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말 ‘이쁜이(질성형) 수술’을 고민하던 ㄱ씨는 서울 강남의 ㅇ산부인과에 문의 e메일을 보냈다. 시술 방법, 비용, 회복 기간 등 수술 정보가 궁금해서였다. 며칠 뒤 e메일을 열어본 김씨는 깜짝 놀랐다. 병원 측에서 보낸 답장에는 다른 환자의 질성형 수술 전후를 비교한 사진이 너무도 적나라하게 공개돼 있었다.
김씨는 수술을 받는다면 자신의 사진도 똑같이 쓰일 수 있으리란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사이버수사대는 ㅇ산부인과가 환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진을 사용했는지, 의료법 및 정보보호법 등 현행법 위반 여부가 있는지 등을 수사중이다.
ㄴ씨는 강남의 한 한방비만클리닉을 찾았다가 상의를 벗고 반 누드 상태로 치료 전 사진을 촬영한 적이 있다. 사진을 토대로 비만치료를 하고 이전과 비교해보기 위해서라는 게 병원측 설명이었다. 하지만 사진이 눈 부위부터 촬영돼 본인은 물론 지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ㄴ씨는 이 사진이 자기도 모르게 다른 곳에 쓰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의료기관에 의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e메일, 동영상 등 홍보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피해자의 동의없는 무차별 홍보가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환자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사진이 병원 홍보용으로 인터넷을 떠도는 일도 허다하게 발생한다.
개인정보 침해는 성형수술에서 주로 일어난다. 성형외과에서는 성형 전후 사진 촬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사진 촬영은 수술 결과를 비교하거나 환자가 ‘전보다 얼굴을 망쳤다’며 의료소송을 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실제로는 수술 전후 사진이 가장 효과적인 홍보수단이라는 이유도 크다.
지난 2월 ㄷ씨는 2001년 쌍꺼풀 수술을 받은 성형외과 홈페이지에 자신의 사진이 공개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눈 부위만 공개됐는데도 친구들이 금방 알아보고 연락을 했다. ㄷ씨가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자 병원 측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위탁업체의 실수라고 변명했다. 병원 측은 ㄷ씨에게 3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진을 삭제했다.
2004년에는 성형수술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환자 동의 없이 병원 홍보용으로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도 있었다. 2001년 ㄹ씨의 코 성형수술 장면이었다. 수술 당시 ㄹ씨는 병원 측으로부터 “별 것 아니고 병원에서 쓰려고 찍는다. 얼굴 전체는 안 나오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위원회는 병원 측에 피해보상금 4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상처는 금전적 보상만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사진 공개로 인한 수치심, 정신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당사자가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타격을 입기도 한다. 2001년 개그우먼 이모씨는 지방흡입 수술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되면서 한동안 연예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위원회에는 성형 전후 사진 무단공개에 대한 분쟁조정 건이 매해 2~3건 정도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위원회 강달천 사무국장은 “성형외과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병원들이 경쟁적으로 홍보하다보니 인터넷 홈페이지에 환자들의 성형 전후 사진을 동의없이 게시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일부 병원들이 환자를 상품으로만 인식,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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