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노무현대통령 - 대기업 노조에 대한 편협적인 사고에 유감을 표하며..
현자노조는 지난 ‘노사정 토론회’에서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하는 바이며, 대통령의 잘못된 현실인식과 대기업 노조에 대한 편협적인 상황인식에 대해서 바로 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자노조를 지목해 ‘대기업 노조들이 중소 기업을 배려하지 않는다’라고 역설하면서 ‘울산 지역의 경제가 가라앉고 있는 점에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고 지난 6월 2일(수) 일간지 신문에 보도된 바 있다. 상호 신뢰와 대화 타협을 강조하면서 대상자나 다름 없는 대기업 노조를 매도하는 것은, 상호간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며 대화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후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수차례 강조해 왔으며, 대기업 노조가 집단 이기주의를 위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차별철폐에 나서지 않는다고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밝힌바 있다. 그리고, ‘임단협에서도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안건으로 상정하지만, 자기 조합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서’라고 역설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상황인식이다.
현자노조는 비정규직의 차별철폐와 경제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현자노조는 ‘87년 노동조합 설립이후 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왔다. 또한, 경제 발전의 주체와 일꾼으로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으며, 경영의 투명화와 민주화를 위해서 고군분투 했다. 현자노조는 오늘날 노동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발전을 위해서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열심히 투쟁해 왔다. 때로는 구속과 해고로, 때로는 탄압에 맞서 투쟁하다가 죽음과 부상의 고통으로 아파해야 했다. 이러한 4만 조합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성과는 현대자동차를 사상 최고의 흑자 기록을 갱신하면서 GT-5를 지향하는 세계 기업으로 만들었으며, 오늘날 청와대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는 민주화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노사간 상호 신뢰 부족과 정부의 정책 부재로 인해 노사관계는 OECD 국가중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해마다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현자노조는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양산에 철저하게 반대해 왔으며 차별철폐와 처우개선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현자노조 조합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용한 적이 없다. 실례로 현자노조는 2001년과 2003년 단체 협약에서 최대 쟁점으로 확정하고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현대자동차 내에 있는 비정규직의 복지 부문의 향상과 임금 부문에서도 많은 성과를 쟁취하였다.
또한, 신규인원 채용시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40%를 채용할 것을 합의하여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도 기여하였다. 올 임금 협상에서도 사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공동투쟁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현자노조를 지칭하여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를 언급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양산은 현자노조나 노동자들이 요구한 사항이 아니며 노동법 개악으로 정부와 자본의 성장 위주의 노동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노동의 유연화 정책’에서 출발한 비정규직의 문제는 오늘날 ‘임금착취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으며 이는 실패한 노동 정책의 결과이다. 8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노동자를 양산시키고, 자본은 막강한 부를 축척하였으나, 노동자들은 가난과 고용의 불안에서 허덕이는 현실을 초래하였다. 비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과 소비 위축은 경제불황으로 이어졌으며, 노동자들의 삶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사회적 문제는 노노간의 갈등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노동 정책과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해서 노동법을 개악한 부문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결과인데 이를 대기업 노조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정부와 자본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우매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자노조나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면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말하는 노무현 대통령과 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자노조를 예로 들면 98년 1만 여명이 정리해고와 희망퇴직으로 길거리로 내몰렸다. 그러나, 불과 몇 년이 지나 1만 여명이 넘는 비정규직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으며, 98년 이전보다 생산량이나 매출은 확대 되었다. 지난해 1조 7천억이 넘는 사상 최대의 성과를 달성하기 까지는 4만 조합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자동차 25조의 매출액 중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총 노무비용(임금과 복지부문을 총괄)은 3조 4천억 정도로 13.8%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현대차 자본은 당기순이익 1조 7천억을 넘게 남겼는데 4만 조합원들에게는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서 임금을 동결하라는 시대착오적인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이 ‘유아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또한, 평균 연령 40세의 조합원들이 받는 기본급이 127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사교육비와 실질물가를 감안하면 잔업 특근을 하지 않고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평균 주 60시간이 넘는 노동강도와 심야 노동으로 년 평균 10명이 과로사로 죽어가고 있으며 1천 여명이 근골격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임금 동결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해 현자노조는 조합원들은 보수언론으로부터 6,000만원의 고임금을 받는 귀족 노동자라고 매도 당했다. 그러나, 실제 그렇게 받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6,000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14년된 노동자가 하루 10시간 씩 389일을 일해야 가능한 금액이다.)
정부와 자본이 대기업 노조의 임금동결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자는 우매한 생각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분배를 통한 성장 정책을 수립하고 처참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해서 잘못된 제도와 법을 개정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현자노조는 스스로 친 노동자적이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는 노무현 정부가 노동 정책의 부재로 노노간의 갈등이나 사회 분열을 획책하여 순수한 노동자들의 명예가 더렵혀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 줄 것을 4만 조합원의 이름으로 엄숙히 요구하는 바이다.
또한, 보수 언론과 자본은 대기업 노조가 국가 경제를 발목잡는 집단으로, 국가 경제의 적으로 규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은 노동자 서민과 한몸, 한마음이 되어 위대한 업적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도록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기원하며, 정부의 정책은 미래에 대한 약속을 의미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각인해 줄 것을 정중히 당부하는 바이다.
2004년 6월 3일
민주노총/금속연맹/현대자동차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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