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을 맞아 수도권 곳곳에서 불법으로 수백만원대의 경품을 내건 낚시터가 성행하고 있다. 일부 낚시터는 사행성 성인게임 ‘바다이야기’식으로 잡은 물고기를 현금으로 바꿔주고 있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 외곽의 ㄱ낚시터. 임시로 만든 주차장에는 낚시꾼들이 타고 온 승용차 20여대가 즐비했다. 1000여평 부지에 웅덩이를 파서 만든 낚시터에는 낚시꾼 50여명이 물고기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낚시터의 물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뿌옇게 흐렸다.
30여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맞은편 좌대에 있던 한 30대 낚시꾼이 “잡았다”며 기뻐했다. 어른 팔뚝만한 붕어 꼬리에 ‘금반지’라고 적힌 표가 걸려 있었다. 이 남자는 7만원 상당의 금 한돈을 받았다.
지난 4월 개장한 이 낚시터는 매주 토요일 이른바 ‘대회’를 연다. 평일에는 입어료가 2만원, 대회를 여는 주말에는 5만원을 받는다. 고가의 경품이 있기 때문이다. 1등 300만원, 2등 100만원, 3등 50만원, 그리고 금반지를 상품으로 내걸고 있다. 한 쪽 면에는 개장 이후 금반지를 타간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낚시터 업주는 “매주 토요일마다 1, 2, 3등짜리 물고기 3마리와 금반지 물고기 20마리를 풀어놓기 때문에 그동안 회수되지 않은 경품 딱지까지 합치면 금반지 물고기만 수백마리 있다”며 사행심을 부추겼다. 또 “지난주에 이어 2주째 300만원짜리 물고기를 잡아갔다. 절대 손해볼 일 없으니 한번 해보시라”고 유혹했다.
다른 낚시터도 사정은 마찬가지. 화성시 ㅅ양어장은 낚시터 진입로에 금반지 50개를 경품으로 준다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영업중이다. 인근 오산시 ㅇ낚시터도 1등 쌀 3가마, 2등 쌀 1가마, 3등 경기미 40㎏을 경품으로 내걸고 있다.
법망을 피한 기상천외한 수법도 등장했다. 한 낚시터 시공업체는 인터넷에 ‘단속에 대처하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어장에 100만원 이상 하는 고가의 관상어를 풀어놓고 이 관상어를 상품으로 주면 된다고 소개했다.
현행법상 경품 대신 잡은 고기를 상품으로 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그러나 잡은 관상어는 낚시터 밖 인근에 있는 수족관을 통해 일정 수수료(약 10%)를 공제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상품권이 관상어로 바뀌었을 뿐 ‘바다이야기’ 게임장과 수법이 똑같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단속 때문에 이런 식으로 영업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낚시터 도박 행위가 성행하는 것은 적발돼도 300만~500만원의 벌금만 내면 풀려나기 때문이다. 경기경찰청은 지난 2월 사행성 도박을 한 실내낚시터 업주 42명을 적발했지만 대부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되고 말았다.
경찰 관계자는 “낚시터 도박 행위의 경우 법률 적용이 애매하고 처벌 수위도 너무 낮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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