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잊고… 한 강단에 선 김창인-이종윤 목사

“목사님 밑에서 세례를 받고 결혼 주례도 받고, 중생을 체험했습니다. 저한테는 아주 놀랍도록 큰 은혜를 끼치신 분입니다. 목사님의 후임으로 충현교회를 담임하다가 안타깝게 떠났지만, 추호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충현교회 원로 김창인 목사(좌)가 제자인 이종윤 목사(우)가 시무하는 서울교회에서 설교를 전했다. 예배 후 두 사람이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어버이 주일이었던 9일 오후 5시, 서울 대치동의 서울교회에서는 뜻깊은 시간이 있었다. 과거 사제지간이다가 불미스런 일로 인해 소원해졌던 김창인 목사(충현교회 원로)와 이종윤 목사(서울교회)가 한 강단에 선 것. 이종윤 목사가 김창인 목사의 후임으로 충현교회에 부임했다가 불명예퇴진한 뒤 서울교회를 개척한 시점으로부터 근 20년 만이었다. 김창인 목사의 나이는 이제 94세.

그동안 이종윤 목사는 공석에서나 사석에서나 김창인 목사를 대할 때마다 존경과 신뢰의 마음을 표해 왔고, 지난 1월 14일에는 전격적으로 김창인 목사 사택을 방문해 사제의 관계를 회복했다. 최근 김창인 목사가 서울교회의 한 은퇴장로와 만난 자리에서 “내가 이종윤 목사에게 잘못한 것이 많아”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이 목사는 “‘아버지는 자식을 버리고 때로는 모진 매질을 했지만, 아들은 그를 아버지로 모시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는 것을 김 목사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기억이 나서 어른을 모시게 되었다”고 했다.

이날 예배를 인도한 이종윤 목사는 감회가 남다른 듯 격앙된 목소리로 설교에 앞서 김창인 목사를 소개했고, 중간중간 목이 멘 듯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종윤 목사는 “오늘 우리에게 말씀을 증거하실 김창인 목사님을 어떻게 소개할까 여러 차례 기도하고 많이 고심했다”며 “이런 분이고 저런 분이고 말하지 않겠다. 한국교회의 지도자시고 큰 별임에 틀림이 없다”고 했다.

▲이종윤 목사는 설교에 앞서 김창인 목사에게 존경을 표하며 꽃다발을 건넸다.

이종윤 목사는 “김창인 목사님은 저와는 사제지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신앙의 스승”이라며 “은퇴를 앞두고 제가 존경하는 목사님을 제가 설교하는 강단에 모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마음으로 기도하면서 모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과거 자신을 불명예퇴진하게 했던 루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는 한없는 죄인이고 말할 수 없는 죄인이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제게 씌웠던 그 죄는 제가 짓지 않았다. 아마 그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며 “다만 서울교회 성도들께 죄송했던 건, 용서를 설교하면서도 저부터 용서하지 못하고 뭔가 한을 품고 맺힌 게 있는 사람처럼 비친 것은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회한에 젖은 듯 잠시 울먹인 이 목사는 “스스로 가서 풀지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 참으로 부끄럽고, 이루 말할 수 없다. 다만, 이제 모든 것 내려놓을 때가 됐다”며 “여러분에게도 한이 있거나 맺힌 거 있으면 예수님 사랑으로 내려놓으시길 바란다”고 권면했다.

이어진 설교에서는 김창인 목사가 ‘주 안에서 부모를 공경하자(엡 6:1~4)’는 말씀을 전했다. 김 목사는 휠체어에 의지한 채였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땅에 머무는 동안 육신의 부모에 대해 효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윗사람을 섬기고 아랫사람을 축복하는 것이 복 받는 길”이라며 “선한 일 하다가 억울한 일 당해도 울지 말자. 예수님처럼 억울하게 십자가 져 죽을 때 있는지 몰라도, 잠깐 있다가 영광이다. 진짜 영광은 열매 맺는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예배 후 김창인 목사와 인사를 나누는 서울교회 장로들.

김창인 목사의 방문에 서울교회 성도들도 반갑게 인사하며 크게 기뻐했다. 이후 김창인 목사와 이종윤 목사 및 서울교회 장로들이 함께 가진 저녁식사 시간에서 한 은퇴 장로는 감개무량해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류재광 기자 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