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경기 의정부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달 말 10개월 된 아들이 감기에 걸려 아기 콧물을 빼내는 기구를 사러 유아용품점에 갔다. 급한 마음에 현금 없이 신용카드만 달랑 들고 나온 김씨는 의정부역 지하상가를 뒤진 끝에 한 유아용품에서 6000원짜리 기구를 찾아냈지만, 점원은 “카드는 받을 수 없다”며 결제를 거부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날씨는 추워지는데 아기는 코 때문에 답답해할 것을 생각하니 화가 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 2 40대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식구를 데리고 경기 가평의 한 숙박시설을 찾았다. 현금이 부족했던 이씨는 카드 결제를 원했으나, 숙박업소 주인은 “오늘 첫 손님인데 카드로 개시하면 장사가 안 된다”며 면박을 주고는 “근처에 현금지급기가 있으니 현금을 뽑아오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현금이 없다는 이유로 왜 죄인 취급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나 이씨처럼 고객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가맹점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 결제를 통한 거래투명성 확보를 강조하며 카드 결제 거절행위에 대한 엄벌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인식 부족 등으로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맹점의 신용카드 결제 거절로 ‘신용카드 불법거래감시단’에 신고된 사례는 2003년 1008건에서 2004년 1071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 들어 3분기까지만 벌써 1131건으로 지난해 1년간의 접수 실적을 뛰어넘는 등 완연한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여신금융협의회 소비자보호팀 민관석 조사역은 “신고되지 않은 사례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며 “신용카드 결제금액에는 별도 제한이 없어 100원짜리 물건을 사도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데도 가맹점들은 1만원 이하 소액의 카드 결제는 거절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 결제 비중을 높임으로써 거래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 따라 ‘불법 가맹점 삼진아웃제’를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의 카드결제 거절행위가 3번 이상 적발될 경우 모든 카드사가 해당 가맹점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카드회원에게 불리하게 대우하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가맹점 해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이 금감원으로부터 주의나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처럼 관련 법규의 강제적 구속력이 떨어진 데다 가맹점 업주의 근본적인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투명거래’가 완전히 정착되기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김활 조사역은 “카드 결제를 거부하는 등 부당행위를 한 가맹점 업주는 ‘금융질서 문란자’ 등재를 의무화하는 등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수수료로 웃돈을 요구하는 카드 가맹점에 대해서는 각 카드사 등은 물론 신용카드 블법거래감시단(02-3771-5950)이나 여신금융협회(02-2011-0774)에 적극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김형구 기자 [email protected]