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종교비리 > 종교도 불완전한 인간의 일부

판돌이 소래산 자락에 도착했을 때는 곧 비가 올 듯이 어두침침했다. 문지기의 안내를 받으며 높은 바위 절벽 아래로 향했다. 五十部將 혹은 百部長라는 지위를 가진 수 십 명 가운데 성일이 먼저 눈에 띄었다. 백 사람의 신도들을 통솔하는 부장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내도 소피아(;sophia) 천사가 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보이지 않았다.
탁상에 붉은 피가 엉겨 있는 염소머리가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敎主로 명칭이 바뀐 양치기가 혼자 뜻 모를 기도를 주절거렸다. 일곱 수호천사들과 두 명의 주님천사 외에도 여러 종류의 천사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치료를 받으려는 다른 환자 두 사람도 판돌도 마찬가지였다.
요란한 서양 북소리가 울렸다.
더둥 덩 둥!
양치기가 금실로 수놓은 옷깃을 여미며 무릎을 꿇고 향불을 지폈다.
먼저, 미태(美態)가 있어 보이는 주님천사 두 사람이 앞에 나왔다. 그리고 이천년이 재림주임을 재확인 시키는 말을 한 후 간단히 예언을 했다.
“수 십 일 후에는 天馬山에 글자 그대로 하늘의 말이 내려와 머물 것이라. 이 말이 그 터에 적응한 來年에는 종말이 올 것이라. 그 때 만 천하를 다스리는 재림주의 즉위식을 할 것이라.”
이 다음에는 여러 천사들이 이 예언을 그대로 복창했다.
판돌에게는 실현이 가능한 교단의 계획을 알리는 것에 불과해 보였다. 예언이란 인간이 조작하여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사람들마다 제각기 다른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가 뒤섞였다.
-=-멀고 먼 알라 배마.....어음 어으으응. 지날 날 술...삼키고...아버지 Jordan江, 요단에 취하실 때...어머니 베틀을 머리..쓰고...오 달씰 올씰 쭈욱 마셔이여...어헝이여...마메 카타 끙이여, 끄응, 끙이여,.....===
이른바 남들이 잘 알아듣기 어려울수록 효험이 있다고 양치기가 강조했던 방언이었다. 진한 향냄새가 후각을 마비시킨 지 오래여서 정신마저 혼미해져 있었다. 눈의 흰자위를 굴리며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사람도 몇 보였다. 이렇게‘하나님과의 대화’라는 상당히 긴 절차도 지나갔다.
드디어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양치기가 우렁차게 말했다.
“길 잃은 양들아! 치료받을 양들아! 모두 내게로 오라!”
먼저 온 깡마른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양치기 앞으로 튀어나가 무릎을 꿇었다.
“성스러운 분이시여!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교주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번엔, 또 무슨 죄를 지었는고?”
“다시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겠다고, 전에 맹세하고 사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손이 노름판에 뛰어들어, 다시 죄를 짓고 말았나이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또 왔나이다.”
사내의 얼굴에는 흉터가 길게 그어져 있었다. 그러나 그 눈에는 간절한 믿음으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그 손이 어느 손인고?”
“바로 이 손입니다.”
사내는 오른손으로 자신의 왼 손목을 바짝 쥐어 내밀었다.
“알라하시는 경전은 물론이거니와, 내 일찍이 말하였나니, 네 몸의 일부가 너를 길 잃게 하거든, 그 일부를 잘라버리라 했느니라. 이것이 온 몸이 지옥에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라. 이것을 알아라했느니라.”
교주의 냉엄해지는 표정에 비례하여 사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어떤 위험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 그래도 이 손이 있어야...”
“여봐라! 수호천사들아! 어서 이 자의 죄를 사하여 줘라!”
사내가 서서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삼손의 손아귀에 두 어깨를 붙잡히고 말았다. 수리에 채인 병아리처럼. 그다음 일곱 수호천사들까지 합세하여 발버둥치는 사내의 입을 수건으로 막았다. 그리고 땅에 눕혀졌고 삼손은 고깃간에서 쓰는 칼을 들어 내리쳤다.
퍽!
“으아악!”
손가락 셋이 땅바닥으로 튕겨 나가 벌떡벌떡 꿈틀거렸다. 사내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다가 기절해 버렸다. 그리고 잘려 나간 손마디는 불이 붙은 종이가 소독을 대신했다.
지지직!
살이 타는 냄새 속에서 어느 누구도 항변하는 사람이 없었다. 교주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들고서 외쳤다.
“오! 하날님! 저 어린양의 죄 사함을 받아 주소서!”
판돌은 주위를 곁눈질해보았다. 모두들 교주를 향해 엎드려 큰절을 연속하여 올리고 있었다. 덩달아 뛰는 가슴으로 일어나 똑같이 했다. 머리에서는 이런 말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저 교주, 아니 저 자는 분명 미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의사도 바빠서 찾지 못할 정도로 남아있다는 파편 쪼가리인데. ’
치료를 받으면 송장이 되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칠 수 없었다.
신도들의 절을 받으면서 재림주는 계속 외치고 있었다.

