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진동기자, 최경운기자]

재벌 2세 7~8명이 진승현씨를 통해 1999년 말 장외시장에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수십억~수백억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재벌 2세들이 한꺼번에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거물 브로커 윤상림(53·구속)씨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윤씨와 돈 거래를 한 진씨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재벌2세 7~8명이 진씨와 짜고 신세기통신(2002년 1월1일 SK텔레콤에 합병) 주식을 샀다 고가에 되팔아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과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동안 진씨를 수차례 소환 조사했고 재벌2세 일부의 주식 매입자금 흐름을 추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들 재벌2세들은 특정 고교 출신이거나 재벌2세 사교 모임의 회원들”이라고 전했다. 진씨의 측근은 “재벌 2세를 포함, 10여명이 진씨가 끌어올린 후 주식을 팔아 큰 돈을 남겼는데 이들이 거둔 총 시세 차익이 3000억원 규모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9년 말 진씨가 신세기통신 주가를 띄우자 1만5000원~3만여원에 샀던 주식을 10만원 안팎에서 처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기통신 주식은 1999년 12월 20일 SK텔레콤이 K사로부터 주식 3764만여주(23.5%)를 1조888억여원(주당 2만8900여원)에 매입한 뒤 4~5일 만에 최고 14만5000원까지 올랐다. 진씨는 같은 해 12월 17일 주식 30만주를 주당 3만5000원에 산 뒤 직원들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고가에 사고파는 수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씨는 이 건과 별개의 주가 조작 등 혐의로 2000년12월 구속됐고, 정·관계 로비 의혹이 불거져 ‘진승현 게이트’로 비화됐다.

(이진동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jaydlee.chosun.com])

(최경운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code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