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받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받은 돈 가운데 6천만원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말했다고 한다. 서울에 올라올 때 집무실에 들러 네댓 차례에 걸쳐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해명 자료를 내어 이런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정 전 청장이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며 1억원의 사용처를 함구해 온데다 전 청장이 검찰 수사관에게 1억원의 용처를 수사하지 말 것을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던 점에 미뤄볼 때 간단히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사실 여부에 따라서는 국세청은 물론 노무현 정부 자체가 도덕성에 큰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누구 말이 맞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전 청장이 6천만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국세청 내부 상납의 고리가 최고위층까지 연결돼 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인 대가성 세무비리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국세청장이 지방청장한테서 수시로 돈을 받았다면 국세청 도처에서 이런 일이 일상적인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세청 안에 상납 고리가 존재한다면 그 돈은 결국 세무조사 대상 기업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말단 직원이나 중간 간부가 기업으로부터 받아 윗선에 전달하고, 이를 다시 최고위층에 상납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현실에서는 국세청 직원들의 세무비리를 근절할 수 없다. 더 나아가 구조적으로 비리를 용인하고 은폐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비리를 만들어 내게 된다.
자정 노력이 적잖았지만 매년 70명 안팎의 세무 공무원들이 금품수수로 징계를 받고 있으며, 그 유형도 세무조사 무마에서부터 경쟁업체 세무조사 청탁, 조사 과정의 선처, 부과될 세금 축소 등 다양하다. 사실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는 수뇌부의 책임이 크다. 손영래 전 국세청장이 썬앤문그룹의 추징 세액을 감면해준 것과, 재벌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게 지난 4월이다. 불과 6개월여 만에 또다시 현직 국세청장이 상납 논란에 휩싸였다.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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