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베네딕도 왜관 수도원은 수도원 차원에서 캠프 캐럴 고엽제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사진/정현진 기자)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서 7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소속 의원 등에 의견서를 전달해 임시국회에서 환노위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려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왜관을 방문한 민주당 정동영, 이미경 의원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김선동 민주노동당 고엽제대책위원장은 매립 현장을 방문하고 주민의 의견을 들었다. 왜관수도원은 이 자리에서 직접 자신들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애초 의견서를 전하고자 했던 김성순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장세환 민주당 고엽제특위위원장은 이날 방문하지 않았다.

수도원에서는 한미합동조사단의 조사로는 주민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구로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립행위에 관련된 다른 미군, 2004년 삼성물산조사보고서의 조사자와 2008년 에코솔루션 관계자들, 전 주한미군 군무원 구자영 씨 등 진상조사단이 관련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공개된 1992년과 2004년 보고서 이외의 보고서들도 찾아내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진상규명 활동을 어렵게 하는 조건으로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꼽았다. 왜관수도원 고진석 신부는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 땅을 더럽혔는데도 진상규명활동을 어렵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불평등한 SOFA"라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도 진상조사단이 SOFA 개정까지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의견서 전문.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미군 고엽제 매립의혹에 관한 의견서 국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김성순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홍영표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민주당), 이미경의원, 장세환 민주당 고엽제특위위원장, 홍희덕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민노당), 김선동 민노당 고엽제대책위원장에게 드리는 의견서 오늘 두 분의 퇴역 미군들과 함께 왜관까지 내려와서 현장 방문도 하고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이야기도 듣고 위로하신 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5월 19일에 한국 언론에서 고엽제 매립 의혹이 보도되고 난 후 이곳 주민들은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미합동조사단은 기지 주변 지역이나 기지 내부 고엽제 매립 의혹지역이라 스스로 지목한 구역에 대한 수질, 토양 조사를 실시한 결과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엽제 매립 의혹지역이라고 지목된 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거나 제한적인 수질, 토양 조사에서 다이옥신 또는 고엽제 성분이 기준치 이하 또는 불검출일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이 사건을 마무리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고엽제 매립에 대한 기록, 처리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지 않는 한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 될 것입니다. 수질과 토양에 대한 조사도 주민들이나 민간 조사단이 요구한 철저한 전수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대책회의 진상조사단의 오염조사와 주민건강조사를 위한 면접조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데 그 결과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미군들이 이런 불법 매립과 은폐 행위를 감시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은 현재 국민들의 힘뿐입니다. 국민들을 대변하는 대의기구로서 국회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스티브 하우스 씨와 필 스튜어드 씨의 방한과 증언을 통해 우리는 생생하게 고엽제 사용과 매립 사실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캠프 캐럴 매립 의혹 현장을 찾아가서 진실에 다가서는 한 걸음을 또 디뎠다고 봅니다. 하지만 지금 한미 합동조사단의 조사로만 끝날 경우, 이 의혹은 진실을 밝히기 어렵습니다. 이에 오는 임시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가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하반기 조사활동을 추진해주기를 바랍니다. 이번에 방문하신 스티브 하우스 씨가 증언한 것처럼 이번에 폭로된 매립 행위에 관련된 미군들이 더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자영 씨도 직접 현장을 찾아와서 증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군 보고서를 작성한 미 육군 공병대나 미군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싶지만 성사될 것 같지는 않고, 대신 2004년 삼성물산조사보고서를 만들 때 조사했던 분들이나 2008년에 땅속에 매립된 드럼통을 발견했다는 에코 솔루션 관계자들이나 이 사건의 실체를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지금 미군이 작성한 보고서들이 1992년, 2004년 보고서만 온전하게 공개되었는데, 다른 보고서들도 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그것들을 찾아내서 분석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미군 측이나 정부 측의 협조가 없기 때문에 환경노동위원회의 활동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도 보살피지 않는 왜관 주민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저희들이 국회 진상조사단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단지 왜관 주민들의 불안만을 해소하자는 게 아닙니다. 인천 부평이나 춘천, 부산, 평택, 군산 등 미군부대 폐기물로 인한 오염 의혹이 제기되는 지역이 한 둘이 아닙니다. 전국적인 사안인 만큼 환경노동위원회가 관심을 갖고 조사활동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SOFA 개정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늘의 마음을 읽어내시기를 바랍니다. 2011년 7월 27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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