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기업비리 > 소버린，경영권 위협 안먹히자 손털고 한국시장 철수

소버린자산운용이 지난달 SK 주식을 처분한데 이어 LG전자와 LG 지분도 모두 매각했다. 지난 2003년 봄 SK 주식 매집으로 한국 증시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2년 반만에 손을 떼는 것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소버린자산운용은 시간외거래를 통해 LG전자 주식 1006만66주(7.20%), ㈜LG 주식 1207만9200주(7.00%)를 모두 매각했다. 그동안 차익을 노린 투기가 아니라 우호적인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해왔으나, 불과 6개월만에 매각함으로써 다시 한번 ‘투기꾼’의 본색을 나타낸 것이다.

◇소버린, LG에서는 손해=소버린은 SK에 1768억원을 투자한 뒤 LG전자, LG 등을 사고팔면서 3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7000억원 이상을 벌었다. 투자수익률은 450%가 넘는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무기’였다.

그러나 SK㈜에 대한 투자에서 8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챙겼던 소버린자산운용은 LG에서는 오히려 5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당초 기대와는 달리 LG전자와 LG에서는 자신들의 ‘무기’가 먹혀들지 않은 데다 이들의 실적부진까지 겹쳐 주가가 하락하자 서둘러 정리한 탓이다.

소버린의 LG전자 주식 매각가격은 전일종가(6만4500원)보다 3.9% 낮은 6만2000원, LG의 경우 전일종가(2만6200원)에서 4.9% 할인된 2만4910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소버린은 이번 매각으로 LG전자에서 1015억원의 손실을, LG에서 513억원의 차익을 실현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50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소버린은 올해 초 LG전자 주식을 주당 7만2100원씩 7253억원에, LG주식을 주당 2만650원씩 2496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한편,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전일보다 1.86% 떨어진 6만3300원에 장을 마쳤고, LG도 4.39% 하락한 2만5050원에 거래를 끝냈다. 그러나 소버린의 매각 물량을 외국인과 기관이 분산 매입했기 때문에 물량부담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버린, 한국 증시 떠난다=LG전자와 LG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국내기업에 대한 소버린의 보유지분은 완전히 없어졌다. 사실상 소버린이 일단은 한국 증시에서 손을 떼는 셈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달 초 한국에서의 투자를 지휘해온 제임스 피터 대표가 소버린자산운용의 대표직을 비롯한 모든 그룹 계열사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LG전자 등에 대한 투자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할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것이기도 하다.

전문가들도 “소버린의 투기적 행태에 대한 시장에서의 반감이 높아진 데다 SK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사냥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며 철수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양상이다.

그러나 틈새가 보인다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소버린의 홍보대행사인 엑세스커뮤니케이션 관계자 역시 “소버린이 한국에서 계속 투자할지 등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혀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소버린과 같은 펀드들의 목적은 어떤 형태가 됐든 ‘먹고 튀겠다’는 것”이라며 “SK와 유사한 사례가 있다면 언제든지 컴백할 수 있겠지만, 당장은 기회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한국 증시에서 철수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 [email protected] 윤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