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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스님, 보험·조의금까지 ‘空手去 실천행’

“이 세상 모든 업보와 고통은 내가 짊어지고 간다. 대신 이승에서의 공덕은 남김없이 중생에게 회향(回向)하고 떠난다.”

시신마저 병원에 기증한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이 극락으로 떠나기 전에 자신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이승의 대중에게 나눠주는 실천행을 계속하고 있다. 스님이 나눠주는 것에는 위문금과 보험금, 조의금에 전기밥솥까지 포함돼 있다.

조계종은 14일 법장스님의 종신보험 보험금 1천만원 전액을 승려노후복지기금으로 적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승려가 종신보험에 들었다는 것이 낯설게도 보이지만 법장스님은 ‘보험금 나눔 운동’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 녹십자생명의 기부형 종신보험에 가입, 입적 전까지 매달 10여만원씩의 보험료를 내왔다.

법장스님은 이에 앞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답지한 1천만원 정도의 위문금도 다리를 다쳐 입원한 종정 법전스님에게 모두 전달토록 했다. 이같은 스님의 뜻에 맞춰 조계종도 조의금 전액을 법장스님이 설립한 장기기증운동 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 등에 적립할 방침이다. 조계종은 조의금이 2억원 정도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계종은 또 이날 “법장스님이 입적 전에 태풍 피해로 실의에 빠져 있는 울릉도 주민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전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울릉군에 전기밥솥 200개를 전달했다.

법장스님이 솔선수범한 장기기증운동은 승려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1일 법장스님 입적 직후 조계사에 마련된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접수처에서 지금까지 205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이중에는 조계종 기획실장인 법안스님, 문화부장인 탁연스님 등 승려 24명과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포함돼 있다. 법장스님이 주지를 지냈던 충남 예산 수덕사의 대중스님 200여명도 15일 단체로 장기기증서약을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법장스님의 맞상좌(제자)인 정묵스님은 “스님은 수중에 무엇이 들어오는 족족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며 “수덕사 주지로 12년 동안 있으면서도 개인통장 하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입적 직전 상좌스님에게 남긴 방 열쇠와 자동차 열쇠가 그가 마지막까지 갖고 있던 전부다. 15일 영결식에서도 법장스님이 결연을 맺고 직접 후원해주었던 소녀가장 최예슬양(13)이 조사를 할 예정이다. 한편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이날 영결법어를 발표했다. 법전스님은 “법장대종사는 생명에 대한 외경이 깊었고 이사(理事)에 집착하지 않는 기략(機略)이 있었다”며 “종단의 갈등과 대립을 통합하고 법등(法燈)을 빛내기 위해 정진하던 모습이 눈에 밟힌다”고 애도했다.

〈김준기기자 [email protected]〉 7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