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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춰라" "계획없다"…''유류세 인하'' 논쟁

[세계일보 2005-08-16 20:51]

“3∼4년 전만 해도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는 데 4만원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6만원이나 듭니다. 일주일에 두 번 기름을 넣으니 기름값으로만 한 달에 50만원을 길에 뿌리고 다니는 셈이지요.”
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마장동까지 매일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김모(34)씨는 “치솟는 국제유가 때문에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이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정부가 운전자를 ‘봉’으로 여기는 게 아닌가 억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인상행진이 이어지자 “기름값 때문에 못살겠다”는 탄식과 함께 정부가 유류세를 낮춰 국민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절반이 세금=16일 재정경제부와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 1449.2원, 경유값 1149.5원, 등유값 894.5원 중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0.4%(875.4원), 48.2%(554.1원), 31.5%(281.4원)이다. 특히 대부분의 승용차가 사용하는 휘발유는 세전공장도 가격이 522원에 불과하지만 세금은 875.4원이나 붙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기름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와 지방주행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다양하다. 기름 원가에는 원가의 1%에 해당하는 관세와 ℓ당 14원의 석유수입부과금이 더 붙는다.

정부의 유류세 수입은 2001년 16조4000억원, 2002년 18조6000억원이었고, 2003년에는 무려 20조원을 넘어 전체 국세의 18.2%나 차지하고 있다.

◆“유류세 낮춰라”=정부가 유류세를 낮춰 국민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 내수경기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고유가 부작용을 간과하고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는 정부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지난해 5월 고유가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두바이유 평균가격이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면 석유수입부과금과 내국세를 인하하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올 상반기 휘발유 평균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올랐지만 소비량은 오히려 6.5% 늘었다”면서 “유류세를 낮춰 기름값을 내리면 소비량만 늘어나게 된다는 정부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인하계획 없다”=정부는 공식적으로 “유류세 인하계획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이유로 ▲재정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주요 세입원을 포기하기 어려운 형편인 데다 ▲유류세는 세율이 정해진 다른 세금과 달리 종량세로 리터당 일정금액이 고정돼 있고 ▲유류세를 낮춰봤자 큰 체감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유류세를 내려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기름값 문제는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행태를 고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유류세는 리터당 일정금액이 확정돼 있어 기름값 인상 억제에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유류세 인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이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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