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효율성 저하와 경비 절감을 들어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정비코너를 사실상 폐쇄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고속도로 운행 중 차량점검과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는 정비코너는 안전운전과 직결된 문제여서 “회사 이익만을 위해 운전자 안전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03년 말 9곳이던 고속도로 휴게소 정비코너를 2004년 말 6곳으로 줄인 데 이어 작년에 5곳을 추가로 폐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경남 언양휴게소 1곳만 운영중이다. 기아차도 순차적으로 고속도로 정비코너를 없애 지금은 한 곳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정비코너의 경우 이용자가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라며 “긴급출동 서비스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차를 수리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되면서 일감이 줄어든 것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이같은 방침은 정비코너 운영 비용에 비해 이용률이 낮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보다 판매대수가 훨씬 적은 GM대우나 쌍용자동차는 각각 16개와 8개의 고속도로 정비코너를 운영하고 있어 현대차의 해명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휴게소 정비코너는 수익성 여부를 떠나서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고객 가까이 있어야 할 부분”이라며 “주5일제로 고속도로 이용이 증가하는데 휴게소 정비코너를 없앤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정비코너는 차량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뿐만 아니라 이상 조짐이 발견됐을 때 차량 점검을 실시해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급출동 서비스와는 다르다.
실제 차량 점검을 제때 받지 못해 큰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싼타페를 몰고 서울에서 대구로 가던 박모씨는 천안을 지날 무렵 커먼레일 엔진에 수분경고등이 들어왔지만 고속도로 휴게소의 정비코너가 문을 닫아 허탕을 쳤다. 무리하게 차를 운행한 박씨는 결국 엔진이 고장나는 바람에 수리비만 2백여만원을 들였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에는 박씨처럼 휴게소 정비코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한달에 1~2건 정도 들어온다.
임기상 대표는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하는 것은 제조사의 책임”이라며 “소비자 안전을 위한 비용은 이미 차값에 상당부분 포함돼 있는데도 돈이 안된다고 해서 고객의 안전과 불편을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유형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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