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기업비리 > ‘괴음 내는 냉장고’…핀잔만 주는 AS

회사원 김모씨(45)는 지난 8월 삼성전자 ‘지펠’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했다.

‘세계적 전자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삼성전자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가 지펠냉장고를 산 동기였다.

그러나 이같은 믿음은 냉장고 구입 직후 산산히 부서졌다. 김씨는 구입한 지 얼마 안된 냉장고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 마치 쇠구슬 수십개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 같은 ‘똑, 똑, 똑, 똑…’ 소리가 났다.

또 가끔은 ‘쩌~억’하는 괴음(怪音)이 나기도 했다. 낮에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으나 밤이 되면 견디기 힘든 공포스러운 소리로 바뀌었다. 김씨 가족은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삼성전자 측의 태도였다. 서비스센터(A/S)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자연적인 현상이니 참고 기다려달라”는 것이었다.

서비스센터 측은 “비슷한 내용의 항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냉장고 안의 플라스틱 통들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러운 소리”라며 “5개월쯤 지나면 소리가 점점 약해지니 참고 써달라”고 말했다는 것. 김씨는 “수리를 해주거나 교체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약관에도 없는 요구’라는 핀잔만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해 초 신혼 살림으로 냉장고를 장만한 신모씨(31)도 같은 경험을 했다. 신씨는 “서비스센터 직원이 방문했지만 모든 지펠에서 같은 소리가 난다는 말만 들었다”며 “대기업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신씨는 “왜 모든 제품에서 소리가 난다면서도 해결하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잠잘 때도 냉장고 소리 때문에 잘 수가 없다”며 “제품에 문제가 있는데도 수리해 주지 않는 기업이 무슨 일류 기업이라는 것인지 짜증스럽다”고 말했다.

2005년 지펠냉장고를 구입했다는 소비자는 “부숴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비싼 돈 주고 장만한 가전제품이라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각 지역의 서비스센터로 지펠 냉장고의 소음에 대한 신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삼성전자 본사에선 문제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삼성전자 홍보실 관계자는 “삼성전자 본사 차원에서 집계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지펠냉장고의 결함은 2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펠 냉장고 소음에 따른 불만 제기 건수는 2006년 30건, 올들어 31건이 접수됐다.

특히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냉장고 결함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소비자들이 겪는 소음 공포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각 지역 서비스센터를 통해 어떤 점이 문제인지 최대한 빨리 확인,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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