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무당이 사람 잡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세상 이치든지 학문이든지 간에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는체를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의견을 나타낼 필요가 있을 때는 분명하고 정확하게 그 주장을 피력할 뿐이다. 그러나 ‘빈수레가 요란하다’듯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는체 하며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한다. 요즘 교계에도 지적 수준이 좀 모자란 사람들이 어설프고 설익은 이론을 내세우며, 마치 자신의 주장이 진리이거나 진실인양 억지를 부린다. 제대로 아는 사람들이 ‘당신의 주장이 틀렸다’고 지적을 해도 막무가내로, 오히려 ‘네가 틀렸다’며 달려든다.
◇근자에 회자되고 있는 소위 마리아 월경잉태론도 마찬가지이다. 이단감별사 최씨가 “임신을 하면 월경이 없어지는데 그 피가 아이에게 가는 것”이라며, “예수님도 마리아의 월경을 통해 산모의 피를 먹고 성장하고 또 태어나신 것”이고, 또 “예수님이 월경없이 태어났다는 말 속에는 예수님의 인성이 부정되고 만다”. 월경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면 “예수님은 마리아의 몸을 빌렸다는 것만으로도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느닷없이 월경을 기독론적 이단문제로 제기하고 나서자, 교계에서 이건 ‘잘못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이 마리아의 월경과 상관없이 태어났다는 것이 오히려 이단설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칼빈의 기독교강요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인용하며 변호하고 있다.
◇그는 칼빈이 기독교강요 최종판 2권 제13장 “그리스도께서는 인간 육신의 참 본질을 취했다”에서 마니교도들과 마르시온파들의 주장을 배격하며, 말한 부분을 멋대로 의역하여 월경없이 잉태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며 그것은 마니교도와 말시온주의자들의 주장이라고 변개하고, 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8장 2항의 “of her substance (그녀의 본성 혹은 체질)”를, 예수님이 “그녀(마리아)의 살과 피를 받아”라고 번역하고 있다. 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정당화 하기 위해 실로 역사적 기독교의 핵심 저서까지 왜곡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더 웃기는 무지도 있다. 한 지역 기독교연합회 이단대책위원장을 지냈다는 모씨는 ‘마리아의 무월경잉태설은 죄론과 기독론적 이단’이라고 단정하며, 그 근거로 역시 칼빈의 기독교강요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인용하며 예수는 “그녀의 피와 살을 받아 태어나셨다”고 주장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마리아의 월경과 관계없이 성령에 의해 태어났다는 주장을 이단설로 정죄하고 있다. 그는 원문의 내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채 오역으로 왜곡 번역된 내용을 금과옥조로 믿고 있는 듯하다. 이는 무지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기독교강요는 마리아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인간 본성의 참 본질을 취하셨다’는 것이지, 마리아의 월경에 의해 그녀의 피와 살을 받아 태어나셨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무지보다 더 나쁜 것은 무지에다 거짓의 옷을 입히는 억지이다.
교회연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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