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관통식이 열린 13일 스님들이 공사현장에서 무사고 기원제를 올리고 있다. [연합]

사패산 터널은 뚫렸는데

불교계.환경단체 등과의 마찰로 2년여 중단됐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3.4㎞) 굴착공사가 착공 4년여 만인 13일 마무리됐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공사현장에서 손학래 사장 및 사업 시행자인 서울고속도로㈜와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관통식을 열었다.

관통식에 앞서 의정부 사암연합회와 경기 북부 지역 사찰 스님 20여 명이 사패산 터널 반대운동을 계속했던 울대리 관통식 현장에서 '무사고 및 화합 기원제'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수행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노선 재검토를 요구하며 터널 반대운동을 2년여 동안 벌였던 스님들은 괘불(법당 밖에서 큰 법회나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 놓는 탱화)을 설치하고 음식을 준비해 2시간 동안 기원제를 지냈다. 조계종 제25교구 본사 봉선사 주지 철안(48) 스님은 "터널 공사를 둘러싸고 정부.시공사.지역주민.환경단체.불교계 등이 마찰을 빚으면서 생긴 마음의 앙금을 말끔히 씻고 모두가 화합하자는 의미에서 기원제를 열었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일산~퇴계원 건설사업소 김용식(53) 소장은 "분쟁에 따른 공사 지연으로 해당 구간을 돌아서 통행한 차량의 추가물류 비용이 5200억원 정도 허비되고 공사비 증가로 개통 뒤 고속도로 이용자들의 통행료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패산 터널 공사는 착공 5개월 만인 2001년 11월 국립공원 훼손 및 환경문제.사찰 수행 환경 저해 등의 이유로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이 반대, 공사가 중단된 뒤 2년6개월만에 재개됐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서울 및 수도권 주변 도시의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위성도시를 잇는 환상(環狀) 도로망이다.

전체 구간 127km 중 퇴계원~판교~평촌~김포~일산을 잇는 91km는 이미 개통됐지만 일산~의정부~퇴계원 구간(36.3㎞)은 터널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2007년 말로 완공이 미뤄졌다.

제한속도 시속 100㎞로 설계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산~퇴계원 구간이 개통될 경우 운행시간은 현재 1시간30분에서 25분으로 단축된다. 구간 통행료는 4000원으로 책정됐다.

양주=전익진 기자 <[email protected]>

▶ 13일 경남 양산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현장에서 덤프트럭이 토사를 싣고 터널에서 나오고 있다. 송봉근 기자

천성산 터널은 계속 삐걱

고속철도 천성산 터널공사에 대한 환경영향조사가 시작도 못한 채 삐걱대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 스님 측이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지율 스님 측은 2월 3일 천성산 터널공사에 대한 공동 환경영향조사에 합의했다. 100일 단식 농성을 벌인 지율 스님 측의 요구를 정부가 수용한 것이다.

공단과 지율 스님 측은 4월 전문가를 포함해 7명씩 추천, 14명의 공동조사단을 구성했다. 공동조사단은 5월 4일에 구조지질, 암반공학, 지하수, 지구물리탐사, 생태계 등 5개 분야에 걸쳐 6월 초부터 현장 정밀조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공단이 5월 '천성산 공사 관련자료집'을 배포하면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시작됐다. 자료집에 '(지율 스님이) 일방적 백지화 대책안을 요구해 당초 합동대책협의회 구성을 거부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이 문제가 됐다. 지율 스님 측은 공단 측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공단은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공단이 공식 사과하지 않을 겨우 공단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 결과 6월 초 시작할 예정이던 현장 정밀조사는 아직 시작 일자도 못 잡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지금 해결되더라도 장마가 지나는 8월에나 정밀조사 착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동조사단은 3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환경영향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다. 공단과 지율 스님 측이 이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공사 지속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대법원에서 하게 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양측의 감정싸움이 계속되면 언제 또다시 공사가 중단될지 알 수 없다. 공단 측은 공사가 중단될 경우 하루 70억원꼴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 등으로 9개월 동안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1조9000억원가량의 손실이 생겼다고 공단은 주장한다.

천성산 터널 공사는 경부고속철도 대구~경주~부산을 잇는 2단계 사업구간 중 하나다. 이 구간은 지율 스님.환경단체 등과의 마찰로 공사가 자주 중단되는 바람에 현재 공사진척도가 8.8%에 그치고 있다.

강갑생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송봉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