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6일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H골프장 사장 일행 납치 사건 범인들에게 대한항공 직원이 사장 일행의 입국시간과 편명을 불법으로 제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들 직원과 항공사는 형사입건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항공사 직원이 탑승객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직원과 항공사가 함께 형사처벌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공항경찰대는 H골프장 강모(59) 사장 일행 납치범들에게 이들의 입국시간 등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대한항공과 이 회사 여직원 유모씨를 최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납치사건이 발생하기 사흘 전인 지난 2월23일 강 사장의 외삼촌으로 납치에 가담한 윤철구(66)씨가 용역업체 직원 출신 박모씨에게 강 사장 일행 입국시간 확인을 지시하자, 다음날 박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대한항공 여직원 박모씨에게 이들의 탑승정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마침 휴가 중이던 여직원 박씨는 이날 오후 4시27분쯤 대한항공 인천공항지점 외항사서비스센터에 근무하는 동료 유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어 유씨는 같은 날 오후 4시41분쯤 회사 전산망으로 강 사장 일행의 입국사실을 조회해 ‘2월26일 일본 오사카에서 출발해 오후 7시쯤 귀국한다’고 동료 박씨에게 알려줬다.
이 정보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와 정인숙 여인의 친아들 등 범인들에게 고스란히 넘어가 강 사장 납치에 이용됐다.
경찰은 대한항공 여직원 유씨와 항공사를 탑승객 정보를 불법 유출한 혐의로 지난 3월 말 검찰에 송치했다.
현행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항공기 탑승객의 개인 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제삼자에게 유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국가기관이 사법권을 행사하기 위해 공문으로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인천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며, 대한항공은 약식 기소돼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져온 탑승객 정보의 무분별한 외부 유출을 막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유씨 등 해당 직원들을 징계하는 한편 그간 공항 의전실과 상주기관 등이 요구하면 아무런 제약 없이 통보해 주던 탑승객 정보를 앞으로 일절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00년 3월에도 직원 2명이 국내에 들어오는 비행기 탑승객 명단을 윤락 알선업자에게 정기적으로 넘겨주고 돈을 받아오다 경찰에 적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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