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필자는 제보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기자 양반 이럴 수 있습니다. 제 아내가 어제(27일) 밤 계단에서 넘어져 다쳤는데…”. 당황한 제보자는 이런 저런, 두서가 뒤바뀐 이야기를 했는데 요점은 이랬다.

제보자의 아내가 다친 곳은 머리였다. 넘어지면서 출혈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에서 컴퓨터 단층(CT) 촬영을 했는데 뇌 부분에 상당수의 혈전(피가 응고된 것)이 있으니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응급실 의사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다친 여성은 이날 MRI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이날은 일요일이었는데 “MRI 촬영기사가 출근을 안했다”는 것이 병원측 설명이었다. 병원측은 한술 더 떠 “MRI 촬영은 접수 순입니다”라고 ‘친절히’ 안내까지 했다는 것이다. 병원측 설명을 요약하면 ‘MRI 촬영은 일요일에는 안된다. 왜냐하면 촬영기사가 쉬는 날이니까. MRI 촬영은 접수 순이다. 즉 돈을 안내면 촬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인데 정확한 진단 및 처방을 내려야 할 병원측이, 그것도 대학부속병원이라는 큰 병원이 “MRI 촬영기사가 없어 진단을 ‘내일’로 미룬다”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환자에 대한 치료는 뒤로 한 채 돈 타령이라니 말이 되는가. ‘혹시 아내가 어떻게 될까’ 마음이 급했던 제보자는 병원 몇 곳에 문의를 더했는데 같은 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필자는 제보자의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일요일에 촬영을 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일요일 당직 근무는 하는가’라는 질문에 담당자는 “콜(전화)을 받는다”고 말했다. 몇 곳의 대학 및 종합병원을 더 알아보니, 당직 근무를 서는 곳도 있었고 문제의 병원처럼 전화 대기만 하는 곳도 있었다.

제보자에게 나중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당시 상황이 궁금해서였다. 제보자는 “의사는 분명 ‘CT 촬영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려우니 MRI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행히 제보자의 아내 뇌 속에 있는 혈전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았고, 다른 장애도 일으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늦은 진단으로 뇌혈관 질환이 생겨, ‘평생 불구’ 등 불행한 일이 닥쳤으면 어찌 됐을까. 아찔한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심·뇌혈관계 질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심·뇌혈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3시간 이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발표의 골자다. 복지부는 2010년까지 국립의료원 내에는 심·뇌혈관질환 중앙관리센터를, 권역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 116곳에는 관리센터를 설치키로 했다. 복지부는 응급구조사 등 전문인력 확충과 교육을 강화하겠다고도 말했다.

복지부는 이런 대책을 내놓으면서 “상황 발생 후 3시간 안에 치료에 들어가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많은 환자들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보건 당국이 자랑하며 내놓는 응급의료 시스템. 하지만 정작 병을 고쳐야 할 의사와 병원측이 나몰라라 한다면 ‘무용지물’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김종훈사회부차장/[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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