“내 이르노니, 姦淫을 하는 자가 여자이면 陰部를 인두로 지져 源泉封鎖할 것이요, 남자이면 陰莖을 가위로 잘라 拔本塞源하여 버릴 것이다. 이것이 몸 전체가 지옥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으니라. 이는 有史以來 인간들이 저지른 모든 전쟁터에서 실천으로써 경고해 온 바이니라.”

양치기가 초창기 설교 때 털어 놓은 말이 떠올랐다. .
‘... 전쟁 때 용문산 근처로 피난을 가던 중이었다. 비행기 소리에 가까운 빈 집으로 피했는데 오히려 폭격을 맞았다. 누구 하나 도와 줄 사람이 곁에 없었다. 피가 철철 흘러 넘쳐 나왔다. 그것을 보면서 오직 주 하나님만 외쳐 부르고 있었다. 그러자 차츰 황홀감 속에 성스러운 피가 새로 용솟음치며 몸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을 신성한 피가름이라고 했다. 原罪로서의 인간의 피는 깨끗이 빠져나가고 새로운 피로 바꾸어진 것이었다. 그 상처란 것도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자국마다였다. 그리고 그 불타고 있는 집 안에서 연거푸 뜨거운 불세례를 받았다. 자신을 따라다니던 사탄은 시커먼 연기와 함께 하나님이 거두어 가셨다고 했다. 그 증거로 그 일 이후로 치병능력이 생기기 시작 했다. 또한 성경을 보면 사투리로 모새라고도 하는, 沙漠 위의 先知者 모세께서 물로 세례를 하면서, 그 자신의 뒤에 오실 분은 불로 세례를 한다는 말도 했었다. 그리고 사탄이 날씨를 조정할 때면, 그 때 입은 상처가 쑤시고 머리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사탄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때까지 자신의 고통은 계속 될 것이라고 했다.’

판돌은 결국 교주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굳혔다. 그 때는 그저 양치기가 옳다고 여겼던 것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었다.
‘ 그때, 저 자는 폭격에 맞아 공포에 질려있었던 것이다. 그 공포를 잊으려고 하나님을 찾았던 것이다. 그때 분명, 뇌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머리에서도 피를 흘렸다니. 전쟁 통에 미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불세례라고?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건물 안에 있었다니 당연하지.... 치병능력이란 것도 미친 자들 중에서 간혹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보통 사람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기도 한다는데... 일종의 어쩌다 그런 능력이 생긴 것이다. 이제는 그 능력까지도 완전히 미쳐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제 판돌에게 남은 일은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미친 교주가 부르기 전에 먼저 행동에 옮기는 편이 낫다고 판단됐다. 그래서 앞으로 종종걸음으로 나가 무릎을 꿇고서 말했다.
“성스러운 양치기님. 저는 성스러운 치료를 받고자 왔습니다. 하지만 성스러운 분의 가르침을 듣고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교주가 내려다보며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어찌 그러한고? 내 특별히 소피아 천사가 소개한 어린 양에게는 축복을 더해 주려고 했는데...”
“거룩하신 양치기님의 고통스런 사랑에 비하면, 이 몸의 아픔은 극히 적고도 정당한 일입니다. 양치기님께서 양치기님의 고통을 기뻐하시듯이 저 또한 저의 고통을 기쁨으로 여기겠습니다.”
“에잉! 나는 이젠 양치기가 아니라 다시 오신 주님이니라.”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미친 교주의 심기를 상하게 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50세쯤 되어 보이는 다른 치료 대기 환자가 다급히 달려 나와 무릎을 꿇었다.
“양치기 아니, 재림주님. 저도 이 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자리에 와서 재림주님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태까지 제가 태어난 뒤로 앓았던 병은 모두 없어졌습니다. 어디 하나 아픈 곳이 없습니다. 그냥 모두 다 나았습니다. 이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다행히 교주의 안색이 풀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모두들 이 사람들을 보아라! 진실로 참다운 나의 아이들이로다. 내 몸의 고통과 함께하겠다고 했느니라. 낄낄낄! 모두들 이 성도들을 본 받을 지어다. 그래서 앞으로도 몸과 마음이 사악한 병에 들지 않도록 예방축복을 내려주겠노라. 수호천사! 천수봉을 가져오너라.”
퍽 퍽 퍽!
퍽 퍽 퍽!
두 사람은 이렇게 양쪽 어깨를 3대씩 맞았다.

*이상은 허구 짜깁기
무엇이 옳고 그른 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간이 진화되고 있다면 종교도 진화되고 있는 지도 모를 일.

*실시간 칼라로 전세계에 중계되는 시대여서 전쟁억지를 통한 공동번영을 모색하거나 아니면 서로 멸망하는 시대로 가거나 하겠지요. 71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