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기업비리 > 한국 떠나는 한국 기업들

어느 경제단체의 한 부장급 간부는 최근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모집했다가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수십대 1의 서류 전형을 뚫고 면접에 올라온 후보는 5명, 모두 대졸자인 데다가 일부는 꽤 이름난 대학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는 " 일에 비해 능력이 차고 넘치는 젊은이들이 월급 100만원에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일할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정말 몹쓸 짓을 하는 것 같다" 고 씁쓸해 했다.
이런 현상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을 등지고 줄줄이 해외로 떠나는 기업들을 보면 기성세대의 자괴감은 해소되기 힘들 것 같다. 이미 중국에만 3만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한 상황이고, 대기업, 중소기업 할것 없이 국내 공장 증설은 중단하고 줄기차게 해외로 나가고 있다.
기업들은 왜 한국을 떠나는 것일까? 충남에서 직물 공장을 하는 한 기업인은 "제품을 100% 수출해 외화를 벌고 매년 수익의 27%를 세금으로 내는데, 왜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근로자 한 사람을 채용하려고 해도 "제발 와서 일을 해 달라" 고 빌어야 하고, 수도권에 공장을 하나 건립하려 해도 공무원에게 손발이 닳도록 사정을 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는 도무지 기업을 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일각에서는 "능력 없는 기업은 떠나라" 고 주문한다. 하지만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은 기업이 떠나서는 일자리도 없고, 떠난 기업이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이 한국으로 다시 역 수입돼 그나마 남은 일자리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부메랑 효과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 조형래. 산업부기자 ([email protected]) * 7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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