해 일을 시작하게 됐다. 하나님이 꿈에 환상을 보여주셨다. 처음 전도 사명을 받은 후에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 노량진과 한강 일대도 다니며 전도했다.

엘림선교회에 대해 설명해달라
누구든지 전도의 열정만 있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대여섯 명이 인사동, 명동, 남대문 등을 돌아다니며 4개 국어(한·영·중·일)로 하나님을 전한다.

(엘림선교회를)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하나님이 세우셨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무실 얻어 쓰다가 이곳에 들어온 지 2년이 지났다. 선교회가 세워진 것은 12년 정도 됐다. 전세로 사무실을 얻었기 때문에 특별히 비용이 들어가진 않는다. 식사도 쌀과 김치면 충분하다. 후원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전세금은 작은 식당 운영하는 아내가 후원했다.

노방전도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나
스님이나 보살, 지옥 갈 사람들을 보면 외면할 수가 없다. 기독교인들이 지옥으로 갈 사람들을 보면서도 침묵하고 있다. 나는 모든 기독교인이 나와 같길 원한다. 누구에게든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진리를 말해야 한다. 한번은 스님에게 전도하는데 이 분이 나와 예수 믿기 내기를 해서 졌다.(웃음) 불교신문 기자에게 전도 하다가 친해져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 나눈 적도 있다.
(김 전도사가 한 스님과 내기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 전도사가 한 스님에게 전도를 하려고 말을 건네자, 그 스님이 "지금 가방을 잃어버렸는데 가방을 찾아주면 예수를 믿겠다"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약속을 지킬 것을 당부하며 "지금 남대문 경찰서에 가면 당신 가방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방을 들고 돌아온 스님이 김 전도사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를 믿기로 다짐했다는 것이다. 김 전도사는 그 스님이 지금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편집자주) 

	▲ 김원경 전도사(51)는 자신을 양떼를 지키기 위한 하나님의 개라고 소개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가까운 사람에게 먼저 전도하는 것이 거리에서 전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우리도 가까운 사람에게 전도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전도하고, 식당 아줌마에게 전도한다. 택배기사에게도 전도해서 영접하면 몇 천 원 더 쥐워주곤 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전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주위 사람 모두에게 전도하고 있다. 지금 어깨에 두르고 있는 '예수천국 불신지옥' 띠는 집에 갈 때만 푼다. 깨어 있는 모든 시간에 전도하려고 애쓰고 있다.

노방전도로 정말 예수 믿는 사람이 생기나? 생긴다면 사후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성경에 씨 뿌리는 사람이 있고 거두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씨를 뿌리는 것이다. 씨를 뿌린 후에 쪼그려 앉아 언제 싹이 나고 열매를 맺나 지켜보는 일은 의미가 없다.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지 씨를 뿌릴 뿐이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거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다. 그래서 열심히 씨를 뿌리는 것이다.

기독교인 중에도 노방전도 방식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모든 교회가 사랑만 말하고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는다. 심판과 지옥을 말하지 않는 교회는 정말 문제다. 천국과 지옥을 말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자꾸 성당으로 가고 절로 가는 거 아닌가. 김홍도 목사님처럼 천국과 지옥을 말해야 한다. 조용기 목사님처럼 구원을 외쳐야 한다.

교회가 사실대로 말해야 한다. 보기 싫다고 감출 수 없다. 무덤, 교도소, 화장실, 똥, 변기처럼 싫다고 감추고 숨기면 안 된다. 지옥이 보기 싫다고 감추면 안 된다. 교회는 사람들이 지옥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는 '마지막'을 전하고 있다.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지금 교회가 욕을 먹는 것은 기독교인이 기독교인답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방전도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에 등 돌리는 것이 아니다. 믿음의 본을 보이지 못하는 기독교인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거다.

우리는 하나님의 개다. 양떼를 지키는 개. 울타리를 넘어 천주교, 불교로 가는 양떼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하나. 지옥에 가지 못하게 짖어야 한다. 개들은 봉급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 무보수로 목자인 예수님을 위해 일한다. 사람들은 우리를 개 취급한다. 목사들도 우리를 개 취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 교회는 양떼를 다 도둑 맞으면서도 짖지도 못하는 벙어리 개다.

	▲ 김원경 전도사가 확성기 소리 조정장치를 고정해 놓은 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석

사람들은 노방전도가 소음을 유발한다고 한다
우리도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리를 크게 내지 않도록 확성기 소리 조정 장치를 고정해 놓았다. 전도를 하며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주거나 큰 소리를 유발해서는 안 된다. 노방 전도하는 사람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개해야 한다. 

노방전도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은가요
우리를 조롱하는 사람도 있다. 절에 다니거나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은 지나가면서 "미친놈"이라고 한다. 그러나 나도 예수 믿기 전에는 노방전도하는 사람을 미친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해한다. 30살에 예수를 믿었는데, 믿기 전에는 노방 전도 하는 사람들 조롱했다. 예수 전하는 사람을 핍박하던 자리에서 전도자로 돌아 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거리)에 세우셨다.

가족들이 노방전도하는 일을 지지하나
아내와 고2 딸이 있다. 두 사람 모두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한다. 딸이 "다른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만 큰소리치지만, 우리 아빠는 안 믿는 사람에게 큰소리친다"고 말한다.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느 교회에 출석하고 있나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다닌다. 엘림선교회는 정식으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에 소속돼 있다. 나는 사당동 순복음신학교를 졸업했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매일 11시에 여기서 예배를 드린다. 밤 8시 30분이면 하루 일과가 끝난다.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전도하는데, 나는 빈 시간과 장소가 생기면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전도사는 오후 5시가 되자, "오늘 처음하는 분이 계셔서 길을 안내해 줘야 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보 노방전도자에게 등짐을 메주고, 옷매무새를 고쳐줬다. 명동에서 인사동 거리까지 김 전도사 일행을 따라붙었다.

일본선교를 했다는 초보 노방전도자는 "나는 일본선교를 했으니, 일본어 설교 테이프를 틀어달라"고 말했다. 4개 국어로 흘러나오는 설교 소리에 외국인들이 말을 걸어오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김 전도사는 "가끔 중국인들이 따라오며 말을 걸지만, 중국어를 못 하기 때문에 그냥 웃으며 지나칠 뿐"이라고 말했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말씀을 전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는 "술 마신 사람들이 시비걸어 오기 때문에 테이프만 튼다"고 답했다. 또 "절대 (행인과) 싸우면 안 된다. 우리가 욕 먹는 건 일부 노방전도자들이 행인들에게 호통치고 정죄하는 등 공격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사동에서 종로로 돌아오는 길목에 자리한 조계사 앞은 불자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길 건너편 인도로 지나간다고 했다.

일본어에서 한국어로 바뀐 테이프 설교 소리는 점점 희미해져갔고 김 전도사와 초보 노방전도자의 뒷 모습은 어둑해진 거리의 인파 속으로 사라져갔다.

<편집자주 : 독자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노방전도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있으시면 댓글에 달아주십시오. 본인이 알고 있는 노방전도자의 활동 지역을 적어주시는 것도 환영입니다.>  

	▲명동성당 인근 상가 3층에 위치한 엘림선교회 사무실. ⓒ뉴스앤조이 김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